최근 뒷목과 승모근이 딱딱하게 굳어 아프고, 머리까지 아팠다.
안그래도 이런저런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바쁜 와중에 신고리5,6호기 건으로 주말마다 나가는 등 일에 대한 피로 때문에 그런 거라 여겼다.
그게 이번 일요일부터는 몸살기운처럼 온 몸이 다 아팠다. 특히 뒷목과 어깨 쪽에 통증이 심했다. 몸살이라고만 여겼다. 좀 쉬고 나니 괜찮길래 그런줄 알았다.
오늘 아침 중학교에서 에너지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에 와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어깨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져 결국 팔을 움직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분명 아침에는 멀쩡했는데, 그닥 힘쓸 일도 없었는데, 짧은 시간 갑자기 이러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오른 팔을 아예 꼼짝도 못할 지경이 되니, 겁이나서 통증 부위를 살피고 검색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주요 어깨 통증은 3개로 보는데, 오십견의 세부 증상을 살펴보니 나와는 달랐고, 회전근개 파열과도 증상이 달랐다. 딱 이거구나 싶었던 게, 충돌 증후군이었다.
사실 10대부터 20대까지 어깨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운동하면서 어려움을 좀 겪었고, 20대 후분 오른쪽 어깨 인대를 크게 다친 적도 있어서, 저 충돌 증후군 이란 증상에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문제는 왜 하필 오늘 갑자기였다. 계속 피로가 누적된 감은 있었지만, 딱히 무리하게 근육을 쓴 적이 없었던 터라 원인을 모르겠다.
암튼 조금만 팔을 움직여보려고 해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어쩔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마침 사무실 근처에 큰 정형외과가 있었다.
몇 해 전 골반쪽 인대를 다쳐 두어달 이상 절뚝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아닌가 의심하며 갔던 병원이었다. 당시 의사는 깨끗한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엑스레이로는 진단이 안되니 MRI를 찍자고 했고, 나는 고액의 MRI를 쉽게 찍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나왔다. 제법 장기간 다리를 절면서 걸을만큼 인대를 다쳤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았고,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켰다.
이렇게 썩 미덥지 못한 (아니 어쩌면 20대때 어깨와 무릎 때문에 오래 고생하면서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기에 뼈속 깊이 불신이 쌓인) 정형외과 이지만, 당장 통증 때문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접수를 하고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에 X레이 사진을 10장 이상 찍었다. 오랜 기다림 후에 만난 의사는 조심스럽게 전한 내 판단, 충돌증후군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아주 조심스럽게 부인했다.
역시 X레이로 판단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내 팔과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라고 해보고, 잘 움직이지 못하자, 본인이 움직여보더니, 두 가지 판단을 내렸다.
1. X레이 상 뼈에는 이상이 없다.
2. 팔과 어깨를 움직여보니 근육 파열은 아니다.
그리고 결론은 원인은 알수 없지만 염증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주사와 먹는 약 4일치를 처방했다.
병원비를 결제하는데 거의 7만원 가까이 나왔다. 세부 내역을 보니 주사가 4만원이 넘는데, 비급여항목이었다. 엄청 돈이 아까웠지만, 주사를 맞으면 좀 낫겠지 기대하고 이동했다.
주사를 맞으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팔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혼자 옷을 벗을 수 없었다. 시도해보다가 계속 통증 때문에 실패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남자 간호사가 대신 상의를 벗겨줬다.
그리고 어깨와 목 주위에 4번 주사를 맞았다. 엄청 아프더라. 친절한 남자 간호사가 주사 4번을 맞은 내 경우는 무척 많이 맞은 것이고, 주사 약이 많이 투입되었으니 어지러울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또 통증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3~4일 정도 지속될 거라고 했다.
헐! 주사 맞으면 나아질 줄 알고 병원 온건데, 여전히 팔을 움직일 수는 없었고, 오히려 주사를 맞은 이후로 팔의 감각이 이상했다. 마치 내 팔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약을 태와서 사무실에 앉았는데, 왼손만을 써서 일하려니, 타자를 치기도 어렵고, 마우스를 다루는 것도 어색했다. 한 손 독수리 타법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일을 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왼팔로 오른팔을 들어올려 책상 위에 올려두고, 무선 키보드를 최대한 몸 가까이 가져온 후 양손으로 자판을 두르릴 수 있었다.
왼손 독수리로 자판 치려니 성질 급한 입장에서 무척 답답했는데, 그나마 이젠 양 손 타자가 가능하니 속은 좀 시원해졌다.
그나저나 내일도 계속 어깨와 팔이 이 모양이면 일은 대체 어쩌나? 명절 앞두고 할 일이 정말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이게 뭔 꼴이냐! 에휴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