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 글쓰기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작년에 폰을 바꾸면서 화면이 제법 커졌지만, 서재에는 글을 쓰면 늘 할 말이 많고, 글을 쓸때는 손글씨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익숙하디 때문에 폰으로 두드리는 글은 아무래도 느낌이 살지 않는다. 과연 이렇게 어색한 기분으로 두드려도 글맛이 살아있을까? 나중에 컴 화면으로 열어보면 죄다 오타에, 비문 투성이 글이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지금 급하게 폰으로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SNS에서 반가운 책을 만났기 때문이고, 이 반가운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원고를 연재했던 `미디어스`라는 온라인 매체로, 초기부터 즐겨찾기 해두고 종종 가는 곳이었고, 거기서 책의 두 저자 중 한 명인 이근형 트레이너의 글을 만났을 때 무척 반갑고 또 기뻤다. 제법 오래동안 각종 영상과 글을 찾아보며 크로스핏 위주로 운동을 했지만, 누구 하나 조언을 해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할 때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접할 수 있는, 또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는 그런 소중한 글이었다.
미안하지만 또 한 명의 저자인 김민하 기자의 연재글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의 글은 주로 정치 기사를 접했고, 종종 서핑하는 몇몇 매체 중에서 가장 믿고 읽을 수 있는 정치 기사를 쓰는 기자이므로, 그의 글에 대해서는 읽지 못했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겨울이라 요즘 주위에서 운동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새해 각오 및 소망으로 살을 빼겠다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 주위에 늘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살이 이만큼이나 쪘다고, 운동을 해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은 대개 헬쓰클럽에서 다람쥐 챗바퀴 돌듯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엉터리 트레이너가 시키는대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맞지도 않는 각종 머신운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힘에 맞는 무게에 도전하기 보다는 익숙한 무게를 많이 반복하다가 재미없다며 지쳐 운동을 포기한다.
난 그들에게 하루에 5분~10분만 운동하더라도 머신 운동이 아닌,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맞는 프리웨이트를 하길 권하며, 트레드밀 위를 쳇바퀴 돌지말고 직접 땅위를 박차고 달리길 권하고, 익숙한 무게에 안주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자세를 익힌 다음 과감하게 새 목표에 도전하길 권한다.
하지만 번번히 그들은 내 말을 못 알아듣더라. 애초에 무슨 말인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굳이 헬쓰클럽에 가서 운동할 필요도 없다. 한동안 스내치라는 역도 운동에 빠져있던 나는 요즘 다시 맨손 운동의 매력에 빠졌다. 늘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멈춰 크게 부하를 느끼지 못했던 맨몸 운동에서 요즘 큰 부하를 느끼며, 육체의 한계를 깨닫고 있다. 힘들기로 따지면 타바타 인터벌 버피 만한 운동이 없더라. 진짜 죽을만큼 힘들더라. 최근 새삼 깨달았던 것인데,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이 사실을 그간 모르는 척 외면해왔던 듯하다.
사실 다른 어려운 운동, 복잡한 머신은 별로 필요없다. 팔굽혀펴기 하나만으로도 자세를 제대로 갖추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주면 전신운동이 된다. 하나만 하는 건 지루하니까 에어스퀏과 버피와 팔굽혀펴기 그리고 가능하다면 턱걸이를 하루에 한 가지씩 순서대로 짧은 시간동안 한계 체력까지 해보자. 아마 단 하루만 해봐도 느껴질 것이다. 내 몸이 얼마나 한심한 상태인가 깨닫는 것과 동시에 내 몸이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타바타 8라운드는 4분 밖에 안 걸리지만 체감상으로 1시간 운동한 것보다 더 힘들다. 운동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짜임새 있게 그 시간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오늘 아침 두꺼운 겨울 바지를 새로 꺼내 입었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귀찮아서 허리띠를 안 매고 다니는데, 그래서 허리에 꼭 맞는 바지를 사입는 편이다. 결혼 후 내 몸을 방치한 세월동안 허리둘레는 서서히 늘었고, 덕분에 5~7년 전에 산 바지는 허리가 작다 싶을만큼 꽉 끼고, 5년 이내에 산 몇 안되는 바지는 거의 딱 맞다. 오랜만에 입은 이 바지는 약 3년 전에 누군가가 자신에겐 작다고 건넨 것으로 당시 내게 딱 맞았다. 허리띠를 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 난 아무 생각없이 집을 나서다가 평소와 달리 허리가 허전함을 느낀다. 줄줄 흘러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괜히 헐렁하고 불안한 느낌. 아니나다를까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가다가 멈춰 허리춤을 추슬러본다. 어제까지 입었던 옷은 약 7년 전에 딱 맞았던 옷이고, 지금 평소에는 살짝 타이트한 느낌이지만, 밥을 먹고 나면 꽉 끼는 느낌이었다.
거울을 보면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몸의 변화를 운동할 때와 일상에서의 움직임에서 서서히 깨닫는다. 아주 느리지만 꾸준히 젊은 시절 몸의 느낌을 되찾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아직 결혼 전 몸으로 돌아가려면 멀었겠지만, 급할 것 없다. 체중 따윈 신경쓰지 않는다. 허리둘레 따위에도 관심없다. 난 그저 타바타 8라운드 안에 버피를 한 번이라도 더 하거나, 한계 무게로 스내치를 한 번이라도 더 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익숙치않은 폰 자판으로 꽤 긴 글을 두드린 것 같은데, 북플에선 분량이 알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제 그만 두드리고 타바타 버피나 하러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