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을 많이 마셨던 시기는 군대 다녀온 직후였다. 그 당시는 여러모로 군대가기 전 인간관계와 단절이 있던 시기였다. 나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 계파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고 어느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다. 양쪽 인간들 모두를 피했던 시절이라 편하게 함께 술마실 상대가 없었다. 차라리 혼자가 편했다.
당시엔 가난한 학생이었으므로 포장마차에서도 맛있는 안주는 못 먹었다. 우동이나 선지국에 소주를 마셨다. 혼자 마시니 많이 못 마시고 금방 취했다. 반병 남은 소주에 이름을 적어 붙여놓고 다음날 찾아서 마저 마시곤 했다.
나중에 조금이나마 돈을 벌던 시절에 젤 좋아하는 안주는 닭똥집이었다. 저렴하면서도 맛있었다. 닭똥집 한 접시면 소주 한 병을 그냥 비웠다.
자취하던 시절엔, 집에서 혼자 마셨다. 라면 하나에 소주 반 병, 새우깡에 소주 반 병, 참치캔에 소주 한 병 반, 대략 이런 패턴으로 마셨다.
요샌 집에서 소주 보다는 맥주나 막걸리를 주로 마신다. 겨울에는 청주를 마신다. 소주의 그 맛과 냄새가 싫어졌다. 아니 안동소주는 괜찮더라. 그런데 비싸더라.
순대를 사는 날엔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비가 오고 파전을 부친 날에도 막걸리. 가볍게 소세지나 계란프라이, 과자 따위를 안주로 먹을 때에는 맥주, 겨울엔 오뎅탕에 청주다. 가끔 소주가 땡길때에는 라면 먹을때랑 골뱅이 무침 해먹을 때다.
오늘은 야근을 하다가, 늦은 시간 운동을 하러갔다. 지난 주에는 단 하루도 운동을 못 갔다. 일이 바빠 끼니도 거르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상황에서 운동은 무슨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그 와중에도 최대한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준비운동이나 마무리운동을 생략하면 본운동은 5분이면 충분하니 짧게라도 다녀오려고 했지만, 일이 몰리니 그 시간 빼기도 어렵더라. 일주일 중에 하루라도 가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하루도 못 갔다.
일주일만에 가니 몸이 많이 굳어 있었다. 왠일인지 평소 들던 무게의 반도 못 미쳐서 자세가 무너졌다. 대신 가벼운 무게로 자세를 다시 익히는데 집중했다.
운동하면서 다른 쉬운 운동보다 어려운 스내치에 집착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1. 단번에 바벨을 들어올리는 단순하고 명쾌한 동작이 좋다.
2. 바벨을 들어올릴때 나는 철컹하는 맑은 소리가 좋다.
3. 어려운 동작을 내 것으로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좋다.
4. 순간적으로 힘을 내고 나서 해냈다는 성취감이 좋다.
언젠가 스내치를 좀 더 잘 해내는 순간이 오면 지금 이 시간이 참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위해 노력한 오늘도 무척 재밌었다.
저녁을 안 먹고 일했기 때문에 운동을 마치고나니 무척 허기졌다. 집 근처 내가 좋아하는 꼬치집에서 닭똥집 꼬치에 맥주를 시켜 먹으면서 알리딘 서재 글을 읽다가, 이 글을 쓴다. 소주를 시킬까 잠시 고민했지만, 소주 특유의 화학주 맛이 싫었다. 비록 많이 마시면 배가 부르긴하지만, 맥주를 벌써 2천을 넘게 마셨지만 그래도 맛있는 닭똥집을 먹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