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X, 핵발전소 O
지난 목요일 아침 탈핵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인상 쓰고 지나가면서 한마디 하셨다. "핵발전소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소라고 해야지. 뭣도 모르는 것들이......." 그 어르신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쓴 웃음이 나왔다. 이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세뇌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차마 웃을 수 없었다. 그저 나를 비롯한 이 나라 국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이 나라와 일본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두 나라를 제외하곤 다들 핵발전소(nuclear power plant) 라고 쓰지, 원자력발전소(atom power plant) 라는 단어를 쓰는 나라는 없다. 원래 과학적인 원리를 기준으로 원자력발전이란 단어는 없다. 사실 뭣도 모르는 건 그 어르신을 비롯한 세뇌당한 대다수의 이 나라 국민들이다. 실제 외국 사람들은 atom power plant 라는 단어 자체를 모른다. 일본과 이 나라에만 있는 이상한 단어일 뿐이다. 아니 심지어 이 나라의 사전에도 원자력 발전소의 영어 단어는 nuclear power plant 즉, 핵발전소라고 나온다. 이 무슨 코메딘가? 의미 없겠지만, 그래도 왜 원자력발전이 아닌 핵발전인지 예를 들어 보겠다.
1. 핵분열(nuclear fission)
어느 누구도, 심지어 그 잘난 원자력 문화재단에서도 핵분열을 원자분열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이건 과학적으로 핵분열이다. 절대 원자 분열이 아니란 말이다. 핵 마피아가 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라고 세뇌시키는 이 나라에서도 핵분열을 원자분열이라고 표현하지는 못한다. 이건 말 그대로 핵분열이다.
2. 핵연료봉 (nuclear fuel rod)
이것 역시 어느 누구도 원자 연료봉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핵마피아들도 그냥 핵연료봉이란 단어를 쓴다.
3. 핵융합로 노심(nuclear reactor core)
이 무식한 나라에서는 원자로 노심이라고 표현하지만, 영어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핵 융합로 노심이 올바른 표현이다. 핵연료봉, 제어봉, 중성자 감속재가 들어있다.
4. 핵폭탄(nuclear bomb)
실제 핵폭탄이 떨어졌던 일본의 영향 때문에 원자폭탄(atomic bomb) 이란 단어가 쓰이지만,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핵폭탄 즉 뉴클리어밤 이란 단어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유명한 대사 "핵폭탄 발사를 감지했습니다.(nuclear launch detected)" 에서 볼 수 있듯 핵폭탄은 말 그대로 nuclear bomb 이지 원자폭탄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인 원리에서도 어긋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핵발전은 핵분열 반응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지 원자 분열이란 현상은 없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습관으로 일상에서 수없이 들어온 '원자력'이란 단어를 다 교정하고 싶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안전위원회'로 바꾸고, '원자력문화재단'은 '핵문화재단'으로 바꾸고,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수력핵력'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을 것이다. 정부, 핵마피아 세력들, 언론이 한 통속이 되어 모른척 해왔던 단어의 숨은 뜻이 이제는 밖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세뇌당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이 땅의 많은 이들이 이제는 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 제발 "핵발전소가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라고 해야지. 뭣도 모른 것들이" 라는 말은 더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셰계적으로 핵발전은 사양산업이다. 즉, 죽어가는 산업이란 뜻이며, 앞으로 전망이 없다는 뜻이다. 전 세계에서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나라의 멍청한 관료와 기업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서도 벌써 오래전에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멈췄다. 경제성이 없고,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신규 건설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해마다 운영에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게다가 폐쇄 및 폐기물 보관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비용이 든다. 더 허무한 것은 그 천문학적인 비용,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비용을 들여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아마 10만년이라는 긴 세월 중에 5천년도 채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사회 현상이나 원인을 설명할 때 용어 선택은 굉장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원자력발전이라고 말해도, 나는 늘 핵발전이라고 고쳐주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원자력발전이라고 부른다면 일본과 이 개념없는 나라의 핵마피아들의 뜻에 놀아나는 것 밖에 안될 것이다. 어쨌거나 과학적으로 원자력 발전이라는 개념은 없다. 과학자들이 핵발전이라고 주장하는데, 경박한 핵마피아들이 억지로 원자력발전이라고 주장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