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태가 많이 안좋다.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데, 전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그리고 다양한 활동공간들에서도. 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린 적이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그런 적은 절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려운 일 하나를 풀어내는데에도 끙끙거려야 할 판에, 몇 가지 문제가 동시에 겹쳐서 오니까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예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것이 방법일까? 그래서 최근 정신 나간 놈처럼 살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나름 잘난 놈이라고, 고개 빳빳하게 쳐들고 잘난 척 하면서 살아왔는데, 한순간 나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놈인지를 처절하게 깨닫게 된다.
어제 밤 아이들을 재우고, 설겆이를 하면서 생각했다. 이건 어쩌면 악몽일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나면 잊혀질 그런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나는 예전처럼 목에 힘주고 잘난 척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설겆이를 마치고 잠들었다.
아침에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올리고, 딱딱한 목과 어깨 근육을 주무르면서 나비는 결코 장자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구나. 당연한 생각을 이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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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책 정보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이 책 뒷부분에 있는 우리나라 사례들은 내가 쓴 글이다. 존경하는 선배님께 부탁받았기 때문에 잘 쓰려고 했지만, 자료도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고, 경험도 부족했다. 그래도 지금 읽어보니, 좀 더 시간을 갖고, 더 자료를 찾고, 더 글을 다듬었다해도 이거보다 더 잘쓰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 아마도 나의 역량이 이정도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여러모로 나의 모자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맨 뒤에 포함된 내 글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 책은 정말 값진 책이다. "말은 그만! 이제 나무를 심자!"라는 이 아이들의 직접행동은 말만 번지르르한 나 같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권하기에도 좋고, 어른들이 읽어도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다.
지구를 구하는 길은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의외로 단순하고 간단한 곳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고민과 토론과 논의 보다는 묵묵히 행하는 간단한 행위 하나가 답일 수도 있겠다 싶다.
※ 좀 전에 출판사로부터 실수로 내 이름이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1쇄가 모두 판매되면 2쇄를 찍을 때 이름을 추가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음,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신 걸까?
이름이 빠진 건 별로 상관없는데, 책이 어서!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이 책이 많이 알려지는만큼,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테니.
(2012-11-21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