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텃밭 - 초등학교에서 많이 심는 채소 9종과 곡식 3종 가꾸기 철수와영희 그림책 5
노정임 글, 안경자 그림, 노환철 감수, 바람하늘지기 기획 / 철수와영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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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내가 지역의 생협 조합원들과 함께 텃밭을 분양받았다. 아내는 주말마다 나가서 열심히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곤 했다. 나도 아내도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농사라곤 지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아내는 같이 농사짓는 조합원들에게 배워가면서 즐겁게 일을 했다. 아주 가끔 나와 아이들도 함께 텃밭에 따라갔다. 초등학생인 큰 아이는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신기하게 관찰했고, 조그맣던 싹이 점점 자라나 줄기가 굵어지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흐릿한 기억에 나도 그 나이때쯤 강낭콩을 심어서 몇 알을 밥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 났다. 몇 알 되지도 않는 콩이 들어간 밥을 한술 뜨시며 아버지께서 칭찬해주셨던 말도 뒤이어 떠올랐다. 아이가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텃밭을 지켜본 기억은 아마 오래 남을 것이다. 아내가 상추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쌈채소를 따오고, 방울토마토를 따오고, 고추를 따오고, 옥수수를 따올 때마다 아이는 엄마가 농사지은 채소들이 사먹는 채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아이의 학교에는 아직 텃밭이 없는데, 최근 초등학교에서 텃밭을 만들어서 이것저것 키워본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록 작은 텃밭이라 해도 고사리 손으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아마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글에는 학교 텃밭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깨닫게 될지 잘 표현되어 있다. 직접 수확한 싱싱한 제철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특히 농사를 통해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깨닫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며, 살뜰히 보살핀 만큼 수확을 할 수 있어요.” 라는 저자의 말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 남는다.

 

이 책 『우리학교 텃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많이 심는 채소 9종과 곡식 3종을 가꾸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농사계획표를 짜고, 농기구와 거름을 준비하는 일부터 수확한 작물들을 깨끗하게 씻고 다듬어서 요리하는 방법까지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띄엄띄엄 아내의 텃밭을 살펴보곤 했던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아내와 아내의 동료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어왔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마운 흙’, ‘고마운 비’, ‘고마운 해’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자연 환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자칫 소홀히 생각하기 쉬운 자연의 가치에 대해 깨우쳐 주는 것도 마음에 든다. ‘고마운 풀’에서는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는 풀들 중에서도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풀이 있으며, 또한 풀이 있어서 땅이 마르는 것을 막아주고, 땅의 힘을 길러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마운 벌레’에서는 식물과 곤충의 공생관계를 알려주고 특히 꽃가루받이를 가장 많이 하는 ‘벌’이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을 알려준다.

 

가장 마지막에 부록처럼 실린 내용들도 모두 흥미롭다. 올해 농사를 지은 수확물로 다음해에 뿌릴 씨앗을 얻는 방법이 그림으로 알기 쉽게 표현되어 있고, 천연 거름을 만드는 몇 가지 방법들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줌과 똥으로 거름을 만들어서 사용하기, 빗물을 모아서 사용하기 등 학교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훨씬 더 텃밭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백 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깨닫는다. 도시에서만 자란 탓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텃밭 농사였는데, 책에 실린 그림으로 1년 농사 과정을 쭉 보고나니,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은 아니구나 싶다. 아이들도 이 책을 본다면 흥미를 갖고 텃밭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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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1-1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에서 꽃그릇 하나 마련해(아무 플라스틱 상자도 다 되니까요)
아무 씨앗 하나만 심어도 돼요.
아무 씨앗을 안 심고 흙만 있어도 돼요.
숲에서 한 봉지 주워 와서
꽃그릇에 담고는 가만히 지켜보면,
햇볕이 잘 들고 빗물을 받을 만한 데에 두고 보면
온갖 풀이 돋아요.

사실, '텃밭'이란 집에 딸란 밭이란 소리인데,
주말농장은 '텃밭'이 아니거든요.
주말농장은 '멀리 찾아가서 일하는 논밭'이니,
집안이나 집앞에 진짜 텃밭을 마련해 보셔요.

감은빛 2012-11-16 11:41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베란다에 파와 방울토마토 등 몇개 야채를 길렀죠.
올해는 옥상에 스티로폼 상자와 큰 화분을 이용해서
상추와 고추 그리고 방울토마토 등을 길렀구요.

그런데 역시 밭에서 키우는 야채들이 더 잘 자라고, 많이 열리더라구요.
감자나 고구마 같은 것도 심어 먹을 수 있구요.
저희 텃밭은 완전 집 앞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동네 텃밭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