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자꾸 종교 책을 읽을까

최근에 종교에 대한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여러 차례 반복했던 말인데,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밝혀야 할 것 같다. 흔히 ‘무신론자’라고 하던데, 그렇게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굳이 편을 나누자면,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도 또 하나의 종교로 봐야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암튼 나는 종교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최근에 한 친구가 물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종교에 관심도 없다면서, 왜 자꾸 종교에 대한 책을 읽느냐?’ 그에 대한 답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나도 궁금했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붙였지만, 실제로 왜 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고민을 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나는 종교에는 관심이 없지만, 사람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요즘 이런 책들을 읽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종교는 창시자가 있다.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가 생긴 것이 아니라, 창시자가 신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종교가 생긴 것이라고 본다. 신을 만들어낸 사람, 그리고 그 신을 믿는 사람들이 궁금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들의 인물사전

앞서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의 느낌 글을 쓰면서, 어렸을 때 외갓집에서 인물사전을 즐겨 읽었던 기억을 떠올렸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때의 기억이 났다. 이 책은 각 종교의 성자라고 부를만한, 깨달은 사람들의 인물사전이기 때문이다. 유대교의 창시자라고 할만한 ‘모세’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실려 있고, 그리스도교의 창시자라고 할만한 ‘예수’도 실려 있다.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도 실려 있다. 그리고 그들 창시자 이후에 이 종교를 발전시켜나간 사람들이 뒤이어 실려 있다.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는 그리스 철학자들도 있고, 동아시아의 사상가들이나, 인도의 영성가들도 있다. 마지막에는 한국의 스승들이라고 해서 류영모 선생과 함석헌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인물사전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 대하여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삶에 대해 공통적인 요소 몇 가지로 짧게 요약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자세하고 방대한 정보가 궁금해도 더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같은 주제로 엮인 사람들을 공통적인 요소로 나열해주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인물들을 비교하기 좋고,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미처 몰랐던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분법

이분법적인 분류는 참 명쾌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없이 많은 확률적 요소들을 단 하나의 기준에 따라 단 두 가지 분류로 나눈다는 것. 알고 보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한때 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적’과 ‘동지’로 나눴다. 각 개인의 조금씩 다른 생각들은 모두 무시했다. 그저 나와 뜻을 같이하고, 기꺼이 빨갱이가 되겠다면 ‘동지’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모두 ‘적’으로 간주했다. 이제는 그런 분류가 정말 아무런 뜻도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그런 실수를 하게 될 때가 가끔 있다. 이 책에서는 세상의 모든 종교를 두 개로 나눈다. ‘표층종교’와 ‘심층종교’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표층’이냐, ‘심층이냐’ 둘 중의 하나로 묶이게 된다. 하지만 둘을 나누는 기준은 솔직히 좀 모호하다. 저자인 오강남 선생의 머릿속에는 좀 더 분명한 기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를 읽고 나서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잘 몰랐던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되고, 약간의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고, 각 인물들마다 계속 반복되는 구조는 뒤로 갈수록 좀 지겹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별로였다. 이 느낌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는데, 이 책 확실히 제목을 잘못 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7-1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강남에 심취하신 건가요?
전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는 읽었는데 말이죠~^^

날씨가 몹시 더워요.
그래도 폭풍 같은 바람이 불어줘서 다행입니다.

감은빛 2011-07-19 15:27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오강남 선생 책을 2권 읽었고,
1권은 반쯤 읽다 말고 팽개쳐두고 있어요.
심취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관심을 둔 이상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들었습니다.

네, 날씨가 아주 덥죠.

양철님, 아니 어느새 나무꾼으로 돌아오셨군요.
더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루쉰P 2011-07-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진리교를 파헤치며 느꼈지만 종교란 사이비 하나를 파더라도 엄청난 노고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도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저에게는 죽음을 파악하는 철학은 종교 밖에는 없지않을까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전 여러 개 모으는 인물사전식의 책은 개인적으로 별로 라서요. ^^ 더운 여름 잘 투쟁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왔어요. 전 연애 대 투쟁 중입니다. ^^

감은빛 2011-07-25 13:17   좋아요 0 | URL
옴진리교를 파헤치신 루쉰님!
대단하세요! 게다가 요즘 연애중이시라니 더더욱 대단!
종종 즐겁고 행복한 소식 전해주셔요~! ^^

2011-07-27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