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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벗어던지기 - 교회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성경 공부
블루칼라 지음 / 미담사 / 2010년 12월
평점 :
신을 믿은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다닌 적은 있다. 어릴 때 어머니는 절에 다니셨다. 일요일마다 나와 동생을 데리고 절에 가셨다. 절에서 우리는 참 심심했는데, 주위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수많은 아줌마들과 할머니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성당은 군대에 있을 때 잠시 다녔다. 군대에서는 거의 의무적으로 종교활동을 시켰다. 세 종교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성당을 선택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서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절이나 교회는 부대 안에서 종교활동을 했지만, 성당을 선택하면 부대 밖으로 나가 볼 수도 있었다. 쵸코*이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부대 밖 공기를 느껴볼 수도 있으니 좋았다. 교회에는 좀 오래 다녔다. 고등학생때였다. 내가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교회에 다닌건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번째는 중학교때 혼자 배웠던 기타를 맘놓고 칠 수 있는 곳이 교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회에는 드럼도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드럼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러지는 못했다. 두번째는 여자 때문이었다. 맘에 드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마침 친구가 다니는 교회라서 나도 한번 다녀봐야겠다고 맘 먹었다.
약 2년 가까이 교회를 다니면서 나는 신을 믿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 목사님의 설교는 좀 재미없었지만, 그냥 딴생각을 하면서 견뎠고, 찬송가를 부를 때는 입만 벙긋벙긋 했다. 교회에 가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런 건 다 견딜 수 있었다. 교회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들을 했는데, 나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런 활동들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교회대항 축구대회에 나가서 준우승을 했고, 연극에서는 무려 주연(예수 그리스도 역)을 맡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녔지만 나는 아무리해도 신을 믿을 수는 없었다. 없다는 게 너무 뻔한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나. 그런 나에게 침례(내가 다닌 교회는 세례가 아닌 침례를 했다.)를 받으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결국 교회에 더이상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친하게 지낸 친구들 중에서 교회에 다니는 녀석들이 많았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기독교 신자가 많은지 참 궁금하다. 대개는 종교를 믿는 건 개인의 자유니까 믿든 말든 나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데,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에서 몇 녀석은 나를 꼭 교회신자로 바꾸고 싶어했다. 나를 전도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양, 나를 교회에 데려가고 싶어서 안달하던 녀석들이 있었다. 그러면 끝없는 논쟁이 시작된다. 나는 역사적 사실들을 예로 들면서 기독교의 죄악을 끄집어 내고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친구들은 성경말씀을 인용하면서 신을 믿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 끝이 없고 답이 안나오는 논쟁을 한번 하고 나면 그 친구들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훨씬 더 유리했을텐데, 앞으로 그런 논쟁이 벌어진다면 이 책을 잘 활용해야겠다.
'교회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성경공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은 것이다. 연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책을 읽는 중에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는데, 굉장히 전투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어서 댓글 읽느라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지점에서 재미있다. 우선 미담사라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출판사에서 냈다. 검색해봤더니 출간한 책도 이거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필자는 딴지일보에서처럼 '블루칼라'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저자소개조차도 대단히 평범해서 필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전혀 노출시키지 않는다. 30년을 기독교인으로 살았다가 무신론자가 된 40대 초반의 남성이라는 사실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요즘은 블로그 필명으로 책을 내는 경우도 몇 번 본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설정은 좀 낯설다. 기독교인들의 공격을 대비한 의도가 읽히는데, 어쨌든 재밌다. 그다음은 저자의 말투가 특이하다. 딴지일보 특유의 말투로 적혀있는데, 맨처음엔 그게 굉장히 거슬렸다. 읽다보니 적응이 되어서 나중에는 괜찮아 졌다. 재밌다. 이런 말투로 적혀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술술 잘 읽히는 것 같다.
성경에는 참 의외의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놀라웠다. 레위기는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받아적었다는 부분인데, 그 중에는 참 놀라운 내용들이 있었다. 20장을 보면 간통을 하거나, 친족과 잠자리를 하면 죽이라는 내용이 있다. 짐승과 더러운짓을 하면 죽이라는 내용도 있고, 생리기간중의 여성과 관계를 하면 죽이라는 말씀도 있다. 그리고 동성연애를 하면 죽이라는 내용도 있다. 황당하지 않나. 왜 하나님은 인간의 침대생활까지 이렇게 간섭을 하는 걸까? 게다가 우간다에서는 성경말씀을 근거로 실제로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까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법이란 말인가.
인간이 종교를 만든 건 아마도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종교는 인간을 억압하고 복종시킨다. 나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제 신에게서 벗어나서 인간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을 살피고, 가족을 살피고, 이웃을 살피는 삶이야말로 종교에서 말하는 제대로 된 삶이 아닌가. 종교에서 벗어나야 인간이 바로 보인다. 그래야 온전히 제대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책의 소제목 중에서 '하나님, 이제 인간을 놓아주세요'라는 말이 있다.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찾아가 이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제발 이제 그만 인간을 좀 놓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