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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이해하는 5대 종교 이야기
지그리트 라우베 지음, 김준형 옮김 / 새터 / 2010년 10월
평점 :
나는 무신론자다. 신이라는 절대자를 믿지 않는다. 혹자는 내가 '빨갱이' 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나는 빨갱이가 되기 훨씬 더 오래전부터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다. 어째서 사람들은 신이라는 거짓 허상에 목을 매는 걸까? 참 궁금했다. 그래서 엄마를 따라서 절에도 다녀보고, 친구들을 따라서 교회에도 다녀봤다. 아무리 이해해보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쵸코파이를 얻어먹으러 주말마다 성당에 다녔다. 말년 즈음에는 드럼을 배워보고 싶어서 다시 교회로 바꿨지만, 그때까지는 아무리 지겨워도 열심히 성당엘 가봤다. 역시 신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4대 종단 중에서 원불교를 제외하고 다 다녀본 셈인데도,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내가 무신론자가 된 이유, 그리고 점점 더 강하게 종교를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극성맞은 한국 교회 때문이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교회에만 다닌다면 천당에 가고,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그런 억지가 어디있나? 그런 목사의 설교는 면죄부를 팔았던 중세시대 성직자들과 뭐가 다른가? 표면적으로는 하나님을 믿으면 천당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교회에 나오면 천당간다고 말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교회에 와서 돈을 내고 면죄부를 사라는 얘기 아닌가? 주일에 교회에 안나오면 무슨 큰 죄를 짓는 것처럼 설교하는 양반들 참 많이 봤다. 그리고 다들 참 열심히도 교회에 다닌다. 얼마나 생산성이 좋은지 자고 일어나면 교회 십자가가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동네를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교회 십자가들을 세어보다가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자꾸만 사업체를 확장하는 우리 목사님들. 참 대단한 것 같다. 뭐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사업체니까, 생산성을 높이려는 사장의 노력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이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장과 신자들을 쥐어짜는 목사. 닮지 않았는가?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닐것이다. 이 썩어빠진 한국 교회에도 제대로 된 목사님이 당연히 계실 것이다. 실제로 손에 꼽을 정도의 분들을 알고 있고, 그분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
그런데 막상 단군상의 목을 자르거나, 이슬람 지역에 선교를 갔다가 납치를 당하거나, 붉은 악마의 유니폼 색깔로 트집을 잡거나 하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꾸만 모든 교회를 싸잡아 욕하게 된다. 특히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그 분. 내 허락도 없이 나를 하나님께 바쳐버린 그 분이 삽질을 강행하고, 황당한 짓을 반복할 때마다 교회 십자가만 봐도 욕이 나온다.
나는 이렇게 한국 기독교(혹은 개신교)에 대한 불만이 많다. 사실 로마 교황청에서 갈라져나온 여러종파들 중에서 한국적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파를 만들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주변에 가장 많은 이 종교를 이해하지 못해서 참 힘들었다. 이해해보려고 성경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무지 성경말씀을 따르지 않으면서, 무조건 교회에 나오라고 하는 저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원장선생님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교회 신자다. 어린이집 행사를 교회에서 열기도 한다. 아이의 친구 중에는 교회에 다니는 아이가 많다. 어느날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빠, 왜 우리는 교회에 안가요?' 나는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망설였다. 먼저 종교가 뭔지 알려줘야 할 것 같고, 그 다음에 여러 종교 중에 하나인 기독교에 대해 알려줘야 하겠고, 그런 다음에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종교인 한국 교회에 대해 알려줘야 할텐데, 이 긴 얘기를 어찌 들려줘야 할까 고민했다. 결국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만족할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만약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잘 설명해줬을 것이다. 유대교를 믿는 시몬, 기독교(가톨릭과 기독교 통합)를 믿는 카차, 이슬람교를 믿는 알리, 힌두교를 믿는 랄리타, 불교를 믿는 조남이 학교 숙제로 각자의 종교에 대해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세계 5대 종교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종교를 이야기 하는 책이 있다니 참 놀랍다.
글쓴이 지그리트 라우베라는 사람이 여섯개의 나라에서 자라서 다섯개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소개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많은 문화를 접하고 살았기에 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종교에 대한 쉽고 친근한 설명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두번째 장점은 편안하면서도 정확한 묘사가 일품인 그림에 있다. 모니카 친트의 그림은 느낌이 참 좋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종교에 대한 그림으로 딱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설명과 그림으로 알기 어려운 부분들은 사진으로 보충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명한 각 종교의 성지를 사진으로 찾아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아이들이 종교에 대해 편견없이 이해하고, 서로의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하려면 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