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이번 주는 시작부터 너무 힘들었다. 낮에 배송할 때 비가 오락가락 했는데, 가끔 미친듯이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짧은 순간에 옷이 다 젖어 버려 당황스럽기도 했다. 짐을 옮길 때에는 우산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몇 번은 우비를 입고 일하기도 했는데, 우비를 입고 운전석에 앉으면 운전석이 다 젖어 버려서 내리고 탈 때마다 매번 우비를 입고 벗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번거로워서 나중에는 그냥 비를 맞고 일하고 있다. 암튼 이틀 동안 비를 맞아가며 일을 했고, 하필 그 기간에 매장 한 곳의 할인 행사가 있어서 배송 건수도 많았고, 물량도 많았다. 이런 할인 행사를 할 때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이상 빌라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무거운 물건들 주문이 제법 들어온다. 배송 주문을 하시는 조합원들 중 고령인 분들이 많고, 본인이 무거운 상자들을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배송 주문을 하는 심리는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한번에 옮겨야 할 상자들이 너무 많고, 너무 무거우면 나도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상자 하나만 다음에 주문했어도 좋았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7월 중순부터 약 1달 반 이상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폭염과 열대야의 영향이 크다. 내가 일하는 오후 시간에는 폭염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릴 수 밖에 없고, 열대야 때문에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피로를 회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에어컨이 있는 친구들 집을 떠돌아다니기도 했는데, 매일 그럴 수는 또 없었기도 했고,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남의 집을 떠돌아다니는 일이 결코 마음 편한 일이 아니기도 해서 결과적으로는 피로 회복이 잘 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 밤에 조금 기온이 떨어져서 집에서 잘 수는 있지만, 이 낡은 빌라는 여전히 밤에도 덥다. 최근 몇 년을 생각해보면 9월 말까지는 그럴 것 같다.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의 수혜자는 누구?


오랜만에 최신 에너지 뉴스와 자료들을 좀 찾으려고 페이스북에 접속했는데, 지금 페이스북은 온통 용혜인 이야기 밖에 없었다. 이 정치인이 2차례나 위성정당에 참여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던 사실이고, 이렇게 뻔뻔하고 몰염치한 인간이 스스로를 진보정치인으로고 내세우는 꼴이 너무 보기 싫어서 그 이름을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이번에 장관 후보를 수락하면서도 의원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 그야말로 기름을 덮어쓰고 불에 뛰어든 꼴이다. 내가 이 인간을 과소평가 했구나.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뻔뻔하고 몰염치한 인간이었구나. 그 정도가 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혜인에 대한 다양한 비판 중에 과거 언더 조직에서 있었던 활동들을 들춰내는 부분들도 있었다. 사실 운동판에 몸 담은 사람들이라면 기본소득당 이라는 정당 자쳬가 어떤 언더 조직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일종의 가면 같은 거라는 사실을 대부분 알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당을 대표해 두 차례나 위성정당에 파견 나가서 국회의원이라는 엄청난 과실을 따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언더 조직에서 엄청난 위치에 있는 사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보수 정당의 하수인을 자처해 국회의원이라는 더러운 과실을 챙긴 기본소득당과 진보당에 대해서 절대 진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용혜인 개인과 당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떼를 쓰듯 일을 벌리는 상황은 정말 놀랍다. 그야말로 전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오늘 소위 말하는 진보3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공동 성명을 냈다. 그 성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장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는 요구사항을 적어놓았더라. 이걸 읽고 의문이 들었다. 이게 지금 대통령에게 요구할 사안인가? 지금 철회할 거라면 애초에 후보로 올리지 않았겠지. 사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위성장당이라는 편법의 최대 수혜자는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인 것 같지만, 아니다.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이며, 이재명이라는 인간이다. 이재명은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을 하수인으로 부려 먹으면서 지금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간이다. 용혜인을 어울리지도 않는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올린 것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향후 기본소득당을 더 충성스러운 하수인으로 부려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무슨 대통령에게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단 말인가? 애초에 녹색당 역시 과거에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려고 시도했다가 민주당의 외면을 받아 결국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이다. 결과적으로 위성정당에 들어가는 것조차 실패했지만, 그들은 위성정당에 참여하겠다고 공식적인 결정을 내렸던 집단이다.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진보진영의 리트머스 시험지


우연히 박권일 씨의 페북을 봤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페친께서 "진보진영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박원순', '조국', '위성정당'"이라 하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뢰도 99.99% 수준의 시험지임." 이 말을 읽자마자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예컨 한때 존경했던 박래군 선배가 용혜인을 감싸고 도는 어이없는 글을 올린 것을 보며, 이 사람도 이젠 진보라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위성정당으로 인한 논란은 긴 시간 다양한 곳에서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참여 건으로 벌어진 논쟁이었다. 결국 표결을 통해 위성정당에 참여한 두 정당이 자유롭게 참여하게 되면서 운동 진영 안에서도 위성정당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위성정당은 분명한 잘못이며, 해당 잘못을 저지른 정당과 인물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로 흘러왔고, 그 결과가 이번 용혜인 사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슈가 없어서 잠잠하지만, 여전히 고 박원순 씨를 옹호하는 인간들, 조국 씨를 옹호하는 인간들이 진보라고 자처하는 꼴을 볼 수 있다. 만약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진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걸린거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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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0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보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