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는 꿈


뭔가 마감일이 되면 시간에 쫓기는 꿈을 종종 꾼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한참 전에 기고문 하나를 요청 받았었다. 마감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휙 지나서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목요일 밤에 글을 쓰고 금요일에 한번 더 살펴보고 수정한 후에 보내야지 생각했었다. 목요일 저녁에 일을 마치고 글을 쓰려고 사무실에 갈 생각이었는데, 그날 회의가 하나 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무실에 가면 무조건 회의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 회의는 내가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고, 회의에 참여하느라 글을 못 쓰면 이래저래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왔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씻고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새벽에 깨서 사무실에 갈까 더 잘까 하는 고민을 한참 했는데, 결국 잠을 선택하고 말았다. 최근에 일이 좀 힘들었고, 계속 잠이 모자라서 많이 피곤했다는 생각을 하며 잠을 선택한 나 자신을 변호했다. 


금요일 밤에 무조건 글을 써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금요일 저녁 회의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집중해야 할 회의였고, 머리를 많이 써야 할 회의라서 좀 힘들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팠고, 피로감이 컸다. 회의 중간에 한 친구 연락이 왔었다. 회의 중이라는 정해진 문장을 문자로 보냈는데, 나중에 답이 왔다. 추어탕 먹으러 가자고 할 생각이었다고. 회의가 너무 늦게 끝나서 추어탕을 먹으러 갈 상황은 안 되겠지만, 일단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약 그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그 친구 집으로 가서 놀고, 만약 전화를 안 받으면 사무실에서 글을 써야지 생각했다. 첫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래 글을 써야 해. 그런데 너무 배가 고팠다. 편의점에 가서 김밥이라도 사올까 싶었다. 편의점으로 걸어가면서 두번째 전화를 걸었다. 이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친구 집에서 맛있는 걸 먹고, 안 받으면 그냥 김밥을 먹으며 글을 써야지 생각했다.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편의점에 거의 다 와서 잠시 고민했다. 마감일은 토요일이다. 토요일 낮에 한 세시간 정도 집중해서 글을 쓰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긴 회의도 했고, 너무 힘든 하루였으니 그냥 맛있는 것 먹고 놀자. 이런 날 편의점 김밥이라니.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래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번 더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받았다. 본인 집으로 오라고 뭔가 만들어 놓겠다고 했다. 얼른 짐을 챙겼다.


아침 나절에 잠을 깼다가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때 몇 개의 꿈을 꾸었는데, 그 중 두어 개가 마감에 쫓기는 꿈이었다. 마감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나는 빈 문서 창을 두고 단 한 줄도 못 쓰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글을 쓸 수 없었다. 결국 기고문을 청탁했던 분에게서 왜 아직 글을 안 보내느냐는 연락을 받았고, 나는 괴로워하다가 잠에서 깼다. 꿈에서 깨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이게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인가? 원고료 언급이 없었으므로 아마 원고료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에 보내는 기고문이라 잘 써야 한다. 그냥 대충 쓸 수는 없었다. 대략 이런 흐름으로 써야지 하는 얼개는 잡아 놓았었다. 그런데 폰으로 미리 조금 써보려고 하니 미리 구상했던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별로라고 여겨졌다. 아마 여기에서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된 것 같다. 


암튼 점심 무렵에 사무실에 나왔고, 두어시간 동안 여러 자료들을 뒤지며 다시 글을 어떻게 구성할 지 고민했다.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뚝딱 해줄건데 뭐 그리 힘들게 하냐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지만, 내 자존심은 인공지능에게 글을 맡기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맨 처음 구상했던 아이디어로 글을 한 번 써봤는데, 역시나 뭔가 잘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대로 쭉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거의 쉬지 않고 두드려서 분량을 채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 글을 그대로 두고 다시 맨 처음 구상했던 글을 열었다. 이건 이거대로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감 시간은 점점 다가왔고, 다른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결국 완성한 글을 보내기로 했다. 


외국인이 되는 꿈


며칠 전 꿈에서 나는 일본인이었다. 게다가 젊은 사람이었다. 꿈에서 거울을 보았는데, 젊고 잘생긴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꿈에서 깨면서 그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꿈 속의 친구들이 나를 일본인 이름으로 불렀다. 느낌으로는 흔한 일본인 이름 같았다. 그 거울을 보는 장면에서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꿈 속의 나는 친구들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었다.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기념하는 여행 같았다. 아마도 졸업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여행지에서 혼자 산책을 나갔다가 낯선 여성과 마주쳤고, 친구들을 버려두고 그 여성과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꿈이었다. 꿈에서 깨었을 때 내가 일본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적은 많았지만, 외국인이 되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았다. 확실하지 않았지만 명확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또 생각해봤다. 젊어지거나 어려진 꿈은 많았다. 이건 기억나는 것만 해도 수십번이었다. 그럼 혹시 성별이 바뀌어 여성이 되는 꿈을 꾼 적은 없었나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것도 없는 것 같았다. 역시 명확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외국어를 듣고 말한 기억은 제법 있었다. 영어가 제일 많았고, 일본어와 중국어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어로 대화를 나눴던 꿈도 기억났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인이 되었던 꿈에서는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 같았다. 예전에 외국어를 사용했던 꿈에서는 우리말을 쓰다가 특정한 시점에서만 외국어를 사용했고, 그게 외국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했었다. 이번에 일본인이 된 꿈에서는 나 자신이 일본인이라서 굳이 일본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걸까? 내가 그러니까 일본인인 내가 알아듣고 말할 수 있으니 한국인인 내 기준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여기서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우에노 주리 등장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인종, 성별, 연령 모두 변한다.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여성이 되기도 하며, 외국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날 일본인 여성이 된 우진을 여주인공 이수가 찾아오는데, 이때의 우진을 맡은 배우가 우에노 주리였다. 상대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안 이수는 일본어로 묻는데, 오히려 우진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 또 말은 일본어로 했다. 말할 때는 일본어로 하고, 들을 때에는 한국어로 들어야 한다. 이 설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우진은 한국인이고 일본어를 공부한 적이 없어서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우진이 일본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국어로 말하지 못화고 일본어로 말한다. 이게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초능력자가 되는 꿈


이건 몇 달 전에 꾸었던 꿈인데, 당시에 글을 써야지 생각했었지만, 잊고 안 썼던 것 같다. 꿈 속의 나는 아주 짧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었다. 강풀 작가의 타이밍이란 만화에서 강민혁 이라는 인물이 10초 전으로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 그 인물에서 영향을 받아서 꿈 속의 능력이 나온 것 같다. 정확히 10초라는 느낌은 아니었고,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호감이 있는 어느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말이 계속 꼬이고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말실수를 할 때마다 계속 시간을 되돌려서 벌써 수십번을 말을 걸고 있는 중이었다. 단순히 내 말실수 뿐 아니라 말을 하는 중에 이 여성이 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그냥 확 시간을 돌려버렸다. 그래서 같은 장면에서 수십번째 반복 중이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어떻게 말을 해도 이 여성은 계속 거절할 거라는 것을 깨닫고 시간을 되돌리길 포기했다. 예상대로 여성은 거절했고 나는 깨끗이 승복했다. 이 장면은 아마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과거 어느 특정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시간의 제한이 없고 횟수의 제한도 없다. 이 주인공이 잠깐 짝사랑 했던 먼 친척(?)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거절당하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신청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특정한 시점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다는 능력은 비디오 테이프나 카세트 테이프를 뒤로 감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이렇게 쓰면 비디오 테이프와 카세트 테이프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 수 없겠구나. 영화 [테넷]의 인버전과는 약간 비슷한 느낌일 수 있지만 개념 자체가 다르기는 하다. 


이 능력은 방금 저지른 결정적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그게 실수라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중요할 것이다. 너무 늦게 깨달으면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시간이 지나버릴테니. 그리고 실수를 바로 잡으려 되돌렸음에도 다른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꿈 속 데이트 신청 장면처럼 계속 돌리고 또 돌려도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거겠지. 생각보다 썩 좋은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써먹을 일이 많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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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8-1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던 기억은 몇 십 년이 지나도 꿈을 통해 가끔 찾아오나 봅니다. 사회 초년생때 긴장하고 진행한 프로젝트라든지, 연애할 때 고백한 기억이라든지, 돌이키고 싶은 실수의 순간이라든지...가끔 꿈에서 그 아쉬웠던 순간이 우리가 바라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아마도 그때 우리는 자면서도 빙그레 웃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 기억의 수정이 또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