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VS 달리기


9월 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제대로 타는 것을 성공했다. 그 당시 글에도 적었지만, 그 전에 시도했던 건 20년 전이었고, 그때도 골목에서 조금 타는 것은 성공했으나, 차도를 만나자마자 도저히 더 탈 수가 없어서 그냥 포기했었다. 자전거를 평생 못 탈거라고 생각하고 시도할 생각도 안 하고 살았는데, 자전거를 정말 좋아하는 후배들 덕분에 다시 해봤고, 첫 시도에서 바로 자전거를 탔다. 당일 사람 없는 곳에서 두 시간 정도 연습하다가, 우리 동네 천변 자전거 도로를 같이 달려보자는 후배들 말을 믿고 따라가다가 골목에서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괜히 혼자 긴장해서 어버버 하다가 넘어져서 손가락과 손바닥이 까져 피가 났다. 그리고는 다시 한 달 이상 자전거를 안 탔다. 최근에 어쨌든 이번에는 꼭 제대로 자전거를 익히고 싶어서 다시 짧게 연습했다. 두 번. 그래서 지금까지 세 번 자전거 연습을 한 셈이다. 사람이 없는 곳을 그냥 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시야에 사람이나 차량이 보이는 순간 긴장해서 자꾸만 균형을 잃는다. 아주 조금씩 익숙해지는 듯도 한데, 다음 순간에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자전거를 타면 긴장해서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조금만 타도 엄청 힘들고 피곤하다. 익숙하지 않은 일은 이렇게 힘들구나. 게다가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는 무거워서 초심자들이 타기에 적절치 않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그렇구나. 뭐 가벼워도 나는 여전히 잘 타지 못할 것 같지만. 결국은 내가 자전거를 타도록 만들어 준 두 후배는 늘 내게 칭찬만 한다. 잘 탄다고. 처음 타는데 이 정도면 엄청 잘 하는 거라고. 두번째인데 이 정도면 정말 잘 하는 거라고. 며칠 전 세번째 탈 때에는 그 두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내가 자전거 연습을 하는 그 공간 전체를 한 바퀴를 돌았다. 도중에 계속 사람들을 마주치고 심지어 차량도 마주쳤는데,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잘 왔다. 물론 중간에 위태로운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아주 낮은 플라스틱 과속방지턱이 한 대여섯 개 정도 있었는데, 만날 때마다 긴장하며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넘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좀 타고 나서는 달리기를 했다. 자전거는 아직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면, 달리기는 제법 자신 있는 종목이다.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단거리 경주를 해본다면 한 2~30미터 정도까지는 내가 자전거 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전거는 속도를 내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바로 전력질주가 가능하니까. 한 50미터 이상 넘어가면 자전거가 앞서가기 시작해서 100미터 이상 지나면 차이가 벌어지겠지만.


여름 동안 너무 더워서 달리기를 쉬었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다시 달리기를 조금 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10월엔 달리기를 별로 못 했다. 그걸 반성하는 의미로 10월 말부터 그러니까 이번 주부터 다시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1킬로미터 최고 속도를 찍기도 했다. 엊그제 달리기를 마치고 앱에서 기록을 확인해보니 올해 거의 95킬로미터를 달렸더라. 4월과 5월에 좀 많이 달렸고, 6월부터 7월까지는 확 줄었고, 8월엔 거의 달리지 않았었다. 9월에 다시 조금 달리기 시작했고, 10월엔 다시 확 줄었다. 암튼 욕심 내지 않고 하루에 1~2 킬로미터 정도로, 1주일에 5킬로미터 정도를 목표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도중에 분명 못 달리는 기간이 생길테니, 연말까지 120 킬로미터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저번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선배와 최근에 달리기 이야기를 좀 했었다. 그 양반은 매주 금요일에 달리기 모임을 이끌고 있고, 나는 매주 목요일에 달리기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 분은 거의 준 프로에 가까워서 본인의 달리기 실력은 뭐 말이 필요 없지만, 다른 참가자들을 챙기는 데에는 조금 신경을 덜 쓰는 듯하다. 나는 평소 달리기를 할 일이 거의 없는 평범한 사람들 보다는 잘 달리지만, 그래도 그냥 아마추어라 내 실력은 아직 내세울 것이 없다. 다만 내가 어렵게 힘들게 폐활량을 키우고, 주법을 익히며, 바른 자세와 호흡법을 배웠던 과정을 생생히 알고 있기 때문에 달리기 경험이 별로 없는 다른 참여자들에게 이런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고,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는 편이다.


그 형이랑 제대로 달리기를 딱 두 번 했는데, 확실히 장거리 달리기를 주로 하는 사람을 내가 따라가기가 정말 어렵더라. 나는 단거리, 무호흡, 전력질주 중심으로 훈련하는 사람이라, 장거리 달리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장거리를 안 할 수 없지만, 가능하면 1킬로미터나 2킬로미터 단위로 끊어서 달리고 쉬기를 반복하는 편이다. 목요일에는 하루에 5킬로미터까지 달리지만, 나머지 평일에는 보통 1킬로에서 멈추고, 좀 컨디션이 좋다 싶으면 2킬로까지 가곤 한다. 그런데 저 형은 제일 짧게 달리는 것이 6킬로 이상이다. 도중에 전혀 멈추거나 쉬지 않는다. 나로서는 그런 훈련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따라가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기는 했다. 진짜 머리가 멍해지고, 시야가 노랗게 변했다가 회색빛으로 변했다가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함부로 저 사람이랑 같이 달릴 일이 아니구나 깨닫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내게 좋은 자극이 되어서 아주 가끔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짧게 달리기를 자주 하고, 매주 목요일엔 쉬지 않고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할 생각이다.


어제 목요일 오후에 전혀 예상치 못하게 좀 과한 육체노동을 할 일이 갑자기 생겼다. 처음에 긴팔 티셔츠를 입고 일하다가 한 시간도 안 되어 셔츠가 완전히 땀에 젖어버렸다. 젖은 옷을 입고 계속 일하기가 그래서 티셔츠를 벗었다. 어제 아침에 속에 받쳐 입을 옷이 없어서 여름 휴가 때 해변에서나 입는 새빨간 민소매 셔츠를 안에 입고 나왔던 것이 기억나서였다. 위에 입었던 티셔츠가 다 젖었으니 당연히 민소매 셔츠도 다 젖어 있었고, 몸에 완전히 붙는 옷이라 좀 민망하긴 했다. 게다가 새빨간 색이라서 더욱. 다행히 작업하던 곳에 지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가끔씩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경이 쓰이긴 햇다. 하지만 처음에만 잠시 그랬을 뿐, 나중엔 일하느라 그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저녁까지 그렇게 육체 노동을 한 후에 달리기 모임을 위해 잠시 쉬면서도 땀에 젖은 긴팔 셔츠를 입지 않고 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기다렸다. 저녁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 빠르게 땀이 식길래, 조금 고민을 했다. 달리기를 하면 또 땀에 젖을텐데, 이 차림으로 달릴까 아님 지금 조금 몸이 식기 시작하니 젖은 옷이라도 그냥 긴 팔 셔츠를 입어야 하나. 그런데 기다리는 중에 오시기로 한 참여자가 더 늦는다고 연락이 왔고, 슬슬 맨 몸인 팔에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해서 더 고민하지 않고 그냥 옷을 다시 입었고, 참여자가 온 후에 그 상태로 그냥 달리기를 했다. 


믹스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커피 맛도 잘 모르고,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일을 하기 위해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돌리려고 가끔 믹스 커피를 타 마신다. 그런데 단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 믹스커피는 너무 달다. 그렇다고 커피 맛도 모르는데, 밖에 나가서 비싼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물을 많이 타서 약간 밍밍한 믹스 커피를 종종 마셨다. 최근에 매니저님께서 사무실에 전혀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의 두유를 좀 많이 사 두신 것을 봤다. 잘은 모르지만, 커피에 우유를 타서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우유를 못 마시니 두유를 한 번 타서 마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믹스 커피 한 잔을 타면서 두유를 엄청 많이 섞어서 마시니 단 맛이 거의 안 느껴지고 담백한 맛이 제법 괜찮게 느껴졌다. 


나는 아침과 점심을 안 먹는 날이 많아서, 저녁 한 끼만 먹는 1일 1식을 하는 편이다. 평소엔 점심을 안 먹어도 별로 지장이 없는데, 가끔 머리를 많이 쓴 날이나, 가끔 육체 노동을 한 날이면 오후에 좀 허전할 때가 있다. 그런 날에 이렇게 믹스 커피와 함께 두유를 섞어 마시니 점심 대용으로도 좋은 것 같았다. 이거 제법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점심을 거르고 일을 하다가 집중이 필요할 때 커피와 함께 두유를 타서 마셨다. 아직 매니저님께서 사두신 두유가 좀 있으니 한동안은 이렇게 계속 마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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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03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거리를 미터가 아니라 킬로미터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두 분 다 프로시네요.
자전거를 세 번쯤의 연습으로 타신다면 훌륭합니다. 옆에서 동기부여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되지요. 커피 좋아하지 않는 점은 참 좋은 점 같습니다. 건강을 위해 커피를 끊고 싶은데 그건 할 수 없겠더라고요. 자기의 기록에 도전하고 새로운 걸 배우며 사는 게 좋아 보입니다. 파이팅!!!

감은빛 2023-11-24 20:09   좋아요 0 | URL
페크님, 안녕하세요. 답이 좀 늦었네요.
보통 한 번 달리면 1~2킬로미터 달립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 기준으로는 적은 거리죠.

자전거는 첫 시도에서 어떻게 타긴 했는데,
말 그대로 그냥 탈 수는 있게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타지는 못 했죠.

늘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고맙습니다!

cyrus 2023-11-04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평소처럼 삼시세끼를 먹지 않아요. 주말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날인데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면 어느새 밥 먹는 시간을 놓쳐버려요. 밥 대신에 커피를 마실 때가 많아요.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혀가 심심하면 달콤한 맛이 나는 라떼를 마셔요. ^^

2023-11-11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11-24 20:12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반가워요.
밥 시간이라고 밥을 챙겨 먹는 사람들이 저는 좀 신기하더라구요.
배가 고프지 않으면 입맛이 전혀 생기지 않아서요.
그런데 아침과 점심을 안 먹는 습관이 길들어진 후로는
낮엔 배고픔을 거의 느끼지 못해서요.

저는 커피도 몸에 안 받아서 잘 마시지 않아요.
단 맛을 싫어해서 라떼는 거의 먹어 본 적이 없구요.
간혹 먹을 일이 생기면 그냥 아메리카노를 마시죠.

주말에 뭔가 집중하면 다른 일은 잊게 마련이죠.
시루스님의 멋진 글들 잘 읽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얄라알라 2023-11-11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향하는 삶을 사시는 감은빛님, 달리는 사람 감은빛님, 1일 1식 감은빛님.

근데 저는 그걸 지키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ㅎ

감은빛 2023-11-24 20:15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안녕하세요.
저도 저녁만 먹기 시작하기 전에는 낮에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일단 한 번 시도해보시면 어때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탄수화물이 적게 들어가면 그만큼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되더라구요.

누구나 어려움이 있지요.
저도 얄라알라님께 부러워하는 점이 있고,
저만의 어려움도 많으니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