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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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면 고개부터 저을 사람 많다. 왠지 고리타분하고, 그게 아니라도 머리를 쪼갤 것 같아 말이 나오기도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 그렇게 철학은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지 오래다.

철학이 정신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몰라서가 아니다. 혐의를 두자면 현대사회의 즉물성에 둘 수도 있지만 굳이 그것만을 특정해서 말하는 건 형평에 어긋나니 현대사회의 특성이 그렇다고 해두자.

철학은 강단에서나 통하는 학문, 또는 강단 밖에서는 지식인입네 하는 양반들이 씨부렁대는 여기 정도로 인식되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겠다. 그렇다고 철학을 대중 앞에 갖다 놓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잘 아시다시피 조성호의 『철학에세이』 같은 서적은 새내기 대학생들의 의식수준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생각하는 이성의 힘을 다시 일깨우기도 했다.

그 시기, 강영계의 『철학이야기』도 인기 품목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철학은 다시 창고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온갖 먼지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박물관에서나 찾을 희귀 유물, 철학을 광장으로 끌어내기까지는 꼬박 20년이 걸렸다.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을 쓴 황광우. 그의 필명, 정인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세대에게 충격이었다. 그가 써낸 책들은 둔기로 뒤통수를 내려치는 격한 울림을 동반했고, 철학이 실천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비로소 알게 했다. 상아탑에 머물던 철학이 현실세계로 뛰어든 순간, 나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알아야 했다.

세월이 바뀌어도 시대정신은 또렷이 남는 법인가. 그의 책, 『철학 콘서트』가 또 다른 코드를 내장하고 대중 앞에 섰다. 딱딱하기만 했던 철학이 말랑말랑해졌고, 지루하기만 한 철학이 산뜻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자세히 쓰자면 한이 없고, 간단하게 전달하려고 하면 알맹이가 없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 콘서트』는 그 중간에 위치해있다. 중간이란 잘못 서면 이것, 저것도 아니기 쉽다. 중간에 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일 텐데, 대단한 내공이 아니면 쉽지 않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얻기까지 치열했을 저자의 삶을 미루어 짐작해보는 것도 이 책을 대하면서 얻는 별스런 맛일 수 있겠다.

그는 학생이자 노동자이면서 저술가였다. 여러 사람의 생을 한 몸으로 살면서 녹아든 사상이 오롯이 드러난 이 책은, 그래서, 여타 책들처럼 현란한 문체를 앞세워 독자를 위협하지 않는다. 구어체가 주는 호소력을 잃지 않으면서 명쾌한 논리가 전취한 전달력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 난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목도했다. 이러한 균형의 미학은 소크라테스에서부터 카를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사상가 10인의 삶과 철학을 대하는 저자의 시선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구 하나 모자라거나 남는 법 없이 사상가들을, 삶을 대표하는 X축과 철학을 표상하는 Y축의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에 고르게 편재해 놓았다. 그래서 10인에 자기 세대를 살았음에도 마치 소통하듯 끊임없이 대화하고 때론 자기 주장을 강도 높게 쏟아 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각각의 사상가들의 몸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만큼 감정이입의 정도가 깊다.

물론 시대를 초월해 큰 울림을 동반하는 사상가들의 드높은 철학을 단 몇 장의 분량에 압축해 전달하려는 시도 자체가 애초 무리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시도가 일반인들이 철학을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차원의 시도라고는 해도 철학과 철학하는 행위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역작용을 배태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철학에 관한 보편적인 심상, 곧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상을 떠올리면 앞으로도 더 많이 이와 같이 가벼워진 철학서의 필요성은 줄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이 지니는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일 것이다. 상아탑에 머무른 학문을 시장으로 끌어내 대다수가 공유하도록 만드는 일에 이 책이 기여한 바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이유로 이후 이와 같은 책들의 출간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가볍지 않으면서 술술 읽히는 책을 찾고 있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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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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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 구조화된 직장 일에 몸을 내맡기다 보면 1, 20년은 1년만 못하게 지나간다. 때마침 ‘반추’라는 이름의 손님이 찾아오고, 주인공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지난 삶이 허탈해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직장을 얻으면, 결혼하면, 좋은 자리에 오르면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미 오래 전에 잊었는데, 이젠 절대 돌아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살기로 결심한다. "인생 뭐 있어." 체념하듯 외치고 말면 그만이다.

존이 그랬다. 그 또한 행복하지 않은 자기 삶이 허탈했다. 순간 행복한 웃음을 짓는 프랭크 아저씨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를 찾아간 존은 행복한 인생에 관해 중요한 힌트를 얻는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정원의 관리인이라고 상상해 보자. 내 정원에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단다. 바로 ‘나’, ‘상대방’, 그리고 ‘우리’라는. ‘나’를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고, 마지막으로 ‘우리’를 소중히 여기면, 그래, 나 자신이라는 정원을 더 잘 가꿀 수 있게 되는 거란다.”

존은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을 위해 1분 정도 시간을 내기로 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사물을 보는 습관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버스를 타고 달려가는 내내 불안해하느라 온통 정신을 빼앗긴 적이 있다. 걱정한다고 시간을 당길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런 일은 이후로도 자주 반복됐다. 만약 그 시간을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또는 인생을 계획하는 시간으로 바꿨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가꾸지 않았을까?

저자는, 프랭크 아저씨의 입을 빌려, 그것이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데서 온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행복의 제일 원천은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나를 위해 써야할 시간을 땅바닥에 고스란히 팽개쳐버리고서야 무슨 수로 상대방을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더군다나 우리라고 하는 더 큰 범주에 한 발짝이라도 접근이 가능할까 싶었다.

이 책은 전작, 『선택』의 경우처럼 소설적 구성을 통해 독자가,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특정 가치에 자연스럽게 젖어들도록 만들고 있다. 그만큼 따분해 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겠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마치 긴 여정을 한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드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묘한 매력 중의 하나일 터.

모쪼록 이 책이 잘 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공명을 확대해 가기를 바란다. 인생이라는 치열한 격투장에서 잠시 물러나 자신을 잠잠히 성찰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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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초콜릿
공병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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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책.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평소와 다른 책을, 그것도 글과 그림이 조화롭게 구성된, 그래서 부담 없이 아무 때나 펼쳐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그런 노력의 산물이 이 책, 『공병호의 초콜릿』이다.

모호한 제목이 시선을 잡아끈다. 초콜릿하면 무엇부터 생각날까? ‘달콤하다’. ‘피로가 싹 가신다’. ‘정신에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펼치면 우선 심적 안정감부터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그림은 틀 안에 갇혀있지 않다. 글 또한 분에 넘치지 않는다. 글과 그림이 마주보고 얘길 주고받는 듯하다. 그래서 달콤하게 다가온다. 아무 때나 토르륵, 하고 책장을 열어 아무 곳이든 펼쳐 읽으면 쌓인 피로마저 말끔히 씻어줄 것 같다.

착각일까? 서너 꼭지를 읽은 후의 감상이 그랬는데, 과연 이런 감상이 마지막 꼭지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것,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부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고 보면 기우에 불과하겠지 싶어 씨익, 하고 웃었다. 그만큼 이 책의 여백은 그 분포가 넓고 깊다. 저자가 노린(?) 것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저자는 그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된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등을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그리고 그 저작들은 한결같이 칭찬과 비난을 공히 감수해야 했다. 각광받는 저자로서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지만 저자로선 속 쓰렸을 얘기다. 의도와 다른 반응은 때로 몸서리치게 하는 법일 테니까.

아무튼 그가 이런 종류의 책을 내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더 신선했으니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셈이지만 그것이 본령이 아닌 만큼 그가 이 책을 발판으로 본령으로 돌아가 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주길 바란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삶은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대답해준다〉, 〈2부, 아들에게 주는 말〉, 〈3부, 나의 적은 내 안에 있다〉, 〈4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기회다〉, 〈5부, 부자에게서 배우는 작은 습관〉, 〈6부, 삶이 아름다운 이유〉.

1부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과 용기, 능력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을 새김 되어 있다. 전편이 잔잔하게 흐르는 물살과 같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림과 조화된 글이 정신의 수면 중앙부에 깊은 여울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성찰의 기회를 덤으로 얻는 다면 더할 나위 없다.

2부엔 이 땅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고갱이가 구절마다 살아 숨쉬고 있다. 아침 개울가에 부딪는 햇살과 푸르른 바닷가 저 멀리서 날치가 치솟는 모양을 보는 것처럼 가슴 한 켠에 아스라한 멍울을 남겨 놓는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절절하게 들려주는 속정 깊은 열다섯 편의 얘기가 백미다.

제3부와 제4부는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게 만드는 적은 결국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라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대면하게 한다. 고난을 극복하는 길은 닥친 현실을 현실 그대로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좌절의 순간이야말로 새롭게 비상을 꿈꾸는 기회의 순간임을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제3부와 제4부에 녹아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이 그의 말에 진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

부자에 대한 편견과 부에 대한 그릇된 사고를 지니고 있다면 제5부를 먼저 읽기를 바란다. 제5부는 시시콜콜하다고 할 정도로 부자들의 습관을 내밀히 관찰하고 습관이 결과한 특성들을 오목조목 정리하고 있다. 특정 영역에 획을 그은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습관이 내재돼 있게 마련이므로 그것을 거울삼아 현재의 나를 비춰볼 수 있을 것이다.

연전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부자들의 남다른 특성에 주목하고 그들이 행하는 방식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 그 책의 영감 넘친 내용을 이 부에서도 동일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듯 사람의 모양새는 저마다 달라도 부자가 되는 특성만큼은 이상하리 만치 닮아 있다. 치열한 자기성찰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과감한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제6부는 저자가 제1부에서부터 제5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형식을 빌어 들려준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장이다. 저자는 이 6부에서 내면적 풍부함과 정신적인 자유를 잃지 않음으로써 의미 있는 인생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편, 일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그 일에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해 ‘모닝 페이지’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미쳐서 일하고 있는지 묻는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은 현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성공의 제일 원칙인 것이다.

이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안내자가 될뿐더러 지치고 힘들 때 쉼을 얻는 위로자의 역할을 너끈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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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말의 힘 - 어떤 사람도 마음을 열게 하는
할 어반 지음, 박정길 옮김 / 엘도라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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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레젠테이션 학원에 다니는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대뜸 말하는 것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더라는 얘기부터 꺼냈다. 수강생 중 하나는 기껏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브리핑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다른 동료가 그 보고서를 발표하고 칭찬 받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봐야만 했다고 한다. 50대의 회사 중역은 30년 직장 생활 동안 공식적인 자리에 발표자로 서는 데 대한 남모른 콤플렉스를 이번 기회에 없애보자고 학원 문을 두드렸단다.

회사 중역에서부터 자유직업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그 학원에서 그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뭘까 궁금했다. 직장 동료의 말. “자신감을 북돋아 주더라”. 잘했다는 말과 그렇게 죽 하면 틀림없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해주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하지만 자신감을 길러주는 데 칭찬 만한 보약이 어디 더 있을까 싶어 그의 말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 『긍정적인 말의 힘』의 저자가 주목하는 것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로, 난 말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었다. 둘째로, 난 삶을 축복하고,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말을 사용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글은 흔적이 또렷이 남기 때문에 극히 조심하는 반면, 말은 잘못으로 구석에 몰렸을 경우에 조차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하면 그만, 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 게 문제다. 저자는 그것을,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말의 영향력에 주목하기 보다 단순히 일방적인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특히 더 되는 대로(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 무슨 자기 어필을 고도화한 것인 양 버젓이 주장되고, 혹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마치 센스 있는 현대인처럼 부각되는 모습을 보는 심정이란 사실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더욱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주변 없다고 바보 취급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니 착잡함마저 든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격언이 주변을 떠돌기는 해도 사문화한 법조문처럼 고유의 맛과 영향력을 잃어버린 지 오랜 현실이, 말을 대하는 오늘 우리의 슬픈 현주소다.

제1부, 「말, 당신의 첫 번째 향기」는 그런 고민의 일단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제1부에서 ‘말의 기원과 말이 주는 영향, 그리고 말이 타인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입히는 손상에 관해’ 개인적인 경험과 사례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화자(話者)가 말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종국적으로 현명한 말을 선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섬세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제2부와 제3부는 그 연장선상에 서 있으면서 이제 배움의 길에 막 들어선 화자의 의문, 곧 그렇다면 어떤 말이 청자(聽者)의 마음을 열게 하고 용기를 북돋아 사랑과 치유를 불러낼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에 답하는 실제적인 지침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우선 제2부에서 저자는 청자의 마음을 여는 긍정의 말을 다섯 가지로 유형화하고 있다.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겠지만 직장이란 곳은 특히 남을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자신이 도태되고 만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많이 바뀌긴 했어도 업무 능력보다 인간성이 우선 시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인간성이라는 것이 요상하다.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성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성이란 자기 PR에 능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뭔가 있을 법하다고 믿게 만드는 능력,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능력과 통하고, 일면 상사의 각종 대소사라면 빠짐없이 들락거리는 마당발과도 통한다. 그런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틈만 나면 다른 사람에 대해 비난하는 것. 특히 그 비난의 대상이 경쟁자인 경우에 유별난데, 그것은 남보다 빨리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성공의 표본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 한 결과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직 내에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것이 능사일까? 성공일까? 궁극적으로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비난은 남을 죽이는 말이다. 그 말에는 생명력이 없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제 살을 파먹기 딱 좋은 말이다. 말이란 본디 사람을 살리는 말이어야 제대로 된 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긍정의 말 또한 사람을 살리는 말이다. 그 말은 삶을 축복으로 이끌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관계를 맺고 치료한다. 존경과 감사를 보여줄 뿐 아니라 한바탕 웃게 만들기도 한다. 듣기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또한 긍정의 말은 가족 구성원간의 친밀감을 높여 가족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상냥하고 바른 말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타인의 기대치에 가뿐히 올라서게 한다. 또한 어는 곳에서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높인다. 그 과정에서 성과는 당초 목표를 훨씬 뛰어넘게 되고 즐거움은 배가되는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긍정의 말이 주는 힘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고전과 현대 저작을 넘나들고 부정의 말이 주는 악영향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그 효과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아울러 그가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은 말이 생활과 관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에 눈뜨게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신들이 한 말의 행태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마저 제공하고 있다.

저자의 제자(빌)가 보낸 편지글은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 음미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강의를 수강한 며칠 동안 빌은 ‘남을 인정해 주는 말은 그저 감상적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긴 후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다. 편지글은 그 결과였다. 말에 대한 교훈들이 빌에게 끼친 영향은 이렇다.

첫째, 말이 지닐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보다 신중하게 말을 골라서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둘째,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게 되었고,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장점을 말할 기회를 찾아냈다. 셋째, 일단 시도해보자.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일은 훨씬 수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넷째,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 때마다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변화는 행동을 타고 온다. 잘못된 언어 습관을 돌아보고 긍정적인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실제 생활에서 관계와 삶을 풍성케 하는 데 이 책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긍정적인 말의 힘을 놀랍도록 일깨우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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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로니 전략 - 내 안에 숨어있는 20% 매운맛을 찾아라!
옌스 바이트너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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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인상, 하, 재밌어.(호감)
두 번째 인상, 정말 그래!(공감)
세 번째 인상, 어디 한 번?(실천)

파프리카처럼 살면 안 된다. 모름지기 매운 맛이 있어야 한다. 한 20%만 페페로니를 가미해라. 그러면 직장생활 오케이다. 명쾌한데다 공감이 팍 들고, 거기다 재미있기까지.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하는 괜한 심술이 발동하는데. 성공전략을 입혀주려는 책이 정장이 아닌 청바지 얼굴을 하고 이렇듯 마구 달려들어도 되는 건지, 나 원. 그렇다고, 뭐, 안될 건 없다. 우선 읽혀야 뭐가 되도 되는 법. 출판 목적과 수입은 나중 문제 아닌가, 아녀?

이 책, 무척 재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얼마 남지 않은 호두 까먹듯 내내 아까워하며 이 책을 읽었다. 페페로니 지수 테스트 설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고 나서 내가 ‘의사관철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적이지만, 동시에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란 것도 처음 알았고. 바보같이 그래서 그 때 그랬구나 하고 지난 날 내 과오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조금만 일찍 나왔어도 내가 말이야, 정말 말이야.

미안한 마음에, 내게 편견이 있었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난 통칭 처세서로 알려진 책들에 알러지가 있었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그렇고 그런 말들을 적당히 양념해 화려한 포장지로 감춘 책이라고 단정했으니 당연했다. 책다운 책은 아니라는 생각, 난 그 생각으로 20년을 버텼다. 한 번도 안 읽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 책이 20년 만에 처음, 하 오랜만에 임자 ‘지대로’ 만났다. 버릇마저 발동하고 보니 이젠 아연 실색할 지경.

좋은 책을 만나면 며칠씩 읽는 버릇이 있다. 아끼고 아껴 읽느라 그런 것. 다른 책이야 평소 하던 대로 하루를 넘기지 않는데, 유독 좋은 책엔 무슨 병인양 그런 버릇이 허구 헌날 도진다. 20년 세월이니 이젠 고칠 엄두도 나질 않고. 그런데 그렇게 며칠씩 읽는 책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서적뿐이었는데, 요번엔 그러니까, 참으로 요상하다는 얘기.

마도 페페로니 전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는 것이겠다. 직장인의 애환이 서린 직장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콩 볶듯 이리저리 볶아대니 누구라고 그 맛에 껌뻑,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남의 얘기가 아닌 내 얘기에 솔깃하는 법. 이 책의 마력은 거기에 있다. 굳이 이 책이 알려주는 전략대로 살지 않아도 내가 속한 직장이 그렇게 움직였구나, 하는 애틋한 공감과 다양한 사건 속에는 그런 숨은 관계가 있었구나, 하고 지난날의 실수를 박장대소하며 허리를 뒤로 눕히고 웃어젖힐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면 이 책의 목적은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하는 전략에 충실해서 얻을 수 있는 걸 얻으면 그것도 좋고.

이 책을 이렇게 규정하는 게 이젠 못마땅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나질 않으니 용서하시길. 이 책은 처세서에도 이렇듯 소설 같은 - 재미있는 - 형식이 들어올 수 있다는 좋은 예를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물러 터졌을 거라는 오해는 말길. 이 책은 당신 안에 있는 매운 맛을 불러내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그 매운맛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전 지침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맵기만 해서는 곤란한 일. 적당하게 매워야 감칠맛도 나는 법이다. 적당하게 매운맛. 이 책이 지향하는 바다.

끝으로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페페로니 전략의 목적은 물불 가리지 않는 출세 지향주의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힘,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힘, 당신에게 천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바로 그 힘, 즉 당신의 건강한 공격성을 일깨우는 데 있다.」(P243)

보너스 하나. 《페페로니 전략의 8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 원칙 - 목표를 위해 힘있게 밀어붙여라!
두 번째 원칙 - 가망 없는 힘겨루기는 포기하라!
세 번째 원칙 -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하라!
네 번째 원칙 - 불평꾼, 패배자, 회의주의자를 멀리하라!
다섯 번째 원칙 - 맷집을 길러라! 공격자의 강력한 공격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더라도 내색하지 마라. 오히려 이렇게 말해보라. “멋진 공격이었어. 그런데 내 생각엔 다시 한번 시도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제대로 말이지.”
여섯 번째 원칙 - 방어용 화법을 익혀라! 공격자의 기습적인 질문에 대응하고 반론을 준비할 짤막한 틈을 마련해야 한다. “방금 하신 말씀, 정말 흥미롭군요. 그런데 그 말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곱 번째 원칙 - 나쁜 소문에 즉각 대응하라!
여덟 번째 원칙 - 정기적으로 적을 분석하라!

보너스 둘. 《권력자(상사) 다루는 법》도 소개한다.
1. 직장 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하고 홍보하라!
2. 권력자에게 당신이 그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라!
3. 믿음직스럽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충성심(설령 자신의 충성심을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고 해도)을 암시하라.
4. 솔직한 비판과 피드백이 현명하고 용감한 전략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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