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말의 힘 - 어떤 사람도 마음을 열게 하는
할 어반 지음, 박정길 옮김 / 엘도라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프레젠테이션 학원에 다니는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대뜸 말하는 것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더라는 얘기부터 꺼냈다. 수강생 중 하나는 기껏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브리핑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다른 동료가 그 보고서를 발표하고 칭찬 받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봐야만 했다고 한다. 50대의 회사 중역은 30년 직장 생활 동안 공식적인 자리에 발표자로 서는 데 대한 남모른 콤플렉스를 이번 기회에 없애보자고 학원 문을 두드렸단다.

회사 중역에서부터 자유직업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그 학원에서 그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뭘까 궁금했다. 직장 동료의 말. “자신감을 북돋아 주더라”. 잘했다는 말과 그렇게 죽 하면 틀림없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해주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하지만 자신감을 길러주는 데 칭찬 만한 보약이 어디 더 있을까 싶어 그의 말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 『긍정적인 말의 힘』의 저자가 주목하는 것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로, 난 말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었다. 둘째로, 난 삶을 축복하고,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말을 사용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글은 흔적이 또렷이 남기 때문에 극히 조심하는 반면, 말은 잘못으로 구석에 몰렸을 경우에 조차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하면 그만, 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 게 문제다. 저자는 그것을,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말의 영향력에 주목하기 보다 단순히 일방적인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특히 더 되는 대로(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 무슨 자기 어필을 고도화한 것인 양 버젓이 주장되고, 혹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마치 센스 있는 현대인처럼 부각되는 모습을 보는 심정이란 사실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더욱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주변 없다고 바보 취급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니 착잡함마저 든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격언이 주변을 떠돌기는 해도 사문화한 법조문처럼 고유의 맛과 영향력을 잃어버린 지 오랜 현실이, 말을 대하는 오늘 우리의 슬픈 현주소다.

제1부, 「말, 당신의 첫 번째 향기」는 그런 고민의 일단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제1부에서 ‘말의 기원과 말이 주는 영향, 그리고 말이 타인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입히는 손상에 관해’ 개인적인 경험과 사례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화자(話者)가 말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종국적으로 현명한 말을 선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섬세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제2부와 제3부는 그 연장선상에 서 있으면서 이제 배움의 길에 막 들어선 화자의 의문, 곧 그렇다면 어떤 말이 청자(聽者)의 마음을 열게 하고 용기를 북돋아 사랑과 치유를 불러낼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에 답하는 실제적인 지침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우선 제2부에서 저자는 청자의 마음을 여는 긍정의 말을 다섯 가지로 유형화하고 있다.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겠지만 직장이란 곳은 특히 남을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자신이 도태되고 만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많이 바뀌긴 했어도 업무 능력보다 인간성이 우선 시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인간성이라는 것이 요상하다.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성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성이란 자기 PR에 능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뭔가 있을 법하다고 믿게 만드는 능력,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능력과 통하고, 일면 상사의 각종 대소사라면 빠짐없이 들락거리는 마당발과도 통한다. 그런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 하나 있다. 틈만 나면 다른 사람에 대해 비난하는 것. 특히 그 비난의 대상이 경쟁자인 경우에 유별난데, 그것은 남보다 빨리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성공의 표본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 한 결과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직 내에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것이 능사일까? 성공일까? 궁극적으로 행복감을 줄 수 있을까?

비난은 남을 죽이는 말이다. 그 말에는 생명력이 없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제 살을 파먹기 딱 좋은 말이다. 말이란 본디 사람을 살리는 말이어야 제대로 된 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긍정의 말 또한 사람을 살리는 말이다. 그 말은 삶을 축복으로 이끌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관계를 맺고 치료한다. 존경과 감사를 보여줄 뿐 아니라 한바탕 웃게 만들기도 한다. 듣기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또한 긍정의 말은 가족 구성원간의 친밀감을 높여 가족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상냥하고 바른 말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타인의 기대치에 가뿐히 올라서게 한다. 또한 어는 곳에서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높인다. 그 과정에서 성과는 당초 목표를 훨씬 뛰어넘게 되고 즐거움은 배가되는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긍정의 말이 주는 힘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고전과 현대 저작을 넘나들고 부정의 말이 주는 악영향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그 효과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아울러 그가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은 말이 생활과 관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에 눈뜨게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신들이 한 말의 행태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마저 제공하고 있다.

저자의 제자(빌)가 보낸 편지글은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 음미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강의를 수강한 며칠 동안 빌은 ‘남을 인정해 주는 말은 그저 감상적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긴 후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다. 편지글은 그 결과였다. 말에 대한 교훈들이 빌에게 끼친 영향은 이렇다.

첫째, 말이 지닐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보다 신중하게 말을 골라서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둘째,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게 되었고,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장점을 말할 기회를 찾아냈다. 셋째, 일단 시도해보자.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일은 훨씬 수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넷째,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 때마다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변화는 행동을 타고 온다. 잘못된 언어 습관을 돌아보고 긍정적인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실제 생활에서 관계와 삶을 풍성케 하는 데 이 책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긍정적인 말의 힘을 놀랍도록 일깨우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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