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태교동화
오선화 글, 김은혜 그림 / 강같은평화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태교동화》: 할머니 무릎에 앉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포근한 감성의 동화

                                              - 태아는 물론 어른에게도 좋은 동화 -

 

90년대 초반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모차르트 이펙트’는 항간에 소리와 음악에 관한 인간의 선천적인 청각능력을 개발하면 창의성과 학습효과를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EQ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때라 정서를 고양하고 태교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발매회사의 광고카피는 파급효과가 대단해서 고객들을 연일 레코드점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레코드점은 모차르트 음악 CD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CD는 레코드점에 갖다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태교 음악으로 클래식을 들은 산모의 자녀가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더 안정됐다는 심리학자들의 보고가 이어지자 임산부들까지 클래식 CD 사재기에 앞 다퉈 나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회는 모자르트 열풍에 휩싸였다. 이후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모차르트 이펙트’는 차츰 잊혀져갔다. 그렇다고 태교에 대한 관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 태교는 태교음식, 태교동요, 태교운동, 태교동화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관련 자료에 관한 콘텐츠가 성경에 많음에도 여태까지 이렇다 할 성경태교서적 하나 제대로 출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경은 그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또한 인물들을 장단점에 따라 선별하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생활 곳곳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순도 높은 노하우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구할 바와 장래계획에 관해 그들이 선택한 것을 유심히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추구와 계획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사전에 검증해 볼 수 있다. 더욱이 가정과 직장 또는 그 외 조직생활에 필요한 신의와 성실, 그리고 우애 등의 덕목의 완전한 형식과 내용인 하나님의 가없는 사랑을 가깝게 마주할 수 있다.




태교에 흐르는 원초적인 형식이 사랑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그 완전체인 하나님의 사랑을 돌아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부모의 사랑이 아무리 무조건적이라고 해도 죄 없는 자기 아들을 다른 사람들의 죄를 사해주기 위해 내준 하나님의 사랑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을 사람에게 불어넣기를 좋아하셨다. 죄로 인해 사람 안에 심겨진 사랑이 희석되고 그만큼 희미해졌지만 그럼에도 그 사랑 안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근본 뿌리가 되어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 하나님께로 갈 길이 닫히지 않는 것이다. 성경 속 인물들을 통하면 하나님의 사랑을 하나둘씩 알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치 야곱의 맹목적인 사랑, 요셉의 너그러운 사랑, 모세의 웅대한 사랑, 리브가의 애틋한 사랑 등으로 표현하듯이 말이다.




이 책 《성경태교동화》의 저자는 하나님이 당신의 사랑을 사람 안에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았는지를 섬섬옥수로 자상하고 온화하게 형상화해 놓았다. 이미 저자는 〈영재태교동화〉를 썼을 정도로 태교동화에 관한 한 검증받은 작가다. 베다니교회의 태아교육 사역팀장 및 영아부교사로 다년간 태교에 헌신한 저자는 임산부와 영아를 섬기는 과정에서 만난 하나님의 사랑을 여성의 섬세한 감각과 부드러운 눈매에 담아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총 25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남다른 점이 있다. 읽다보면 어느새 할머니 무릎에 앉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포근한 감성에 젖어들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연신 보채는 눈망울로 할머니를 응시하는 어린아이가 떠오른다. 물론 어린아이는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이다. 책을 읽으며 잠시라도 아이가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가 당시 심정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경이를 이 책이 선사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는 곧 저자가 구체적으로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을 글로 엮은 저자의 솜씨가 결합돼 익히 들은 이야기마저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한 결과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와 태교동화의 같은 점은 화자가 무한한 사랑으로 청자를 대한다는 데 있다. 화자와 청자의 그와 같은 관계는 근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청자는 어떤 이야기든 들을 준비가 돼 있으며 화자는 청자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이때 그들 사이를 매개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이야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야기는 상호의 친밀감 확대를 넘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가 된다. 가정을 사회의 최소한으로 정의할 때 그것이 가정의 중요성을 내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야기가 가정의 사회성을 증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경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가 하나님과 바른 관계에 선다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일이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은 아이는 이후 하나님 안에서 건강하게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의식을 부추기고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을 재생산하는 사회에 매몰되지 않고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는 귀한 자녀로 자라나는 데 성경동화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둘째, 할머니의 이야기와 태교동화는 그 이야기에 각각 교훈이 들어있다. 본질적으로 교훈은 이야기 자체에 심겨져 있기도 하지만 화자가 청자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바가 담겨있다. 이야기가 담고 있는 교훈은 화자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변용이 가능한데, 그것은 청자의 입장이나 수용능력을 어느 선에 두느냐와 관련이 있다. 결국 교훈의 각색은 오롯이 화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성경태교동화》를 할머니 무릎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운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할머니의 손자사랑에 버금가는 애정으로 거듭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특히 성경동화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녹아있어 그 말씀이 우리에게 건강에 필요한 ‘약’이 되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긴 성경적 교훈을 자상하게 드러내고 있다. 베다니교회에서 태아교육팀장을 맡고 있는 교사로서 저자는 성경동화가 아이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침을 임상적으로 잘 알고 있을 터다. 아마도 그와 같은 임상 경험이 저자를 성경에 관한 한 드문 이야기꾼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부분 엄마 손에 폭 잠기는 포근한 느낌처럼 귓전을 울리고 봄볕처럼 포근하게 가슴에 아련하게 포말을 일으킨다. 




아울러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상상력을 동원해 지면에 불러냄으로써 각각의 인물들을 살아 숨쉬는 동시대인으로 형상화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그것이 《성경태교동화》의 인물들을 마치 눈앞에서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독자가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선택에 함께 공명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주요인일 것이다. 태아 또한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엄마의 이야기를 귀를 쫑긋 세우고 듣다가 궁금증이 너무 들어 ‘세상 밖으로 나가면 물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 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면 전부는 아니라 해도 태아시절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가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태아에게는 어떤 세상이야기보다 사랑과 소망이 가득한 성경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유감스럽게도 세상이야기는 그 안에 경쟁의식 고양, 상하관계 조장, 상승욕구 과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표면적으로 그렇지 않다 해도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가 세상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언제든지 그 반대의 의미로 아이에게 전달될 개연성이 높다. 부모가 이야기와 달리 나누고 다소 손해 보는 듯 살아서는 안 되는 세상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다면 이야기는 이야기로 그칠 뿐 아이의 삶 속에 공명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은 화자의 이야기에 대한 긍정적 동의와 청자의 공감이 결합될 때 증폭된다. 저자가 각각의 이야기 말미에 엄마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 당부의 말에는 태어날 아이가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엄마의 심정이 깊이 담겨있다. “어때, 요한은 정말 사랑으로 변화된 사람이지? 엄마 아빠도 우리 아가한테 많은 사랑을 줄 거야. 예수님만큼은 아니어도 정말 많이 사랑하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우리 아가도 버럭버럭 화내는 사람보다는 신중한 사람이 되어야 해. 요한처럼 보아너게(천둥의 아들이란 뜻)라고 불리면 안 되잖아. 엄마 아빠도 너에게 천둥보다는 구름이 되도록 노력할게.” 이런 말을 들고 자란 아이가 건강한 품성과 곧은 심성을 갖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세상은 태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매체를 이용해 빠르게 부모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태교동화에서부터 태교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갖춘 교육기자재 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태교동화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성경 관련 동화의 수 또한 크게 낫지 않다. 이는 성경교육 전반에 대한 인식이 세상의 그것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모쪼록 이 책이 태아 및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실질적으로 일깨우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84 2010-05-1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