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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로니 전략 - 내 안에 숨어있는 20% 매운맛을 찾아라!
옌스 바이트너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첫 번째 인상, 하, 재밌어.(호감)
두 번째 인상, 정말 그래!(공감)
세 번째 인상, 어디 한 번?(실천)
파프리카처럼 살면 안 된다. 모름지기 매운 맛이 있어야 한다. 한 20%만 페페로니를 가미해라. 그러면 직장생활 오케이다. 명쾌한데다 공감이 팍 들고, 거기다 재미있기까지.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하는 괜한 심술이 발동하는데. 성공전략을 입혀주려는 책이 정장이 아닌 청바지 얼굴을 하고 이렇듯 마구 달려들어도 되는 건지, 나 원. 그렇다고, 뭐, 안될 건 없다. 우선 읽혀야 뭐가 되도 되는 법. 출판 목적과 수입은 나중 문제 아닌가, 아녀?
이 책, 무척 재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얼마 남지 않은 호두 까먹듯 내내 아까워하며 이 책을 읽었다. 페페로니 지수 테스트 설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고 나서 내가 ‘의사관철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적이지만, 동시에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란 것도 처음 알았고. 바보같이 그래서 그 때 그랬구나 하고 지난 날 내 과오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조금만 일찍 나왔어도 내가 말이야, 정말 말이야.
미안한 마음에, 내게 편견이 있었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난 통칭 처세서로 알려진 책들에 알러지가 있었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그렇고 그런 말들을 적당히 양념해 화려한 포장지로 감춘 책이라고 단정했으니 당연했다. 책다운 책은 아니라는 생각, 난 그 생각으로 20년을 버텼다. 한 번도 안 읽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 책이 20년 만에 처음, 하 오랜만에 임자 ‘지대로’ 만났다. 버릇마저 발동하고 보니 이젠 아연 실색할 지경.
좋은 책을 만나면 며칠씩 읽는 버릇이 있다. 아끼고 아껴 읽느라 그런 것. 다른 책이야 평소 하던 대로 하루를 넘기지 않는데, 유독 좋은 책엔 무슨 병인양 그런 버릇이 허구 헌날 도진다. 20년 세월이니 이젠 고칠 엄두도 나질 않고. 그런데 그렇게 며칠씩 읽는 책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서적뿐이었는데, 요번엔 그러니까, 참으로 요상하다는 얘기.
아마도 페페로니 전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는 것이겠다. 직장인의 애환이 서린 직장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콩 볶듯 이리저리 볶아대니 누구라고 그 맛에 껌뻑,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남의 얘기가 아닌 내 얘기에 솔깃하는 법. 이 책의 마력은 거기에 있다. 굳이 이 책이 알려주는 전략대로 살지 않아도 내가 속한 직장이 그렇게 움직였구나, 하는 애틋한 공감과 다양한 사건 속에는 그런 숨은 관계가 있었구나, 하고 지난날의 실수를 박장대소하며 허리를 뒤로 눕히고 웃어젖힐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면 이 책의 목적은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하는 전략에 충실해서 얻을 수 있는 걸 얻으면 그것도 좋고.
이 책을 이렇게 규정하는 게 이젠 못마땅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나질 않으니 용서하시길. 이 책은 처세서에도 이렇듯 소설 같은 - 재미있는 - 형식이 들어올 수 있다는 좋은 예를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물러 터졌을 거라는 오해는 말길. 이 책은 당신 안에 있는 매운 맛을 불러내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그 매운맛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전 지침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맵기만 해서는 곤란한 일. 적당하게 매워야 감칠맛도 나는 법이다. 적당하게 매운맛. 이 책이 지향하는 바다.
끝으로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페페로니 전략의 목적은 물불 가리지 않는 출세 지향주의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힘,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힘, 당신에게 천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바로 그 힘, 즉 당신의 건강한 공격성을 일깨우는 데 있다.」(P243)
보너스 하나. 《페페로니 전략의 8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 원칙 - 목표를 위해 힘있게 밀어붙여라!
두 번째 원칙 - 가망 없는 힘겨루기는 포기하라!
세 번째 원칙 -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하라!
네 번째 원칙 - 불평꾼, 패배자, 회의주의자를 멀리하라!
다섯 번째 원칙 - 맷집을 길러라! 공격자의 강력한 공격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더라도 내색하지 마라. 오히려 이렇게 말해보라. “멋진 공격이었어. 그런데 내 생각엔 다시 한번 시도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제대로 말이지.”
여섯 번째 원칙 - 방어용 화법을 익혀라! 공격자의 기습적인 질문에 대응하고 반론을 준비할 짤막한 틈을 마련해야 한다. “방금 하신 말씀, 정말 흥미롭군요. 그런데 그 말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곱 번째 원칙 - 나쁜 소문에 즉각 대응하라!
여덟 번째 원칙 - 정기적으로 적을 분석하라!
보너스 둘. 《권력자(상사) 다루는 법》도 소개한다.
1. 직장 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하고 홍보하라!
2. 권력자에게 당신이 그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라!
3. 믿음직스럽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충성심(설령 자신의 충성심을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고 해도)을 암시하라.
4. 솔직한 비판과 피드백이 현명하고 용감한 전략이라는 생각은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