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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레슨 - 우리 아이 악기 선택부터 신나는 연주까지
스테파니 슈타인 크리스 지음, 정유진 옮김 / 함께읽는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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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해보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사실 마음 같지 않은 게 있다. 개인적으로 그건 악기 연주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사촌형에게 속내를 털어놨더니 수주일이 지나 중고 기타 하나를 보내왔다. 쓰던 것이지만 알아주는 기타라는 말로 동생에게 새 것을 사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어쨌든 기타를 받아들고 무척 고무된 난, 친구들에게 대단한 상표의 기타라는 점을 누누이 밝히고 다녔다.

 

과연 잘 쳤을까? 아니면 잘 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그때 무슨 기타 초급 연습용 책을 어렵게 구입해서 두 주간 열심히 기타 줄을 뜯었던 기억은 있다. 해변에서 멋진 기타 연주로 좌중의 흥을 돋우는 장면을 나름대로 연상하며 기대에 부풀기는 했다. 멋쩍게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기대감이 물거품으로 변해가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로 좀체 늘지 않는 실력의 벽에 갇혀 있기를 또 3주, 교본을 드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기타의 관심 또한 서서히 줄어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아마도 악기를 연주할 최적의 기회였던 것 같기는 하다. 이후로 한 번도 악기와 친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악기를 한 번 연주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고 그 중 셋째가 여섯 살 때부터 악기에 관심을 보였다. 마침 또래 유치원생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걸 자랑했나 보다. 아이 성화에 못 이겨 한 달 학원증을 끊었다. 아이는 틈만 나면 악기를 연주했다. 번듯한 피아노가 아니었으니 소리가 제대로 날 리 없었지만 장난감 피아노일망정 아이의 연주는 여느 연주가의 연주 못지않았다. 아이의 연주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아이의 성화에 앞서 아이에게 연주 가능한 악기 하나쯤 갖게 하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악기 교습은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모습이 즐거워 그새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굳이 연주가가 되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이 책, 〈뮤직레슨〉을 읽고 늦바람 같은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에게 연주가의 자질이 있는지(음악에 강하게 관심을 보이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그 단초를 몇 가지로 정리했다.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어떤 곡이든 상관없이 따라 부르거나, 예전에 들었던 곡을 종종 다시 부르곤 한다. 비교적 정확하게 리듬을 따라서 한다. 집에 있는 어떤 악기든 싫증내지 않고 가지고 놀면서 때때로 어떤 음이나 곡조를 정확히 짚어낸다. 전체 곡 중 귀에 익숙한 어떤 특정 부분을 다시 듣게 해달라고 조른다.’

 

우리 아이의 경우 모두 맞아 떨어졌다. 사정이 그렇다고 당장 연주가의 길로 들어서도록 호들갑은 떨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호기심을 가진 때 적절하게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다는 게 기뻤다. 대부분 부모의 심정이 그것과 같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었다는 뿌듯함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아직 꿈 많은 여덟 살이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겠지만 아이가 연주가와 화가 사이에서 어떤 꿈을 선택을 하든, 또는 전혀 다른 꿈을 찾아 떠나든 적극 응원할 마음 자세는 되어 있다. 이 책이 그런 마음을 다잡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준 것에 감사한다.

 

저자는 전문가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어떤 악기에 소질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음악이 악기 연주에 도움이 되는지 등등에 관해 소상히 전하고 있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부모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아이가 경험할 세계가 제한받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아이의 꿈을 꺾은 게 아니었을까 싶은 후회가 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의식은 대부분 자신이 과거에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에 기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육상선수의 꿈이 좌절되면서 그 돌파구로 축구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축구공이 너무 갖고 싶어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한 가지만 약속하면 언제든 사주겠다고 하셨다.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그 조건이었다. 그럴 자신이 없던 난 또렷이 말씀드리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2학년이 될 때까지 내겐 번듯한 축구공 하나 없었다. 상황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축구공 하나 사주면서 그런 엄청난 기대를 조건으로 거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이유였다.

 

그런 쓰라린 경험이 아이가 바라는 건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고집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엄밀히 말해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어쨌든 그 경험이 되도록 현재 수준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면 그 범위 내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려는 마음은 갖게 했을 것이다. 다소 비싼 레슨비에 당혹스럽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더군다나 아이가 포기하지 않으면 그만한 돈을 매달 지불해야하는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저런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건 아이의 호기심이 줄곧 이어져가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아이의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정도와 강도를 확인하는 데 적절하다. 그리고 어느 시기에 어떤 악기를 권해 줄 수 있는지에 관한 실제적인 도움마저 주고 있다.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연주가가 되는 건 분명 차이가 있다. 비록 아이가 연주가가 되지 않더라도 악기 하나쯤 제대로 다뤄줄 줄 알면 그것으로 족하다. 부모 앞에서도 좋고 나중에 아이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난 후 그 가족과 함께 음악을 즐겨도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돌아보게 만든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굳이 예로 든 음악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새삼 관찰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오늘, 우리 아이는 어떤 악기에, 그리고 어떤 음악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더 넓게는 무엇을 하고 싶어 할까, 곰곰이 따져보는 건 어떨까? 짐작컨대 아이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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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심리백과 - 완벽한 부모는 없다
이자벨 피이오자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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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모 방송인이 그가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아빠가 된 심정을 리얼하게 표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진통을 시작한 아내와 떨어져 전남 모처에서 프로그램을 찍고 있었다. 목적지로 이동하는 길지 않은 순간에 카메라가 잡은 그의 심경은 복잡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몸에서 기대와 불안이 뚝뚝 떨어지고 나서 마침내 연락이 왔다. 감격에 사로잡힌 그는 동료들과 떨어져 조용히 숲 속을 걸어 들어갔다.

 

부모가 된다는 것, 그건 무척 가슴 벅찬 일임에 틀림없다. 이 세상에 자기와 꼭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에 감동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부모가 된다는 것과 부모로 산다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임에도 부모가 되면 마치 모든 게 다 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때부터 새로운 긴장관계가 시작된다는 걸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 책은 특히 아이와의 관계에서 부모가 겪는 혼란과 미숙한 대응 등을 솔직히 그려내고 있다. 남의 아이의 실수와 잘못은 쉽게 용서하면서도 자기 자식의 그것은 호되게 꾸짖는 부모의 행동을 지적한 것이 그 예다. 저자는 여기서 더나가 자식의 실수와 잘못을 참을 만큼 참았다고 믿고 자식에게 자신의 분노를 쏟아내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부모의 심리를 거침없이 꼬집고 있다. 첫 장부터 쏟아지는 저자의 일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저자가 작심한 듯 펼친 부모의 의식과 행태 전반에 대한 비판의 칼날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공감의 폭이 상당히 넓고 크다.

 

이유는 저자의 비판이 대부분 실제 생활 가운데서 자주 겪는 일을 겨냥하고 있을뿐더러 그런 일들에 드러난 심리상태가 개인의 경험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데 있다. 이는 저자가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경력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책 곳곳에서 만나는 사례와 에피소드들은 주인공을 '나'로 치환해도 좋을 만큼 실제적이고 직접적이다.

 

우선 저자는 일상적으로 부닥치는 부모의 정서적 혼란을 활자와 행간 곳곳에 배치해놓음으로써 부모가 그런 문제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도록 이끌고 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다그치지만 실제로 자신의 불만족을 아이에게 투사하지는 않는지, 부모가 되면 이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반복하는 데서 필연적으로 오게되는 정서적 혼란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저자가 언급한 혼란한 감정의 예들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런 문제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가 오래 담아둘 여유가 없던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들은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자 밖으로 드러나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런 부모의 혼란한 감정을 야기한 행동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자식들의 정서적 이성적 왜곡을 바로잡을 여지를 가질 수 있다.

 

자식은 부모와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함께 어울려 놀고 친구처럼 부모와 터놓고 얘기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런 부모는 사실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답 같은 이유 말고 저자 특유의 분석적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자는 완벽한 부모란 없음을 전제하고 이 책을 썼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가 자식에게 좋은 부모가 되려는 마음을 갖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완벽한 부모'를 이르지 않음에도 자주 또는 은연중에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에게 지칠 뿐 아니라 일정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자식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비판이 직접적으로 부모를 겨냥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부모의 무의식 깊숙이 자리잡은 '완벽한 부모 되기'의 허상을 벗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책의 부제를 '조금 느슨한 부모 되기'라고 붙여도 좋을 것이다. '어깨의 힘을 조금 뺀 부모', '아이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덜어낸 부모',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기보다 조금은 어이없어 보이는 행동을 아이와 같이 해보는 부모'가 되려는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완벽한 부모보다 아이와 상대가 되는 부모가 좋지 않을까. 지나치게 긴장하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고된 부모 노릇에서 잠시 비켜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세상에 슈퍼 우먼이 없듯이 슈퍼 페어런츠도 없다.

 

앞서 부모가 되는 순간 아이와 새로운 긴장관계에 들어간다고 쓴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긴장관계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 오히려 부모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혼란의 문제임을 알게됐다. 부담감을 벗은 부모에게서 자식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부모의 한계와 가계의 이력을 이해하고 자식의 행동을 세밀히 관찰할 때 전과 다른 관계성의 세계로 들어가리라는 기대도 해보았다.

 

저자의 '좋은 부모 되기' 처방은 자기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힘 또한 바로 그런 성찰에서 비롯한다. 이 책이 자식과의 관계가 긴장 관계가 아닌 사랑하고 아끼는 교호관계로 새롭게 바뀌길 열망하는 부모 모두에게 실제적인 지침서가 돼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갓 부모가 되었다면 '좋은 부모 되기'의 적절한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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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계산 트레이닝 - 영재들의 특별한 계산 비법을 배운다!
고다마 미쓰오 지음, 서금석 옮김, 현태준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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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이렇게 하니까 빨라."

 

한번 해 보라고 건네준 책을 펼쳐 몇 번 읽더니 첫째 아들이 놀란 표정으로 탄성을 발합니다. 책이 처음 사무실로 배송 되어 왔을 때 호기심에 못이긴 제가 먼저 곱셈법을 훔쳐봤습니다. 17×12를 계산하는 방식이 새로웠습니다. 뒤의 수 12를 10과 2로 나눠 앞의 수 17로 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17×(10+2)=(17×10)+(17×2)=204로 푸는 방식입니다.

 

여기 까지는 조금 새롭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독특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6×11을 푸는 방식은 어떨까요? 앞의 수 36을 3+6=9로 푼 후 숫자 3과 6을 각각 숫자 9의 앞과 뒤에 두는 셈법입니다. 답은 396입니다.

 

두 자리 수 이상의 곱셈은 종이에 써서 곱하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 세대에게 위와 같은 셈법은 신기합니다. 책에는 이 외에도 덧셈과 뺄셈, 나눗셈 전반의 셈법을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배워오고 있는 셈법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런 독특한 셈범은 인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도수학은 무조건 암기하기 보다 왜 그렇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학습법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학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보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습니다. 계산은 통상 좌뇌를 사용하지만 인도 아이들은 그럴 때조차 우뇌를 사용함으로써 창의적으로 공부하는 습성을 몸에 익히는 것이죠.

 

수년 전부터 우리 학습 풍토에도 창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학습 방법들이 적용되어 온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많이 모자란 듯합니다. 여전히 사교육 열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암기와 반복 학습을 기저로 하는 전통적인 학습 방법으로는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을 고양할 수 없습니다.

 

수학이 논리적 사고를 길러준다는 통설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수학을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인도수학법의 원리를 차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이 책이 우리 수학계에 실험 기제로 작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빠, 지금 쓰고 있는 셈법대로 할래. 그게 익숙하거든..."

 

인도 셈법의 논리 전개 방식과 사고력을 인정한 아이도 몸에 밴 전통적인 셈법을 당장 버리기가 쉽지 않았던 듯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 아이에게 도전한 셈법의 원리들은 아이 머리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한가지 방식만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 여하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함을 아이가 깨우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함으로써 성숙하게 사고하고 판단하는 인간형을 곱씹게 해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자칫 유일한 해결책에 목을 매달 아이들에게 이 책이 사고의 유연성을 북돋아 줄 수 있을 것으로 아울러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의 일단을 전 아이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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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왕 주몽 2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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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자 학습 열풍에 맞춰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 중에 만화 형식을 빌린 학습서가 단연 돋보이는데,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한자와 친숙하게 되더라는 입소문 때문이다. 여기에 책 내용의 질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그런 입소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물론 입에 오르내리는 책이란 대부분 그 질에 있어서 이미 독자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책의 질이 입소문에 앞선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입소문의 긍정적인 측면은 독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출판기획으로의 변화에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은 독자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바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행동발달 특성과 인지능력을 공히 고려한 책의 출판은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출판되는 학습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형식을 취하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겠다.

 

특히 시리즈 중 2권 째를 출판한 삼성출판사의 『한자왕 주몽』은 우리 고유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아이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아울러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라는 인물을 고식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 또한 돋보인다. 오히려 이 책의 주몽은 '장난기가 많아 항상 사고만 치는 주몽'으로 표현되어 있다. 너무 훌륭해서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닌 아이들 주변에서 언제나 보고 만나게 되는 '지나치게' 평범한 인물 설정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이들이 그 주몽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 특유의 키득키득 거리며 웃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다 읽고 난 후에도 재미있었다는 평을 잊지 않을 만큼 그 인물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미 다른 출판사의 유사한 형태의 시리즈물을 읽고 있던 첫째는 동생들이 무척 좋아하겠다는 의견을 내주기도 했다. 참고로 첫째는 12살이고 둘째와 셋째는 각각 9살과 7살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라고 뒤질 수 있겠느냐마는 호기심과 학습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줄 책의 출판은 더디 이뤄지고 있었다. 이 책이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모 방송국에서 절찬리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이라는 후광에 단순히 편승함으로써 모처럼 만에 맛보는 두 가지 기대 효과를 잠식하지 않도록 유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눈은 정직하다. 그리고 좋아할 만한 대상을 찾아 빠르게 변화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평가가 냉혹하다는 뜻일 수 있을 것이다. 어리다고 얕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선물해 주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보다 신경 써주기를 아울러 바란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이런 주문을 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아이들이 잠재적인 독자군을 형성하게 된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사족을 좀 붙였다.

 

『한자왕 주몽』 제2권은 상형문자와 회의문자의 생성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어느 날 주몽과 영포는 스승으로부터 '12개의 상형문자가 어떤 사물의 형상을 본뜬 것인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받는다. 좌충우돌 사고를 치는 가운데 주몽과 영포가 문제의 한자가 어떤 사물에서 빌려 온 것인지 익히게 되는데......  그 과정이 참 코믹하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우리 아이들이 한참을 키득키득 거렸을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한편 해일과 달월이 합쳐진 밝을 명(明)자의 의미를 가르쳐 주려는 스승 앞에 주몽과 영포, 그리고 소서노가 앉는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들이 그처럼 앉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엔 이 대목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마치 그와 같이 여기지 않았을까, 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호기심 많고 말 많은 셋째가 말도 안 되는 말로 자기 주장을 떠벌렸을 테고, 그래도 셋째보다 조금 더 배운 둘째가 셋째 입을 막고 나서서 "밝다는 뜻입니다. 해만 있어도 눈이 부신데, 거기에 달까지 있으니 어찌 밝지 않겠습니까?" 하고 소서노처럼 답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아빠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이 책은 흡인력이 대단하다. 만화라는 형식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한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토리 구조도 크게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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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처음 만나는 성경 속 영웅 이야기 - 남자 영웅편
줄리 클레이든 지음, 안젤라 졸리페 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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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아이들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에서나 행동하는 것이 무척 어른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상상력마저 어른스럽다면 문제겠지요. 하지만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우리 교육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아이들에게 창발성을 고양시켜줄 방법을 모색하고 꾸준히 실천해 왔습니다. 아직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지만 기존 시민의식에 긍정적인 균열을 일으킨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영향이 교육교재와 사교육계에 의미있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기독교계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교육에 관한 한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보면 어느 단체라고 뒤질 수 있겠습니까. 화려한 그래픽과 호감도 높은 인물 묘사, 재미와 교훈을 두루 갖춘 정감 넘치는 스토리 등 과거와 견주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특징이 최근 아이들을 위한 기독서적의 출판 동향에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책, 『우리 아이 처음 만나는 성경 속 영웅 이야기』 또한 그런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색감은 아이들의 정서에 맞춰 극히 따뜻하고, 스토리는 아이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단순 명료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단어를 선택하고 특정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을 분명하게 드러낸 점 또한 돋보입니다.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 놓아 아이들이 각 인물들에게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높이 살만합니다.

 

성경학교와 어린이 예배를 통해 자주 만나는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아이들 편에서 보면 식상해 할 요인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또 그 이야기야” 하는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자주 들려오기도 합니다. 이런 때 인물들을 다른 시각에서 볼 줄 아는 안목이 발휘된다면 떠났던 아이들의 시선은 돌아오기 마련일 것입니다. 물론 성경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특성은 대부분 정형화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사정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 인물들을 살아 숨쉬게 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면 전혀 다른 캐릭터가 나오기도 할 것입니다. 이 책의 주안점도 그 부분에 있다고 믿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책을 읽는 일곱 살 난 셋째 아이를 보면서 전 달리 생각했습니다. 좋은 책이란 아이들에게 읽히는 책이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발동하는 책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아이의 관점에서 인물을 해석하고 그린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바람직한 영웅의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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