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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초콜릿
공병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색다른 책.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평소와 다른 책을, 그것도 글과 그림이 조화롭게 구성된, 그래서 부담 없이 아무 때나 펼쳐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그런 노력의 산물이 이 책, 『공병호의 초콜릿』이다.
모호한 제목이 시선을 잡아끈다. 초콜릿하면 무엇부터 생각날까? ‘달콤하다’. ‘피로가 싹 가신다’. ‘정신에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펼치면 우선 심적 안정감부터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그림은 틀 안에 갇혀있지 않다. 글 또한 분에 넘치지 않는다. 글과 그림이 마주보고 얘길 주고받는 듯하다. 그래서 달콤하게 다가온다. 아무 때나 토르륵, 하고 책장을 열어 아무 곳이든 펼쳐 읽으면 쌓인 피로마저 말끔히 씻어줄 것 같다.
착각일까? 서너 꼭지를 읽은 후의 감상이 그랬는데, 과연 이런 감상이 마지막 꼭지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것,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부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고 보면 기우에 불과하겠지 싶어 씨익, 하고 웃었다. 그만큼 이 책의 여백은 그 분포가 넓고 깊다. 저자가 노린(?) 것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저자는 그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된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등을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그리고 그 저작들은 한결같이 칭찬과 비난을 공히 감수해야 했다. 각광받는 저자로서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지만 저자로선 속 쓰렸을 얘기다. 의도와 다른 반응은 때로 몸서리치게 하는 법일 테니까.
아무튼 그가 이런 종류의 책을 내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더 신선했으니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셈이지만 그것이 본령이 아닌 만큼 그가 이 책을 발판으로 본령으로 돌아가 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주길 바란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삶은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대답해준다〉, 〈2부, 아들에게 주는 말〉, 〈3부, 나의 적은 내 안에 있다〉, 〈4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기회다〉, 〈5부, 부자에게서 배우는 작은 습관〉, 〈6부, 삶이 아름다운 이유〉.
1부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과 용기, 능력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을 새김 되어 있다. 전편이 잔잔하게 흐르는 물살과 같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림과 조화된 글이 정신의 수면 중앙부에 깊은 여울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성찰의 기회를 덤으로 얻는 다면 더할 나위 없다.
2부엔 이 땅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고갱이가 구절마다 살아 숨쉬고 있다. 아침 개울가에 부딪는 햇살과 푸르른 바닷가 저 멀리서 날치가 치솟는 모양을 보는 것처럼 가슴 한 켠에 아스라한 멍울을 남겨 놓는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절절하게 들려주는 속정 깊은 열다섯 편의 얘기가 백미다.
제3부와 제4부는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게 만드는 적은 결국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라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대면하게 한다. 고난을 극복하는 길은 닥친 현실을 현실 그대로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좌절의 순간이야말로 새롭게 비상을 꿈꾸는 기회의 순간임을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제3부와 제4부에 녹아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이 그의 말에 진실성을 더해 주고 있다.
부자에 대한 편견과 부에 대한 그릇된 사고를 지니고 있다면 제5부를 먼저 읽기를 바란다. 제5부는 시시콜콜하다고 할 정도로 부자들의 습관을 내밀히 관찰하고 습관이 결과한 특성들을 오목조목 정리하고 있다. 특정 영역에 획을 그은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습관이 내재돼 있게 마련이므로 그것을 거울삼아 현재의 나를 비춰볼 수 있을 것이다.
연전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부자들의 남다른 특성에 주목하고 그들이 행하는 방식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 그 책의 영감 넘친 내용을 이 부에서도 동일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듯 사람의 모양새는 저마다 달라도 부자가 되는 특성만큼은 이상하리 만치 닮아 있다. 치열한 자기성찰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과감한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제6부는 저자가 제1부에서부터 제5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형식을 빌어 들려준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장이다. 저자는 이 6부에서 내면적 풍부함과 정신적인 자유를 잃지 않음으로써 의미 있는 인생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편, 일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그 일에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해 ‘모닝 페이지’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미쳐서 일하고 있는지 묻는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은 현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성공의 제일 원칙인 것이다.
이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안내자가 될뿐더러 지치고 힘들 때 쉼을 얻는 위로자의 역할을 너끈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