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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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의사결정 과정에서 ‘감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성에 비해 감정을 열등하다고 여기지만, 감정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감정이 만들어낸 선호와 우선순위는 의사결정을 할 때 매우 중요하지요. (86쪽)

우유부단함은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지나치게 미루는 행위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황상태에 빠지면 그 사람을 결정장애라고 봐요. 그런데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무능해서 결정을 못하는 것은 결정장애가 아니죠. (90쪽)

신중함이 절대적인 미덕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는 기민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회들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신중함이라는 모호한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91쪽)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혼자 노는 사람인가, 아니면 같이 노는 사람인가?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내가 어떻게 일할 때 가장 행복한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124쪽)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즐거움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겁니다. ‘내가 지금처럼 10년 살아봤더니 이 삶이 주는 즐거움이 뭔지 충분히 알겠어. 그럼 이제 새로운 삶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볼까?‘ 하는 설렘으로 새로고침을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154쪽)

회의주의적인 삶의 태도란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려 애쓰는 태도를 말합니다. 근거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항상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리처드 도킨스, 마틴 가드너 등 굉장히 많은 과학자들이 회의주의자였습니다. (181쪽)

창의성은 전전두엽 같은 가장 고등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기능이 아니라,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겁니다. 평소 연결되지 않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끼리 신호를 주고받고 연결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202쪽)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계급에 속한 사람인지를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비한다는 겁니다. (211쪽)

우리 사회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슈는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고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과 기술을 두려워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입니다. 이른바 ‘기술 계급 사회‘가 저는 가장 두렵습니다. 데이터 과학자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연봉은 크게 오르겠지만, 단순노무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연봉 또한 낮아지겠지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기술 관련 직종이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는 단순 업무라서, 사라진 일자리에 종사한 사람들이 새로 생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다는 말은 공허합니다. (270쪽)

실제로 창업을 해 사회적 성취를 이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었다는 게......(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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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치다 못해 쓰러지기 전이라,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제목만 읽어도,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읽자 마자 바로 위안이 된다. 그리고 '삼중당 문고'는 추억을 소환하여 이 또한 큰 위로가 된다. 그때가 달랐다면 지금은 다를까마는, 누구에게나 있을 만한 '사철나무' 그늘 아래서 쉬어 보기도 하고 한잠 자고 나면, 잊혀지고 아물어지고 새힘을 얻을 수 있겠지. 그래서 시가 필요한 거다.... 저자가 시집을 읽을 필요가 있는 세 종류의 사람에는 포함되지 않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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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자선시집
장정일 지음 / 책읽는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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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식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에서(11쪽)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삼중당 문고‘ 에서(28쪽)

땅 위에서 여름만큼 많이 가진 것은 없다
보리알이 영근 큰 언덕 계수나무 마을은 황금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아늑한 천막이었다
높고 푸른 하늘이 높고 푸른 그대로
아늑한 천막이 되어주었기에

-‘보리밭에서‘ 에서(64쪽)

유년이 그리워 찾아온 미끄럼대
주욱--- 미끄러져보자
사십오 년 전으로 혹은
읽어버린 즐거움을 찾아
(중략)
오--- 돌아올 수 없나 옛날이여
바짓가랑이엔 반질반질 보풀이 일고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내일 있을 인사발표 걱정과 함께

-‘미끄럼‘ 에서(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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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겸손하게 '사소한 부탁'을 하시고 운명을 달리하셨다. 사소하고 평범하고 상투적인 말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루고 있다. 짧은 지혜, 부족한 지식, 느린 이해로 어떤 문장은 몇 번 곱씹어도, 저자의 부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몇 번을 덮었다가 펼쳤다. 태풍은 혼자만 가버렸다. 피해는 주지 않고 더위만 싹 가져가길 바랐는데... 바나나를 심어야 하나,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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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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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투명한 내부는 우리 삶의 부끄러움이 아니다. (51쪽)

‘진정성‘이 어떻게 정의되건 그것은 한 인간이 제 마음 깊은 자리에서 끌어낸 생각으로 자신을 넘어서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에만 확보된다. (79쪽)

자연은 돈으로 매수할 수 없고 권력으로 호령할 수 없다. 자연 속에 이 안온한 삶을 그대로 옮겨놓으려는 자에게 돈과 권력은 자연을 파괴하는 데만 소용될 뿐이다. (89쪽)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97쪽)

그러나 적어도 인문학 분야에서라면, 그 첨단적 사고는 제 나라 말로 강의하고 제 나라 말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만 돌출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간의 깊이란 의식적인 말이건 무의식적인 말이건 결국 말의 깊이인데, 한 인간이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존재의 가장 내밀한 자리와 연결된 말에서만 그 깊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00-101쪽)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156쪽)

이 나라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어떤 역사를 살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그 역사의 의지와 같은 의지를 지닌 것이 아니다. 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역사의 무의식과 같다. 그 무의식이 늘 투표를 통해 나타나니 어쩌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성급한 사람들에게는 투표가 ‘어느 세월에‘라고 한탄하게 하는 영원히 가망 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209쪽)

남자의 서서가 손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남자들의 행동거지가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벌써 풍속의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풍속이 만들어주고 승인해주는 남자들의 습관은 자주 남자들의 생리나 본성과 혼동되기 때문에 반성을 해도 그 반성의 효과는 없다. 생리와 본성을 어떻게 철저하게 반성할 수 있겠는가. 남자들의 권력 행사가 하나의 풍속이 되었다는 것은 그 권력의 힘이 일상의 미세한 틈에까지 스며들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214쪽)

가질 수도 누릴 수도 없지만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우리가 시에 요청하는 모든 것이 이 짧은 말 속에 들어 있는 것같다. 시는 누릴 수 없는 것을 희망하는 뛰어난 방식이자 그 희망을 가장 오랫동안 전달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258쪽)

정신은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있어야 할 일도 기억한다. 억제할 수 없는 욕망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망을 실제의 기억이라고 여기는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억은 아직 없었던 시간의 기억, 곧 까마득한 태고의 기억이 되고 미래의 기억이 된다. (261-262쪽)

입은 동시에 ‘두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은 한꺼번에 둘 이상의 시간을 수직으로 품으며, 우리는 그 수직의 시간을 ‘시적 순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은 시간을 겹쳐놓지 않는다. 그러나 사물 그 자체인 말이 있다면, ‘떡‘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떡이고, ‘바람‘이 바람이고, ‘돌‘이 돌이라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시의 언어는 ‘바람‘이라고 말할 때 바람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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