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식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에서(11쪽)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삼중당 문고‘ 에서(28쪽)
땅 위에서 여름만큼 많이 가진 것은 없다 보리알이 영근 큰 언덕 계수나무 마을은 황금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아늑한 천막이었다 높고 푸른 하늘이 높고 푸른 그대로 아늑한 천막이 되어주었기에
-‘보리밭에서‘ 에서(64쪽)
유년이 그리워 찾아온 미끄럼대 주욱--- 미끄러져보자 사십오 년 전으로 혹은 읽어버린 즐거움을 찾아 (중략) 오--- 돌아올 수 없나 옛날이여 바짓가랑이엔 반질반질 보풀이 일고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내일 있을 인사발표 걱정과 함께
-‘미끄럼‘ 에서(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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