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자선시집
장정일 지음 / 책읽는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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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식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에서(11쪽)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삼중당 문고‘ 에서(28쪽)

땅 위에서 여름만큼 많이 가진 것은 없다
보리알이 영근 큰 언덕 계수나무 마을은 황금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아늑한 천막이었다
높고 푸른 하늘이 높고 푸른 그대로
아늑한 천막이 되어주었기에

-‘보리밭에서‘ 에서(64쪽)

유년이 그리워 찾아온 미끄럼대
주욱--- 미끄러져보자
사십오 년 전으로 혹은
읽어버린 즐거움을 찾아
(중략)
오--- 돌아올 수 없나 옛날이여
바짓가랑이엔 반질반질 보풀이 일고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내일 있을 인사발표 걱정과 함께

-‘미끄럼‘ 에서(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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