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 부모님과 동생들이 먼길에서 왔다. 축하는 언제 받아도 감사하다. 41타워에서 먹는 음식도 즐겁다. 웃음이 넘치고 모든 게 넉넉하고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주말이었다.

윤택수 산문은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잘 보여 준다. 설렁설렁, 이것저것, 미사여구, 이도저도 아닌, 팩트를 바탕으로 진솔하게 진중하게 마지막 문장을 마칠 때까지 감동을 준다. 자기 검열, 완벽, 반성, 배려가 지나쳐 일상생활이 힘들지 않았을까, 그래도 자신을 혼내고 반성하는 글에서 기꺼이 동참이 되고, 당연히 그래야지 하면서 받아 들이게 된다. 역시 그럴듯한 게 아니라 사실대로 쓴 글이라서 그럴 거다. 이런 멋진 글을 쓰고 싶다.   

 

"주어와 서술어가 따뜻하게 마주 보고 있는 산문, 비유와 윤색과 전고가 자제되어 있는 산문, 무심한 돌처럼 놓였어도 우둑하고 우묵하여 우르릉 우르릉 울리는 산문, 산문이란 이래야 한다는 모델을, 그 도달점을 윤택수에게 배운다.(292쪽, 김서령 추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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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윤택수 전집 2
윤택수 지음 / 디오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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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하게 쓰는 것과 사실대로 쓰는 것의 문제가 그 속에 들어 있었다는 것을 나는 늦게야 알았다. 나는 첫 글에서부터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거짓말만 쓰다가 죽을 것이었다. (19쪽)

감자의 둥긂, 쟁기의 버팀과 힘, 헛간의 으스름. 나는 그러한 산문을 쓰려고 한다. 감자와 쟁기와 헛간은 두런두런 지껄인다. 욕심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중략) 그래도 나는 내가 쓰는 산문이 실패한 이들에게 용기를 주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으로 몸을 웅크린다. (25쪽)

텔레비전이 없는 대산 어머니들이 옛날 이야기를 해 주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가고 없다. 옛날이야기는 이제 [구비문학전집] 속에 엉성하게 모여 있을 뿐이다. 귀신들도 어디론가 황황히 사라져 버렸다. 귀신도 살지 못하는 땅에서 사람이 홀로 잘살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을 넘어서 논리적 파탄이다. 시끄러워. 텔레비전이나 켜 봐. (94쪽)

사물들은 제자리로 놓여 있어야 사물스럽다지만, 제자리에서 쫓겨 난 사물들이 불안하게 진동하면서 냄새를 뿜으면, 하나의 사물은 추억과 회한의 존재가 된다. 사물들은 냄새를 발언한다. (170쪽)

4월 어느 날 다가온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눈이 부셨고 곧 열등감에 휩싸였고 끝내 불쾌한 자의식에 사로잡혔다. 눈부심이 빗선이라면, 열등감은 밑선이고 자의식은 수직선. 그 모든 것을 나는 냄새로써 획득한 것이다. 냄새는 직각삼각형처럼 구체적이고 치명적이다. (173쪽)

콩깍지 속에는 콩알들이 가지런하게 실려 있다. 그놈들은 서로 닮았다. 활자로 비유한다면, 완두콩은 ‘게리몬드체‘처럼 말쑥하고, 제비콩은 ‘샘이깊은물체‘처럼 대범하며, 동부는 ‘명조체‘처럼 무르다. 콩꼬투리를 따고 소쿠리에 까서 밥에 얹어 익혀 먹는 모든 절차에서는 콩의 반투명한 냄새가 난다. (237쪽)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하여 마지막 문장의 위태로운 마침표에 이르는 길에는, 유혹도 많고 함정도 많다. 우리는 맹금처럼 외롭게.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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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쓱하고 자유로를 달리거나 강화도, 서종까지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온다. 맛있는 커피가 그때마다 다르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의 기다림이 참 좋다. 떠나는 데, 무엇을 하는 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러다가도 이유를 만들어야 좀 덜 피곤할 거 같기도 하다. 그냥 가고 싶어서, 하고 싶어서는 웬지 부족한 느낌이다. 내가 이유를 제대로 대지 않으니, 그들만의 이유로 함부로 말한다. 꼭 그들에게 내가 이런 말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묻는 그들도 이상하고, 그걸 대답하려는 나도 우습기까지. 조만간 내가 가려는 곳은 없지만 저자의 노정에는 책이 있었구나, 읽은 책으로 그 곳의 분위기나 상황을 느낄 수가 있다. 그래도 직접 가서 보고 있는 것과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넓기만 하다. 사실을 얼마큼 제대로 전달하느냐, 어쩌면 그곳의 아우라를 없애 줄 수도 있겠구나, 저자의 느낌이 얼마큼 사실적인가도, 뭐가 사실에 가까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눈으로 들어와 마음을 통과하여 뱉어지는 말들이 정말로 사실일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오가며 최근 십년만에 연락을 한 어떤 애-한때는 절친,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한 투자니, 뭐니 등등을 이야기할까. 수신거부와 스팸처리, 삭제했다. 여행도 절친으로 다가와 스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커피 맛이 그때마다 다르듯, 한때 열망하고 꿈꾸던, 듣고 배워서, 그 곳을 찾아 가지만, 도무지 아닐 수도, 그럴 수도 있다. 산다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여행도 삶의 과정에 있으니, 삶은 어디로 가는 여행일까.. 5월이다. 그래도 즐겁게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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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 - 길을 안다는 것, 길을 간다는 것 여행자의 독서 2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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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감동하는 능력,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탄하는 능력인지 모른다. 언제부터 우리가 쿨한 것, 감정을 억제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 쉽게 만조갛지 않는 것을 세련되고 고상한 것으로 여기는 세상에 살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하고 세련되었는가. 감동이 드문 사람의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인가. (91쪽)

하나의 도시 하나의 장소를 제대로 알려면 도대체 얼마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까? (중략) 하나의 도시, 하나의 장소가 가슴에 온전히 안겨오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일주일? 한 달? 일 년? 그렇게 머문다면 과연 그곳을 완벽하게 알게 될까? (140쪽)

내가 연애하고 책을 읽고 달뜬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다. 여행하고 공부하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즈음이라 한다. 그때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지구 반대편 어떤 땅에서는 청춘도 삶도 다 무의미했던 끔찍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한다. 전쟁과 폭력, 증오는 언제나 늘 멀지 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153쪽)

인간(근대)은 섬을 발견했다. 하지만 섬에 대대로 살던 무수한 자연과 생물, 원시와 신화는 섬을 떠나야 했다. 낯선 침입자들에 대한 섬의 응전은 처절한 것이었고, 동시에 섬에 처음 당도한 이방인들이 갖는 두려움도 대단했겠지만 이내 그 공포는 극복되었을 터다. 스스로 위대했던 섬들이 문명 앞에 하나씩 무릎 꿂으면서 많은 것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섬의 죽음은 미지와 원시의 죽음이다. (265쪽)

객창감. 그렇다. 이 단어다. 내가 여행에서 즐기는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객창감. 그 쓸쓸함의 즐거움이다. 별 까닭도 없이 이끌려 젊은 날 많은 시간을 외딴 시골길이나 장터, 비 오는 처마 밑에 서게 했던 감정의 실체. 함께 놀던 친구들이 제 어미들에게 불려들어가 저녁 빈 들판에 혼자 남겨진 아이처럼 홀로 달빛 속으로 유유히 걸어가게 했던 감정. 객창감 속에 떠다닌 여행은 쓸슬했지만 그 쓸쓸함으로 여행의 시간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희망이나 거짓 행복이 더러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있어도, 쓸쓸함과 외로움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드물다. (327쪽)

정신의 고산 지대에 들어선 사람은 우리가 이 고산 지대에서 희박한 공기에 익숙해져야 하듯 불확실성에 익숙해져야 한다. 또한 엄청난 고도에 익숙해져야 하듯 엄청나게 고고한 질문에 익숙해져야 하고, 또 이들 질문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답변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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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한 번역하느라 몸에서 빠질 수 있는 건 빠지거나 빠지려 한다. ㅁㄹㅋㄹ, ㄴㅇ...

콩글리시도 이런 건 없을 거 같다. 하지만  미국 PGA투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타이거우즈의 소감을 보면 엄청 쉽다. 용기를 준다.

  Tiger Woods인증된 계정 @TigerWoods           

 

결국, 번역은 실력의 문제다. 30년전 죽은 기형도가 위로가 되려나. 하지만 아쉽다, 2000년 이후 등단한 시인들만 있어서, 해석이 필요하다. 상세한 해석이 필요하다. 속편은 별루다. 기형도의 시집을 펼친다.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 이거면 충분하다... 88명의 젊은 시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봄날에 읽기에는 시가 너무 어렵다. 봄날은 가벼워야 하는데, 꽃비 같아야 하는데, 예상치 않은 곳에서 만난 꽃들처럼,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그런데, 어려워. 그래도,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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