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은 에브리데이와 마찬가지로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그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지난 날을 돌아보며, 외롭고 쓸쓸함 속에서, 후회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년에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젊었을 때 인생의 소중함을 그때 알았더라면, 아버지가 에브리맨이라는 보석상으로 사람들의 인심을 얻고, 자식들에게 남겨 줄 무언가를 이룬 거에 비한다면, 주인공 그는 자신의 욕망으로 지나 온, 한 때의 황홀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죽음을 옆에 두고 "한때는 나도 완전한 인간이었는데(135쪽)"를 중얼거린다. 결국 이렇게 죽음을 기다리게 되는 거지만 "미리 알 도리는 없다(167쪽)"는 거, 내가 누군가를 애도하듯, 누군가도 나를 애도 할 것이라는 거... 평범함 속에 귀한 것이 들어 있고, 평범함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몫인 거 같다. 어느 순간 치열한 삶이 슬픔으로 바뀌는 노년은 누구에게나 올 것이고, 죽음 또한 누구나 겪게 된다. 주인공의 이름이 없는 '에브리맨'은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각각의 우리다. 우린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가면 된다.(191쪽)" 우리가 일하는 평범한 매일이 결국에는 우리의 삶이 되니까. 꼭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힘이 아주 없을 때, 가장 큰 후회가 밀려오고, 죽음을 앞두고 잘 살았다고 큰소리칠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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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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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버렸다. (23쪽)

이 차분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어려움들을 되새기면서 반평생 이상 품고 살았던, 부모의 화해라는 사라지지 않는 환상을 고백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품 안의 그녀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83쪽)

"통증이 사람을 정말 외롭게 만드네요." 그러면서 다시 허물어지며 그녀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정말 창피해요." "창피할 일 전혀 없습니다." "있어요, 있어요." 그녀는 울었다. "자신을 돌볼 수 없다는 거, 궁상맞게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런 건 전혀 창피한 게 아니죠."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은 몰라요. 의존, 무력감, 고립, 두려움..... 그게 다 아주 무섭고 창피해요. 통증이 있으면 자신을 겁내게 되요. 그 완전한 이질감이 정말 끔찍해요."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부끄러운 거로구나. 그는 생각했다. 자신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초라한 거겠지. 하지만 누군들 안 그럴까? 그들 모두 자신이 지금 이런 꼴이 된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안 그런가? 신체의 변화가 부끄러웠다. 남자의 힘이 줄어든 것이 부끄러웠다. 그를 비틀어버린 오류들과 그를 기형으로 만든 충격들-스스로 가한 것과 외부에서 온 것 모두-이 부끄러웠다. (96-97쪽)

"뭐든지 견딜 수 있어." 피비가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설령 신뢰가 깨져도 말이야. 솔직하게 말만 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파드너가 되겠지만, 그래도 파트너로 남는 건 가능하단 말이야. 하지만 거짓말이라니......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126-127쪽)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점점 줄어드는 과정에 있었으며, 종말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목적 없는 나날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할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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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만, '카페에서 책읽기'를 가볍게 챙겨들고 떠났지만, 가방 깊이 그대로 있었다. 계획되지 않은 떠남은 난감한 그 자체였다. 그냥 떠나면 되지 뭐. 발 닿는 데 가서 놀면 되지 뭐. 어디 가당치나 한지. 발을 어디에 닿아야 할지. 그래서 계속 달리고 달려 간 곳은 늘 가던 곳이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쉼을 원할 때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잘 말해 준 기간이었다. 놀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책만 읽기도, 구경을 다니기도, 먹기만 하는 거도, 누군가를 만나는 거도, 모두 치우침없이 균형잡혀야 한다는 거다... 그래도 나의 장점, 어디에나 자리 잡고 책읽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만 했다... 나이들어 북카페가 나의 워너비다. 카페에서 책읽기를 죽을 때까지 한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떨린다...랄라라... 카페에서 책읽기라, 읽는 이는 정작 주변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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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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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과 들을 말들을 모두 쏟아내고 북극의 그들처럼 이제야 겨우 혼자가 되었다. 나는 가끔 우울하고 고독하고 그립겠지만 그럴 때면 그들의 허풍에 깔깔거릴 거다. 그것이 진실이건 허풍이건 상관없이. 어차피 인생은 진 반 농 반 아니겠어. (p67)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진 마.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극복하지 못할 난관이 없다거나 그 어떤 것의 지배도 받지 않으면서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어. 사랑은 정신적일뿐 아니라 동시에 물질적인 것이라는 게 정답이다. (p90)

맙소사, 한때 나였던 남자! 나를 둘러쌌던 생활! 나의 것이었던 힘! 그때는 어디에서도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한때는 나도 완전한 인간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완전한 인간이 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에브리맨! 당신은 오히려 반대로 완전하지 못한 노년에 대해 분노하고 있군요! (p104)

악몽 같은 그날의 시작은 '아주 작은 규칙 위반'에 지나지 않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p164)
'사소한 일로 운명이 좌우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p165)
당신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사소한 것들을 지키는 대단한 실천에 있다. (p168)

"이것 봐. 그렇게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을 필요 없어. 사랑이란 두사람이 서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거라네. 바둑판은 실은 정사각형이 아니야. 가로 42.5센티미터고 세로는 그것보다 3센티미터 더 길지. 그러니까 보는 거와 달리 바둑판은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인 거야. 왜 그런 줄 아나? 그건 바둑을 두는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지. 심리적 거리랄까. 사랑이라는 건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흰 돌과 검은 돌로 각자 자신의 집을 짓는 거야. 흰 돌과 검은 돌은 결코 섞일 수 없는 거라네. 세상에는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이해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 정도의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p180)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지배도 제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세상에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길고 긴 내 인생에서 거듭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그 두 가지는 바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타인이라는 걸." (p204)

나는 소리 없는 짐을 들고 다닌다. 나는 나를 너무나 깊이 그리고 너무나 오랜 침묵 안에 싸두었던 탓에 어떤 말로도 나라는 짐을 꺼내놓을 수 없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나를 단지 다른 식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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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 위로 받기 위해 집어든 책이었는데, 고도의 집중을 요구했다. 낯선 글이었다. 개인의 소외에서 시작되어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위해 장기간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서만, 그래야지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암묵적인 내용도 알게 되고, 공유와 신뢰까지 얻게 된다. 사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회관계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비대칭일 때 권력이 발생하게 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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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4-05-2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는 길에 생각나 몇자 적었다. 요즘 느끼고 있는 '이 기분은 뭐지'하는 부분의 답이랄까. 십여년 만에 온 학교가 낯선 환경이다. 거기서 난 소외가 되었고, 기존의 멤버들하고는 비대칭관계가 되는 거다. 권력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그건 애매모호한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되고, 나를 드러내기 전에 함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내가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흘러야 한다. 배경이 만들어져야만 가능하다. 즉, 사회적 제반 환경이 만들어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경력이 워낙 높고, 업무에 능통하니, 함부로 대하지 않고 우대하고 있지만, 공정하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일을 안하려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정확하게 잘하고 싶다. 남의 일을 힘이 없어서 맡아서는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러도 떠벌리고 있다. 결국엔 나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그래서 바르게 잘 쓰고 싶을 뿐...

JUNE 2014-05-2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댓글은 수정이 불가하다. 몇일사이에 밑줄긋기가 없어지고 마이리뷰로 되어 있다. 이 낯선 환경에서 나는 약자가 되어 어리버리하다. 암튼, 요즘 이건 뭐지하고 느끼던 기분의 정체를 바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