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과 들을 말들을 모두 쏟아내고 북극의 그들처럼 이제야 겨우 혼자가 되었다. 나는 가끔 우울하고 고독하고 그립겠지만 그럴 때면 그들의 허풍에 깔깔거릴 거다. 그것이 진실이건 허풍이건 상관없이. 어차피 인생은 진 반 농 반 아니겠어. (p67)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진 마.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극복하지 못할 난관이 없다거나 그 어떤 것의 지배도 받지 않으면서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어. 사랑은 정신적일뿐 아니라 동시에 물질적인 것이라는 게 정답이다. (p90)
맙소사, 한때 나였던 남자! 나를 둘러쌌던 생활! 나의 것이었던 힘! 그때는 어디에서도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한때는 나도 완전한 인간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완전한 인간이 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에브리맨! 당신은 오히려 반대로 완전하지 못한 노년에 대해 분노하고 있군요! (p104)
악몽 같은 그날의 시작은 '아주 작은 규칙 위반'에 지나지 않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p164) '사소한 일로 운명이 좌우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p165) 당신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사소한 것들을 지키는 대단한 실천에 있다. (p168)
"이것 봐. 그렇게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을 필요 없어. 사랑이란 두사람이 서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거라네. 바둑판은 실은 정사각형이 아니야. 가로 42.5센티미터고 세로는 그것보다 3센티미터 더 길지. 그러니까 보는 거와 달리 바둑판은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인 거야. 왜 그런 줄 아나? 그건 바둑을 두는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지. 심리적 거리랄까. 사랑이라는 건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흰 돌과 검은 돌로 각자 자신의 집을 짓는 거야. 흰 돌과 검은 돌은 결코 섞일 수 없는 거라네. 세상에는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이해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 정도의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p180)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지배도 제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세상에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길고 긴 내 인생에서 거듭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그 두 가지는 바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타인이라는 걸." (p204)
나는 소리 없는 짐을 들고 다닌다. 나는 나를 너무나 깊이 그리고 너무나 오랜 침묵 안에 싸두었던 탓에 어떤 말로도 나라는 짐을 꺼내놓을 수 없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나를 단지 다른 식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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