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의 시를 오랜만에 읽는다.

시인이 꼭 어디론가 갈 것 같은, 큰 다짐이 들어있다. 

시인이 바라는 날들,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들이 올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모두가 시인이 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시인을 못 본 지가 한참되었다. 

도토리 두 알이 가지런히 내일을 기다리는 듯 톡톡에 있다.  


눈이 자주 내린다. 

사서교육원에 지원한 부분으로 주변인들의 말이 무성하다. 

누군가는 민생고에 필요한 자격인데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발레나 배울까,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가...  


나와는 딴 세계에 있는 시인이다. 시다. 

각각 따로 가고 있는, 멀리 있는 발과 머리일 뿐. 

그래도 내일이 있으니, 

어떻게든 시인의 세계에 애써 동참해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걷는사람 시인선 27
안상학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닥을 쳤다고, 오를 일만 남았다고 발을 굴렀을 때 허방처럼 빠져드는 그런 바닥은 대체 뭐라 이름 불러야 할까요. 아침이 오고 있다는, 봄이 오고 있다는 말 같지 않은 말의 타이밍은 어느 페이지에 끼워 넣어야 적절할까요. 동강난 동맥을 이어붙인다고 기도에서 호흡이 재생될까요. (11쪽, ‘바닥행‘ 중)

거꾸로 쓰는 글씨는 쓸 때는 그것이 바른 것이지만 감상할 때는 거꾸로 놓고 봐야 바른 것이 되는, 글씨를 쓰는 자신을 글씨를 보는 자신이 들여다보게 되는. (33쪽, ‘좌수 박창섭‘ 중)

꽃이 간헐적으로 이 세상에 다녀가듯이
좀 길기는 하지만 우리 사랑도 간헐적으로
이 세상에 다녀가는 것이 아닐는지요. (36쪽, ‘간헐한 사랑‘ 중)

고비에서는
길을 모르는 양은 길을 잃지도 잃을 길도 없었네
오직 길을 아는 인간만이 길을 잃고 헤매던 날이 있었네. (51쪽, ‘착시‘ 중)

마음을 가두어 놓고 살아야 한다.
내 몸은 내 몸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 없으니
내 몸은 내 몸을 품어 줄 수도 없으니
몸속 가장 먼 마음에라도 기대며 살아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몸과 한통속일 때 가장 자유로운 법 (95쪽, ‘마음의 방향‘ 중)

가고 싶은 곳에 앞장서 가는 발을 따라나서리라
머물고 싶은 곳에 발과 함께 머물리라 마음먹어 본다
발이 머리가 되고 머리가 발이 되어 생각해 본다
머리가 발 같고 발이 머리같이 살아갈 날을 생각해 본다 (105쪽, ‘발에게 베개를‘ 중)

봄소식

꽃 그림 한 점 보냅니다
나비는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계실 당신이 있으니까요
벌써 향기를 맡고 계시는군요
한 폭의 그림입니다

다만 그 봄날 함께할 수 없어서 서러울 따름입니다 (112쪽, ‘봄소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의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들의 노고가 아주 많이 보인다. 

'진실성'을 책임으로 가진 그들이다. 

특히, 믿고 찾아서 읽고, 선뜻 구매하게 하는 '민음사' 편집자들의 이야기다.

책은 저자와 편집자와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시기적절, 시의적절하게 잘 교합될 때야, 비로소 세상으로 나와 내 손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러한 시의와 시기가 적절하게 맞춰질 수 있도록 큰 몫을 하는 이는 편집자들이라고 본다.


이 책, '책 만드는 일'은 팔려고 낸 책인지가 궁금하다.


*주1회 맹자를 공부하기로 했다.

*사서가 되고 싶어 지원서를 냈다. 면접이 남았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들이 돌아돌아 왔지만 졸업을 목전에 두고 취직을 하였다.

*넉넉한 시간으로 무한정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온전히 나에게만 몰입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항상 감사하다를 다짐한다.  

*내일부터 여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 만드는 일 -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박혜진 외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언어는 인간의 도구만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사유 그 자체이기도 해서 어떤 유행보다 더 빨리 소모되고 교체된다. 그럼에도 기어코 소모되거나 교체되지 않는 작가를 우리는 문호라 부른다. (12쪽)

원문에 대한 집착에이라는 함정에 빠지려 할 때면 문득 편집자의 감각이 깨어난다. 원어를 그대로 옮기려는 번역자로서의 나와, 좀 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우리말 읽듯 번역서를 읽고 싶어 하는 독자 사이 어디쯤에서 말이다. (39쪽)

좋은 글이란 빼어난 글솜씨로 쓰인 문장들의 묶음이 아니라 정돈된 사유를 탁월하게 표현한 글이고, 좋은 책이란 존재 이유가 명확한 책이다. (46쪽)

자신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자질로 거론할 수 있는 드문 직업이 편집자다. 한편 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눈에 비치는 현실이 폐허라면, 그것을 냉철히 응시하고 묘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의무와 편집자의 의무가 다르지 않다. (52쪽)

결국 책을 통해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 삶을 바꿀 이야기와 만난다는 것은 감이 감나무에서 떨어지길 기다리기보다 훈련을 거쳐 인생 문장과 의미를 찾아 나서는 행위에 가깝다는 메시지다. (76쪽)

널리 읽히고 많이 팔린다고 해서 다 좋은 책은 아니며 좋은 책이라도 안 읽히고 안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내가 참여한 책은 내재적 가치는 물론이고 대중적 호응도 뛰어나기를 바라는 욕심이 생겼다. (1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해 처음 만난 산문집, 표지의 사진이 강렬하다.

최승자 시인의 1976년부터 1989년까지, 1995년부터 2013년까지 기록을 읽었다.

노정이 들어 있다. 가위눌림으로 시를 형성하고, 정신분열증에서 문학으로까지... 

개인의 오래된 기록물에서 무엇을 알고자, 얻으려고 했을까. 

어쩌면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기록일 수도 있다.

시인은 이 수필집을 내고 싶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출판사에 대한 채무감을 말하고 있지만, 

시인의 보드랍고 깨질듯한 감성으로는 아예 거절은 어려웠을 거라, 맘대로 짐작한다.  

시인에게 살아 갈 힘, 사랑하는 게 아직까지 남아 있기를 바란다. 시인이 쓴 소설로 만나길...


189쪽

오래 묵혀두었던 산문집을 출판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자니

웃음이 쿡 난다.

웃을 일인가.

그만 쓰자.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