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지음 / 이학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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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생각이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사건'의 발생, 그 사건과의 우연한 '마주침' 그리고 그 사건의 기호에 대한 '해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9쪽

이제 우리는 생각이란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우리 생각이 직접 세계를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세계와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낯설게 다가올 경우, 오직 이때에만 우리는 생각이란 말에 걸맞게 사유하기 시작합니다.-47쪽

철학은 "지금-여기"를 비판적으로 다루지만, 또한 동시에 '아직은 없는' 세계를 꿈꾸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여기'를 문제 삼기보다 여러모로 정당화하기에만 급급한 제도권의 철학, 혹은 '지금-여기'를 전혀 숙고하지 않고 '아직은 없는' 세계만을 추구하는 종교적인 철학, 이 모두가 거짓된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71-72쪽

중요한 것은 기우제를 지내는 인간의 행동과 비를 내리는 자연의 작용이 서로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난다고 해도 그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우발적인 것이라고, 즉 그것은 하나의 우발적인 마주침에 불과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101쪽

'은미함(微)'은 국가가 국민에게 시혜하는 목적이 국민에게는 은미해야 한다는 것, 즉 알려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밝음(明)'은 통치자나 통치 계층이 자신이 국민에게 시혜하는 목적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국가가 재분배하는 이유를 국민이 알게 된다면 국가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지요.-151쪽

자본주의는 우리 자신을 부단히 상품으로 만들고, 우리의 행복을 잠식해 들어가는 체계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세계화에 맞서기에는 자본에 너무나도 깊숙이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에 맞선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맞서는 것과 같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이것은 용기 이전에 우리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200쪽

결국 '없음' 혹은 '무無'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기억하거나 기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르그손은 "없음은 있음보다 하나가 더 있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친구가 없네'라는 생각은 결국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 없네'라는 생각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니까요.-216쪽

자유로운 주체는 반드시 행복해지려는 주체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만으로 주체를 규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체인지 아닌지를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지속적인 행복이나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259쪽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타자란 우선 나와는 다른 삶의 규칙을 가진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타자를 사랑하게 될 수도 혹은 미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어떤 사람의 삶의 규칙이 나와 완전히 동일하다면, 우리는 그를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사랑의 힘이란 바로 '차이'의 힘에서 나오기 때문이지요.-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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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연가를 내서 쉬었다. 입안이 훨고 모든 게 귀찮고 우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싫었다. 커피를 가득 내려놓고, 조조영화를 보려다 그냥 집에만 있었다. 이책 저책을 펼쳐서 읽다가 음악듣다가 TV보다가 먹고 싶을 때 먹고 몸이 원하는 대로 했다. 가끔씩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거 같다.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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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구판절판


빠르고 정확한 판단 능력은 다양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10쪽

정말 중요한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세밀하게 살펴 관계없는 것들은 몽땅 걸러낸다.-62쪽

급변하는 상황 속에 신속한 인식을 요하는 초긴장 상태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가는 훈련, 규칙, 예행연습에 달려 있다.-159쪽

우리는 당연히 마음으로 감정을 느낀 후에야 그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혹은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얼굴을 감정의 부산물로 여긴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그 과정이 반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얼굴에서 감정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얼굴은 내적 감정의 이차적 게시판이 아니다. 얼굴은 감정의 대등한 파트너다. -269쪽

사실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나 사회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이 바로 눈앞의 얼굴이나 형세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275쪽

저는 '생각', 다시 말해 '직관적 사고'란 말을 더 좋아합니다. 순간적인 판단은 이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328쪽

글래드웰은 그 비밀의 근원을 파고든다. 설명은 간단치 않지만,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을 가차없이 쳐내 버리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내 일별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관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도 가질 수 있다!-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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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단. 명서. 미루의 이야기, 서로에게 내.가.그.쪽.으.로.갈.까, 를 원했던 사람들, 그리고 오.늘.을.잊.지.말.자, 를 다짐했던 사람들... 그러나, 아무리 원해도, 다짐해도, 마음이 무지 아프다... 옛날옛적, 서성대던, 그때 그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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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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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보다.-10쪽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86쪽

그 긴장은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겨울밤을 보낸 신새벽에 마당에 눈이 하얗게 쌓인 것을 발견했을 때, 생기를 잃고 말라비틀어져 있던 포도덩굴에 봄기운이 퍼져 새순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게 믿기지 않아 손톱으로 덩굴을 긁어보았을 때, 어린애의 분홍 손톱을 들여다볼 때와 같이 싸한 기쁨을 동반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하늘에서 흰 뭉게구름을 보게 되었을 때나 달콤한 복숭아 껍질을 벗기다가 한입 베어물었을 때나 산길을 가다가 무심히 주운 잣방울 속에 꽉 들어찬 흰잣들을 보게 되었을 때와 같은.-110쪽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곧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161쪽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만 떠오른다. 진실과 선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올바름과 정의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폭력적이거나 부패한 사회는 상호간의 소통을 막는다. 소통을 두려워하는 사회는 그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엔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 더 폭력적으로 된다. -183쪽

우리 엄마는 나에게 누군가 미워지면 그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라고 했어. 하루를 보내고 자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자는 모습을 보면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나는 화가 나거나 힘겨우면 일단 한숨 자는걸. 자고 나면 좀 누구러져 있지 않아? 사람은 자면서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해봐.-195쪽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241쪽

산다는 것은 무無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291쪽

어느 엽서에는 쥘 쉬페르비엘의 시가 적혀 있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내 맘대로 내속에서/마치 계절이 오가며/땅 위에서 숲을 만들듯/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327쪽

언젠가 우리에게 생긴 일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거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 -362쪽

나도 모르게,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학생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이어지자 학생들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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