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김서영의 치유하는 영화읽기 정신분석과 미학총서 5
김서영 지음 / 은행나무 / 2007년 8월
구판절판


우리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남들도 다"이다. "다른 엄마들은 다 하니까 나도." 아이를 생각하지 않는 어머니의 변명이다. 어머니는 그 말을 되풀이하며 아이의 반복되는 호소를 듣지 않는다.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 그녀는 다시 말한다.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다른 엄마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냥 그랬던 건데..." 전체 속에서 한 사람이 사라지는 경우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 그 혹은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다들"이라는 말 속에서 내가 지금 듣고 있는 말을 흘러버린다. -18쪽

상상계적인 영화들은 우리의 일상이 초라해 보이도록 만든다. 힘겹게 견디고 있던 하루가 더욱 남루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처럼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너무나 왜소하고 구차하게 느껴진다. 그 영상들이 제시하는 허상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꾸미고 바꾸어 특정한 모습이 되도록 부추긴다. 반면 상징계적인 영화들은 개인 속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낸다. 한 사람이 특별해지며 그/그녀가 포함된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인물들의 모습에 배인 걱정과 고통과 불안을 따라가며 우리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50쪽

그림자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모습을 뜻하며 그것은 항상 바깥세상에서 유사한 특성을 가진 타인에게 투사된다. 그러면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인 듯 보이는 그 사람이 왠지 모르게 싫어진다. -80쪽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는 잠시 멈추어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나를 괴롭게 만드는가? 내 몸과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을 억지로 견디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괴로운 반복을 멈추어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괴로운 느낌을 설명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어야한다. 특히 어떤 가족들의 경우 막연히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무마되는 듯하기에 따지거나 묻지 않는다. 그런데 서로를 보지 않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오히려 제삼자에게는 분명해 보이는 것들이 정작 가족이라는 테두리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큰 문제는 괴로운 느낌을 말하지 않는 데 있다. -97쪽

내 앞의 있는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속에 나타나는 말의 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말들 속에는 분노와 미움이 서려있을 수도 있고 사랑과 그리움이 배어있을 수도 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단어 속에 원망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미워한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있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의 말을 들으며 그 말을 토대로 또 다른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이다. -134쪽

부족한 2퍼센트의 공간을 읽어내고 그것을 분석하는 것, 또는 그 공간을 의미로 채우는 것은 정답을 아는 다수가 아니라 다른 누구와도 구별되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202쪽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것, 언제나 비어있을 수밖에 없는 것, 바로 그 빈 공간 때문에 우리는 욕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대상을 부여잡아도 신기루와 같이 사라지며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바로 사랑에 빠질 때이지요. 사랑이라는 것은 욕망의 특성을 뛰어넘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실재적인 것으로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209쪽

여러 경험을 통해 제가 내린 결론은 나 자신을 믿고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입니다. 마음껏 해석하고 부수고 고치고 재조립하며 가슴 속에서 들리는 가장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최선을 다해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222쪽

자, 이제 변하세요. 내가 누군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 모습을 바라보세요. 당신의 당당해진 눈빛 자체가 당신을 정의해 줄 것입니다. 내가 누군지 남에게 묻지 마세요. 정신분석을 통해 나를 분석하고 내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내가 누군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며 쓰다듬고 안아주고 보살피세요.-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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