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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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행위다. 그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행위이지 과거 속으로 퇴행하는 행위가 아니다. 달리기에서 모든 움직임은 현재에 있다. 호흡도, 맥박도, 고통도, 즐거움도 모두 현재에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달리기는 온통 현재만 있는 움직임이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과거는 회한을 불러오고 미래는 불안을 불러온다. 그러나 현재는 무無의 공간, 자유의 공간이었다. 달리는 순간 나는 나 혼자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은 곧 시스템으로부터 몸을 빼내는 순간이다. 가족이라는 시스템, 직장이라는 시스템, 국가라는 시스템, 달리는 시간은 그런 시스템에게 굿바이를 외치는 시간이다. -23쪽

세상의 엄마들은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이라는 존재들은 오늘도 또 날카롭고 긴 못을 엄마들의 가슴에 박아 넣고 있을 것이다. 못 박히고 박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71쪽

근면한 노동과 정당하게 쌓은 부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게으름으로 인한 빈곤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옳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빠른 경제성장의 시기를 경험하며 부의 축적과 하나님의 복을 일치시켰던 일부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큰 성장을 가져다준 자본주의야말로 하나님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체계라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성공의 근원을 특정한 경제 체제의 덕으로 돌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성공이 하나님의 복이라는 새로운 종교적 가르침이 등장했다. 이른바 '자본주의 복음'의 시작이었다. '하나님의 제도에서의 성공이 곧 하나님이 주시는 성공'이라는 공식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대신 눈에 보이는 자본에 의지하려는 이러한 종교적 차원에서의 변화는 더욱 강화되었다.-173쪽

신과 인간과의 인격적인 관계와 그 가운데서 나오는 신의 성품을 닮아 가려는 삶의 자세는 사라지고, 그저 지금 당장의 풍요와 행복만이 최고로 여겨지는 새로운 종교가 나타난 것이다. -174쪽

에너지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 갈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데, 수수료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의 손실을 뜻한다. 문제는 수수료가 저절로 보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가지고 있는 돈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다 보면 돈의 총액은 ㅇ이 되고 만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만 남는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물질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인 엔트로피entropy를 통해 이를 설명하려고 한다. -290쪽

요컨대 독후감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나'에 대한 글이라면, 서평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글이다. 또한 독후감이 '나(또는 내 속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를 위한 글이라면 서평은 '그 책을 읽은/읽을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이다. 다시 말해 책에 대한 감상을 피력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책을 비평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 사회적인 행위이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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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되니, 함민복시인의 '가을'이 생각난다.  '당신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든다. 거기다가 남자의 자격에 나온 실버합창단의 '그대있는곳까지'를 들으니 더더욱 쓸쓸하다. 또한 햇살의 기운까지 줄여들어 선듯선듯... 여름엔 이리저리 기웃대며 넘어지고, 아직도 눈빛엔 불안이 있고, 목소리엔 불만이 있다. 또한 지천명이 코앞인데도 여전히 많이 잡으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을 많이 잡았다. 그야말로 쓸쓸함이 넘치지도 지나치지도 오버하지 않도록 책읽는 일만 남아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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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독서처방 - 매혹적인 독서가 마녀의 아주 특별한 冊 처방전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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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백 통이 넘는 이메일에 답장을 쓰고, 일주일에 3,4개국을 넘나들며 회의와 연설을 하고, 일곱 시간을 걸어 무보수 왕진을 가는 데 천재적인 능력과 무모한 열정 중 어느 것이 더 필요한지 자문해봅니다. 사람이 그릇된 현실과 타협할 때 그게 용기가 모자란 탓인지,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따져도 봅니다. 아무래도 천재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41-42쪽

설렘으로 시작한 관계가 피로만을 부르는 의무로 변하는 것은, 그 관계에 담아 키우던 미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관계가 하품을 부를 때 우리는 상대를 탓합니다. 게으르고 무능한 당신 때문에, 젊음도 매력도 사라진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무미건조해졌다고 원망하지요. 그러나 하진과 체호프는 그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설렘이 권태로 변한 것은 '당신'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잃은 '나' 때문이라고, 그러니 나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86-87쪽

오직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 그리하여 남을 견딜 수 없는 곳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것, 그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새깁니다.-159쪽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묻고 그 승산에 따라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으냐 아니냐를 묻고 제 마음을 좇아 도전하는 것이지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174쪽

번역은 다른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해석하는 과정이며 타자를 수용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번역은 단순한 옮김질이 아니라 '만남과 수용', '갈등과 창조'가 교차하는 현장입니다. 다른 언어를 내 언어로 사용하자는 사고에는 이런 만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오로지 편의성만을 추구하는 기계주의가 있을 뿐입니다. -204쪽

스티에성의 수필 [띠탄공원]은 이처럼 지극한 슬픔의 끝에서 터져 나온 아름다운 절창을 보여줍니다. 조금 길지만 그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봄은 와병의 시절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봄의 잔인함과 갈망을 쉽게 깨닫지 못할 것이다. 여름, 연인들은 마땅히 이 계절에 실연해야 한다. 아니라면 사랑에게 미안할 것이다. 가을은 타향에서 화분을 하나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절이다. 오래 떠나 있던 집으로 그 꽃을 가져가 창문을 활짝 열어 햇빛이 집 안 가득하도록 한 다음, 하나하나 추억을 더듬어가며 곰팡이 슨 물건들을 천천히 정리하는 것이다. 겨울은 화로와 책과 더불어 한 차례 또 한 차례 굳고 굳은 결심을 되풀이하며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것이다. -280-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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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긴 연휴를 보냈다. 오랫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명절, 한때는 쓸쓸함으로, 마당을 서성거렸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또한 대둔산을 다녀오다. 무서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가을이 보인다... 장정일의 책만 읽었다. 책은 나의 삶이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나의 삶을 알 수 있고, 또한 달라진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감각과 인지, 신체활동이 작용해야하고,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 건강하다는 의미다. 그러러면 괜찮은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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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품절


이번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11쪽

자본가가 자진해서 얻을 수 있는 손해 중에 가장 고귀한 손해는, 사용 가능한 유휴(잉여)노동력을 빌미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지 않는 것이다.-31쪽

잘 '아는' 것과 잘 '느끼는' 것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그림을 보는 데 있어 전자의 능력만 내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개인의 '느끼'는 능력을 홀대하고 학문적으로 인준 받는 '아는'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든다.-73쪽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당사자를 비난하고 복수의 칼을 가는 데 집착하지만, 거기에 머물기보다는 당사자를 "배신에 이르도록 자초한 우리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되돌아 보고 "각자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성숙하고 생산적이다. -151쪽

나이가 들어서도 인형을 끼고 다니거나, 군복을 입고 가스총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거다.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참 많은데도, 우리는 그걸 낯설게 생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군복을 입고 가스총을 찬 예비역에 대해서는 모두들 우습게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핸드폰이나 륙색에 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남녀 대학생과 직장인에 대해서는 낯설게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인들은 모두 고등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냉소하는 J.스콧 버거슨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출간했던 '발칙한 한국학'(이끌리오, 2002)에서 "나는 20대의 다 큰 여자들이 가방과 휴대폰에 토끼 인형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참 이상하다"는 구절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외부가 그걸 발견해 주기 전까지, 그 이상한 풍경은, 한 번도 내게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182쪽

한 사회나 국가가 지역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군사적'경제적 면에서 세계의 최첨단에 서 있어야만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적 자본이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는 관용이 필요하다. -290쪽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최상의 자기 배려야 말로 타자에 대한 배려와 공공선으로 이어질테니, 대통령은 '정직'과 '국익' 사이에서 하등 갈등할 필요가 없다.-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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