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창비시선 173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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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그 집

-김 용 택

하늘 아래 아름다운 집 그 집은
아버님이 지으셨다.
아버님은 깊은 산 속을 돌아다니며
곧고 푸른 솔나무를 베어 말렸다가
지게로 하나하나 져날라
빈터 그늘에 차곡차곡 쌓았다

기둥과 서까래와 상량 나무와 개보*와 무루 판자감이 몇 년만에
다 모이자
아버님은 목수를 불렀다.

잘 마른 소나무에 검은 먹줄이 까맣게 튕겨지고
하얀 속살이 깎이고 잘리고 환한 구멍들이 뚫렸다.
붉은 조선소나무 무늬가 보이는 대패밥,
붉은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토막으로
모닥불을 놓아두면
동네 사람들이 저절로 하나둘 모여들어
하루 종일 집 짓는 구경들을 했다
어던 어른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하루 종일 우리 집에서 술도 먹고 밥도 먹으며
온갖 연장으로 지게도 만들고 쟁기도 만들었다.
하얗게 다듬어져 쌓인 나무 옆에서
파랗게 타오르던 연기
꼬물꼬물 조선소나무 무늬가 타던 불꽃.

아버님은 강변에서
보는 족족 모아두었던 주춧돌을 가져왔다
기둥이 검은 산에 하얗게 수직으로 일어섰다. 사방으로 기둥을 세우고
뚝딱뚝딱 나무메로 두둘겨 집을 맞추어 갔다.
-50쪽

방이, 마루가, 부엌이 하얗게 그려졌다.
아, 하얗게 깎인 나무들이 그려내는 집 모양이
깊은 산그늘 속에 둥 떠올랐다
상량떡을 먹고 서까래가 올라가자
동네 사람들이 지게 지고 괭이 들고 삽 메고 모여들었다.
닥채로 지붕을 엮어 덮었다. 다시 그 위에 장작을 얹어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논흙이 올라갔다.
사람들은 텃논에 흙구덩이를 내어
마당에다 쌓고
그 위에 짚을 썰어 섞고 물을 부어 흙을 맨발로 밟아 이겼다.
머리통만한 흙덩어리를 만들어
지붕 위로 휙휙 던졌다.
흙덩이들이 지붕 가득 날아올라
점점 하늘을 막았다.
흙을 밟아 이기는 흙 속의 굳센 발,
어기영어기영 휙휙 흙덩이를 던지며
가뿐가뿐 받던 아름다운 손,
웃고 떠들며 쉬지 않던 입,
공만한 흙덩이 하나가
마지막 하늘을 막았다.
나는 큰방 자리에 서서
잠깐 캄캄했다.

지중에 저릅대로 만든 날개가 올라가 덮였다.
아버님이 달빛이나
새벽빛으로 엮은
닐개가 지붕을 덮자
노랗고 따뜻하고 둥그스럼한 초가 지붕이 되었다.
대나무로 벽을 엮어 흙을 바르고
납작납작한 두들장이 놓여지고
방에 불이 들어가고
굴뚝에서 연기가 솟았다.
-50쪽

방마다 흙에서 뭉게뭉게 김이 나고
흙냄새가 집안 가득 피어올랐다.
집, 아, 아름다운 동네 사람들의 생각과 손과 발, 온몸으로 지어진
그 집, 그 집 지붕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해와 달이, 별들이 떴다
지곤했다
눈이 내려 쌓이고 고드름이 얼고
비가 내렸다.
구렁이, 참새, 쥐, 굼뱅이들이 그 집에 집을 지었다.
그 집에는 소, 개, 돼지들이 깃들어 살고
그 집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와 세 의 남동생과 두 명의 누이가 살았다.

그 집에서는 산이 보였다.
그 집에서는 마루에 누워도 물이 보였다.
그 집에서는 물을 차고 뛰는 하얀 물고기들의 저녁놀이가 보인다.
아이들이 크고 세월이 갔다. 그 집에서 오랜 세월이 더 흐른 후
그 집을 지은 아버지는
그 집 큰 방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솔나무를 베어 왔던 그 산에 둥그렇게 묻혔다.

아, 아름다운 그 작은 집, 그 흙집에서 나는 지금 산다.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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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건강과 행복과 즐거움을 서로에게 보내다. 수고한 나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보낸다. 자신을 더 깊이 생각하고 단순하고 검소한 삶으로 부지런하게 살고 싶다. 아직까지 옆을 돌아보며 먼저 손내밀고 생각해주고 배려하는 부분은 낯설다. 언제까지 자신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자신만' 생각한다고 말하면 굉장히 어감이 달라지고 의미또한 다르다. 타인을 희생시키고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묻기 전에 나에게 정직과 성실을 먼저 요구한다는 의미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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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나는데 문자 하나 오지 않더라... 이 전에는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모두들 하더라... 아무것도 하기 싫어 모른 척했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불안은 죽음이라고, 예전에 심하게 아팠을 때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병명을 만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았던 느낌이 생생했다. 죽음의 끝에 있다면 생시인지, 꿈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수 없을 거같다...엄마의 생신으로 가족들이 모였다. 칠십을 넘어가면 하루하루가 어떤 느낌일까... 자꾸 고집을 부리고 욕심을 내는 엄마의 모습이 싫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스럽기도 하다. 내가 그나이 되면 그럴까... 시간은 왜 이리 빨리도 가는지, 아빠는 각자의 나이가 세월의 속도라고 하던데... 당신들은 그럼 얼마나 빨리지나고 있을까. 그래서 당신들의 속내와 행동은, 우리에겐 욕심과 고집으로 보일지라도,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리라. 자식들을 보고 싶고 기다린 마음보다, 얼굴을 대하고 보는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 버리니, 얼마나 아쉬울까... 돌아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백발이 되어버린 그래서 한가지만이라도 붙잡고 있을 수밖에... 보다 냉정하게 보다 용기있게 죽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여기의 삶은 더 풍요롭고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마음을 나이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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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냉정하게 보다 용기있게
어빈 D.얄롬 지음, 이혜성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8년 6월
품절


에피쿠로스는 '의학적 철학'을 실천한 철학자였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철학자들은 인간의 영혼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철학에는 하나의 목표, 즉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통의 근원은 무엇인가? 에피쿠로스는 그것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믿었다. 피할 수 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인생의 즐거움을 방해하고 불쾌감을 남겨 준다고 했다. -15쪽

슬픔과 상실이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경험이 되고 또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만든다. -54쪽

자신이, 자신만이, 자기 삶의 결정적인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만 그것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자신이 외부적인 방해물에 압도다하게 된다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그 방해물에 대항할 수 있는 태도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118쪽

죽음을 의식하고 그 그늘을 가슴 속에 품으면서 사는 것이 이롭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 두라. 이런 인식이 한때는 빛났으나 지금은 어두워진 인생의 서글픔을 희석시켜 줄 것이고 그런 생각을 계속한다면 당신의 인생을 상승시켜 줄 것이다. 인생을 가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모든 사물을 깊이 있게 사랑하게 하는, 이런 모든 경험은 당신도 언젠가는 없어질 운명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166쪽

나는 단지 인간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인간관계가 존재하는 세상만이 나에게는 상관이 있다. 내가 실존이 없는 텅빈 세상, 자기 인식에 대한 주관적인 마음이 없는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나에게는 슬픔도 애통도 없다. 다만 내가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파급효과가 중요하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자기와는 다른 자기 인식의 요소를 적용해 보는 것, 이것이 파급효과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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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한주간을 지냈다. 아침 0교시부터 야자까지 무슨 연수를 그렇게 하냐... 아무리 전문성 향상을 위한다지만 이건 아니다... 학습자의 개인차가 많이 나고 강사 또한 학습자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경우가 많았다... 피곤이 한꺼번에 왔는지, 입안이 다 훨었다... 짬짬히 책읽는 재미가 있어서 망정이지, 허허벌판 외딴 곳(?)에서 갈데도 없고 강의내용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몇몇 강좌는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 가끔씩 책을 덮어두기도 했다. 행복하려면, 계속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서로 나누고 나눠주는 것... 잘 늙는다는 것 또한 유전, 환경, 돈이 문제가 아니라 주관적인 면이 가장 컸다. 그래서 이곳까지 시간을 들여 왔건만, 시간이 아깝다, 돈이 아깝다... 이왕 이렇게 되었을 때는, 나또한 강의를 한다면 어떻게? 를 배우게 되는 거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것 보다는 저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들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인데, 전달하는 게 세련되지 못했을 뿐이라고... 같은 밥을 먹는 한 식구이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운영의 묘를 잘 살렸더라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한가지를 가지고 시간을 투자했더라면 뿌듯한 뭔가가 남았을 거고 적용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을 텐데... 그냥 피곤했고, 입안이 더 훨었고, 감기의 경계선에 있는 내모습만 남아있다... 그래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건 행복해 지는 지름길이다. 윤기나는 마음과 머리, 조금씩 매만져지는 나의 모습이 대견하여 스스로 칭찬한다. 아, 피곤하다. 좋은 꿈을 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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