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읽기가 불편하다. 역자후기를 먼저 읽었다. 읽다가 발견한 두장의 단풍잎이 반가웠다. 언제 누가 넣었을까. 기억나지 않아 아쉽지만.  

시간은 저 혼자 흐르고 보는 순간이 실재가 될 수 없음을 그림을 예시로 제시하고, 시간을 통하여 지금 내가 있는 좌표를 확인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밖에-마음으로 보는 눈을 길러야만. 지금 거주하는 공간은 나의 삶이 들어 있지만 현대의 단절된 관계는 임시공간에 불과하다는 거. 시공간에서 소외된 우리의 회복은 사랑과 언어이다. 저자에게 온 당신이 보낸 엽서에서, 지금 여기에 없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하므로 지금 여기에서 당신의 실재를 알 수 있다. 결국에는 사랑만이 분리된 시간과 공간을 온전한 나의 것으로 가져다 줄까... 함께 있어도 시간의 속도가 다르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마음은 따로 있으니...  

 

다음은 표지 뒤의 글이다.

"존 버거는 이 책에서 근대의 과학적이고 계량적인 시간관에 의해 인간이 '시간'과 분리되었고, 문명과 도시화에 의해 인간의 근원적 '공간'으로서의 집이 와해되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낭만적인 사랑'과 '시 또는 언어'로 다시 세워진 집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시간과 공간 모두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현대의 인간이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렌즈를 통해 보듯 우리의 덧없는 삶의 경험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현대인들을 인간의 근원적인 시간과 공간 속으로 안내하며, 과거. 현재. 미래의 분리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죽음과도 같은 이별을, 언어에 기댐으로써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반 고흐, 카라바조 같은 화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실재를 획득하기 위해 고투했던 과정을 보여주면서, 삶의 근원에 다가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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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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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는 항상 두 가지 시간 사이에 있다. 육체의 시간과 의식의 시간이 그것이다. 따라서 모든 문화권에서는 육체와 정신사이의 구별이 존재한다. 정신이 우선시되며, 무엇보다도 정신은 육체의 시간과 구별되는 또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17쪽)

그러나 모든 죽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그 유대에 속하긴 한다. 그들은 더-이상-삶이-없는-모든-존재로 거기 있다.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의 상상에 의해 존재한다. 죽은 자에게 이 변연은 산 자에게와는 다르게 어떤 경계도 장애도 아니다. (22쪽)

그림들이 보여주는 천재성 때문이 아니다. 그 그림들이 연유된, 그리고 그림들이 표현하고자 한 삶의 경험들-세상의 역사만큼 끈질기게 스스로 드러나는 욕망, 세상의 끝 같은 미묘함, 낯익은 몸에 대한 사랑을 마치 처음처럼 끝없이 재발견해 가는 눈-이 모든 것들은 말 이전에 다가와 말의 영역 너머로 옮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32쪽)

역사적 혹은 개인적 사건들에 의해 이미지의 중요성은 물론 변하지만 그려진 내용은 변함이 없다. 같은 병으로부터 같은 우유를 따르며, 바다의 파도는 변함 없이 같은 모양이고, 얼굴과 미소 역시 변함이 없다. 회화는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왜냐하면 사진이 찍히는 순간과는 달리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화가 순간을 담아낸다는 말은 맞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화는 본질상 그 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4-35쪽)

그러나 우리의 경험은 쉽사리 폐기될 수 없다. 시계만을 보면 시간은 느리게 가지도 빨리 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에 의해 시간의 흐름이 단일 과정이 아닌 서로 대치되는 두 개의 역동적 과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축적과 낭비가 그것이다. 어느 한순간을 깊이 경험할수록 경험은 더 많이 축적된다. 그런 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경우 낭비로서의 시간의 흐름은 저지된다. 살아 있는 시간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와 밀도의 문제다. (48쪽)

시각은 눈을 의미한다. 눈은 보이는 것과 보는 존재가 만나, 관계를 이루어내는 곳이다. 하지만 그 보는 존재가 인간일 경우, 시간이나 거리 때문에 눈이 보지 못하거나 결코 볼 수 없는 것이 잇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과거에 보았던 것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이른바 부재의 시각적 경험 역시, 시각에 대한 인간의 이런 양면성을 가진 인식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하나의 사람짐을 마주한다. 사라지는 것, 보이지 않게 되는 것, 그런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부인하게 되는 것, 우리 존재를 무시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 위한 하나의 투쟁이 뒤이어 일어난다. 따라서 시각은 비가시적인 것 역시 실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한번 본 것들이 공간이라는 복병에 의해 부재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영구히 맞서 보전하고 조합하고 정리하는, 내면적 눈을 기를 것을 촉구한다. (64-65쪽)

당신 편지 봉투에 씌여진 글자를 보면서, 당신 목소리를 듣는다. 목소리를 듣는 것과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기억은 회상이다......목소리는 우선 몸에 속하고 다음으로 언어에 속한다. 다른 언어로 말하더라도 목소리는 동일하다. (67쪽)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 강요됨 없이 선택한 이 습관들은 그 자체로는 일시적이지만 반복을 통해서 다른 어떤 숙소보다 더 영속적인 주거처를 제공한다. 집은 더 이상 주거의 장소가 아니라 거기 살고 있는 삶의 숨겨진 이야기일 뿐이다. 혹독하게 말한다면, 집은 단지 그 사람의 이름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름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83쪽)

사랑은 모든 거리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분리와 공간이 아예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이든 사랑받는 사람이든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공간과 사랑 사이에는 원초적인 대립이 존재한다. (113쪽)

언어는 일어났던,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인간 경험의 전체성을 낱말들을 통해 껴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한 공간도 허락한다. 이런 면에서, 언어야말로 잠재적으로 인간의 유일한 집인 동시에 인간에게 적대적일 수 없는 유일한 주거지이다.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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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시간이 흘렀다. 추석에 보름달을 보고 싶었지만 온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그래도 그곳에 보름달이 있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곳에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나의 중심이 되는 것에 자꾸만 조바심내고 스스로 시험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던 매터의 의미있는 사진에 깜찍한 우리말 제목은 읽는 내내 즐거웠고 필링과 힐링이 되었다. 사진에 딱 어울린다. 완벽한 사진을 얻기 위해 수십번의 점핑을 한 그들의 순간은 살아있는 일상이다. 살아서 퍼덕이는 생생한 장면을 선사해 주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살고 있는지 반성과 살아야겠다라는 다짐까지 하게 만든다. 번역도 참 잘했다. 사진제목들을 옮겨본다. 그리고 경주의 지진이 대전까지 흔들리게 한 파동을 처음 느껴본 기간이었다. 지금도 지진이 왔다는데 서울 여기까지는 아직이다. 지진이라는 큰 개념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깨칠 때가 되었다.  

 

-Rise Above It All : 최고의 아이디어는 많은 고민 위로 떠오르는 법

-Gonna Fly Now :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Surrender : 악마도 가끔은 프라다를 벗는다

-My Time of Day : 100퍼센트의 나로 돌아가는 시간

-My True Love Gave to Me : 첫 기스를 하면 종, 아니 나팔이 울린대

-Uh-uh : 노, 노, 욕망이 사랑을 추월해서는 안 돼

-The Last Straw : 사랑하는 날들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Off Your Feel :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성별도

-Stepping Out with My baby : 데이트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S.W.A.K(sealed with a kiss) : 편지에는 보내는 사람의 목소리가 묻어 있다

-Flying High : 웃을 준비를 하면 웃을 일이 빨리 오는 법

-Blowing in the Wind :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Brass Ring : 회전목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Body Surf : 전부를 던져야 사랑을 얻는다

-Le Backpacker : 여행은 세상의 짐을 내려놓고 배낭을 짊어지는 것

-Ivy : 혼자만의 시간이 그 사람을 보여 준다

-Bird Watching : 새를 보는 방법, 먼저 새가 될 것

-After : 사람은 죽어서 그리움이 된다

-Just One More : '한 잔만'이 '한 잔 더'로

-Moving On : 헤어지는 발걸음보다 무거운 것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Forgive Me : 용서를 구하는 순간부터 용서는 시작된다

-Save the Day : 누군가를 구조하는 일이 내 삶을 구조하는 일이다

-Making Hay : 즐기는 것이 이기는 것

-Inked : 차. 카. 게. 살자

-On Hold : 일하다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때가 있죠

-Saving Lives :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의 일생과 만나는 순간

-Transfer :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환승하기

-Spree : *주의 : 과도한 쇼핑은 허리를 휘게 만들 수 있습니다

-Sticky Situation : 화내지 마, 좋은 일의 징조일 수도 있어

-Garbage Night :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Joy : 기쁨의 조건은 기쁨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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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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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아주 오랫동안 꿈꾸면 세상은 그 꿈을 이루어 주기도 한다. 동화 속의 `해피 엔딩`이 정말로 생겨나는 것이다......뜻밖의 행우닝 내게 운명을 바꿀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나를 찾아온 행운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내가 야구를 위해 헌신해 왔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14쪽)

사랑은 일련의 기억이다. 오늘 느끼는 열정은 내일의 향수가 된다. 우리는 어느 순간에 판자 길boardwalk 아래에서 키스를 하고, 곧이어 다음 순간에는 공원에서 아들딸과 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접착제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만든 기억의 혼합물이다. (46쪽)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허드슨을 기타 학원에 등록시켰다. 로렌과 나는 그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햇다. 허드슨은 기타를 장남감처럼 갖고 노는 것은 좋아했지만 악기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몰랐다. 이제 허드슨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할 때였다. 그러나 허드슨은 첫 수업을 받고 온 뒤 기타를 멀리 치워 버렸고 그 후로 좀처럼 손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아이의 상상력에 어른의 감정을 강요했던 것이다. 마법은 빛을 잃었다. 기타를 치는 것은 더 이상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일이 되고 말았다. 박수갈채나 칭찬, 재능이나 지식처럼 우리가 어른의 시각에서 가치를 두는 것들은 허드슨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았다. 허드슨은 단지 공상과 놀이 속에 빠져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78쪽)

우리는 보상을 얻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을 때에도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는 한다. (112쪽)

성인인 우리들은 성숙함과 극기심을 혼동하고는 한다. 결국 슬픔을 발산할 기회를 잃고 마는 것이다. 어른이 놓은 수많은 덫 가운데에서 가장 파괴력이 강한 것은 슬픔이 우리를 찾아올 때 `기운을 차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고통을 느낄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통을 피해서 달아나려 하지 말고 슬픔에 몸을 내맡기도록 하자. (134쪽)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거나 좌절감을 느끼기 쉬우며, 역경 앞에서 그냥 포기해 버릴까하는 유혹에 자칫 사로잡힐 수도 있다. 또한 최대한 적게 일하고 제날짜에 월급을 받는 것에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156쪽)

우리 모두는 언젠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시간의 손을 느끼기 마련이고 목적지를 향해서 달려가게 된다. 가벼운 조깅처럼 시작된 일은 순식간에 전력 질주가 되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빨리 달릴수록 그만큼 볼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나는 십여 년의 세월을 전력 질주해 왔다. 그동안 커다란 보물은 몇 개 끌어모았지만 수없이 많은 작은 보석들을 희생해 왔다. 나는 이제 작은 보석들을, 상을 얻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느라 못 보고 지나쳤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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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무엇일까. 세명의 주인공들의 -첫번째 아내. 남편, 두번째 아내- 입을 빌어 결혼에 대한 환상의 콩깍지를 하나씩 떼어준다. 그들은 함께 살아온 생활에 대하여 서로 다르게 표현한다. 결혼은 계급이다. 자신의 신분으로 사랑한다. 타고난 자와 만들어진 자는 다르다. 보이지 않는 구조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 결혼은 '서로에게 맞는 사람'과 하는 것이고 결혼했다면 그 사람에 대하여 전부 알고 있어야 된다는 사실과 서로 맞지 않아도 사랑하는 감정은 가질 수 있다는 시민계급의 첫번째 아내. '한 여인에게 쏟는 마음이 사람자체일까. 갈망일까.'와 시민계급과 가난한 하녀 출신의 아내들에게 결코 이해받지 못할 거 같은 외로움에 빠져있는 남편. 오물 속에서도 '건초냄새가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두번째 아내에게 결혼생활은 시중드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결혼생활을 극단적으로 계급이 다른 이들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결혼을 해 본 이들은 알 수 있다. 보이는 거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겹겹의 차이에서 수많은 갈래길에서 묵인하며 살아 가기도 하고 새로운 길로 떠날 수도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올라오는 상념들이 떠남보다는 머무름에 더 무게를 실어 주는 날도 있다. 갔다가 되돌아 올 수 있는 둘레가 더 넓어지고 있다. 어쩌면 경계가 없을 수도. 결혼에 대한 수많은 명언들이 있다. 참고하시길... 

 

*결혼은 미친 짓이다.- 유하

*나는 지금 지옥으로 가고 있다.-링컨

*거짓말, 기만, 모순되는 메시지... 이거 진짜 결혼생활처럼 되어가는군.-영화 페이스오프    

*유재석: 결혼은 좋은 겁니다. 저는 결혼을 하면서 비록 한가지를 잃었지만 5만가지 이상을 얻었습니다.   박미선: 뭘 잃었는데요?    유재석: 저 자신이요.

*흘려버려라.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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