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벌렁 벌렁거리다가, '밤의 대관람차'에서는 가슴이 심하게 애렸다. 감정이입이 되어서다. 

요즘 들어 쓸데없이 공감과 배려와 오지랖까지 생기고 있으니, 늙었다에 핑계를 댄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을 한다는 건 모두 거짓말같다. 결국, 자신을 위하여 하는 거다. 웃는 얼굴이 진짜가 아닐 수 있고, 울음 또한 거짓일 수 있고. 갖가지의 가면을 쓰고 사는 거 같다. 나는 아니야라고 포장한 모습이 글을 읽으면서 하나씩 벗겨져 한없이 쪼그라지고 숨을 곳이 없어진 느낌, 부끄러움 조차 느낄 수 없는 상태이기 보다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마음같다. 그래도 아닌 척, 꿋꿋하게 살아갈 거다. 얼굴 아래에서는 파르르 떨림도 있을 거지만 그래도 상냥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뒤늦은 후회와 자책을 하더라도, 마음 속이 다 타들어가도, 다시 정비를 하고 타인과 세상을 향해 웃으면서 나갈 것이다. 알고도 모른 척, 진짜 몰라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는, 의도한 바는 아니였지만 나의 불편과 안위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누군가에게, 적어도 한명에게라도 진짜 모습에 대하여 이런 저런 말은 해 둬야겠다. 그때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래도 나보다는 너네들이 더 무섭고 뻔뻔한 얼굴을 가졌다고. 너희를 대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동안 단단하게 준비했지만 가슴이 많이 벌렁댔다고. 심지어 사랑하는 관계에서까지 위로가 노고와 헛수고가 아닌지, 혹시 혹시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그러다 너의 진짜 모습을 보기 전에 어떤게 진짜 내모습일까, 까지 세월이 흐르다 죽을 거같다.

'하는 수 없었다. 결정의 순간에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결정해버리고.(139쪽)'   

시월의 막날, 오는 세월 막지 않고 가는 세월 잡지 않고 싶다고, 태연하고 싶은데 마음은 여전히 뒷걸음 가다가 먼저가 있기도 하다. 지금 여기에 내가 있는데... 친구가 지은, 늦가을을 몇 번 읽었다. 또 다른 친구에게는 상학이 시집 두권을 부쳤다.

 

늦가을 / 안상학

 

그만하고 가자고

그만 가자고

내 마음 달래고 이끌며

여기까지 왔나 했는데

 

문득

그 꽃을 생각하니

아직도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내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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