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 한 주간 더 다니게 되니, 몇십년이나 익숙한 몸이 먼저 알아 차리고 감기 몸살이 왔다. 종업식과 졸업식으로 마무리했다. 긴 방학의 첫날은 도서관을 다녀왔다. 검은색으로 도열해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는 두명의 탐정이 나온다. 미스 마플은 푸근한 옆집 할머니 같고(TV에서 주인공이 다른 두개의 버전으로 본적이 있지만, 누군지 모두 알고 있으리라.) 콧수염을 빳빳하게 하여 끝을 올린 푸아로 경감은 범인을 이미 알고서 한명씩 확인하며 좁혀가는 장면이 재미있다... 이박삼일 기차여행을 하면서 모두 읽었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떤 상황에서도 죽는 법이 없고, 이미 나 주인공이다를 드러낸 잘 생긴 얼굴이며, 예전에는 모든 주인공의 더빙을 한사람이 도맡아 했으니, 이처럼 금방 눈치를 챌 수 있는 소설의 틀이 있는 것같아 흥미가 떨어졌다, 어릴 때보다는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큰일이다... 얄롬의 책을 집어든다... 오랫만의 강추위다. 북극남극에서도 입을 수 있는 롱파카가 제몫을 단단히 했다, 그런날도 있어야지. 짧은 여행이었지만 몸과 마음의 덕지한 떼를 벗기고 벗겨지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