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의 모습, 점점 이도 저도 아닌, 그렇게 쉽게 단정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나에게서 우유부단과 변덕까지 보인다. 상황과 사람을 드러다 보고 살피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욕심에 초점이 가 있다. 두 가지 모두 갖고 싶다거나 충족 시키고 싶은, 그저 괜찮고 실력있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쉽사리 선택과 결정에 머뭇거리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산다고 할 수는 없다. 소설 속 인물들 또한 변명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그들 입장에서 보면 당위성이 있는 말이지만. 나와 다르다고 틀리다 말 할 수 없는 거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다시 온다 해도 이게 어쩔 수 없는 나의 운명이기에 사랑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살면 될까. 여전히 꾸물거린다... 방금 택배를 경비실에 맡긴단다. 내가 뭘 샀더라~ 내참, 이러고 살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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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 니체 카잔차키스 서머싯 모옴 쿤데라의 삶의 성찰들
이현우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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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게 ‘운명애‘는 초인의 행위이자 극도로 주권적인 행동입니다. 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노예가 아닌 주인만이 할 수 있습니다. (37쪽)

삶에 대해서 성찰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주의는 삶과 성찰을 분리시킵니다. 그렇다면 성찰하는 사람은 조르바의 표현에 따르면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제대로 사는 동안에는 성찰할 수 없지요. 이것이 조르바주의입니다. (45쪽)

이 삶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것, 윤리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반복되어도 좋을 만한 것으로 최선의 삶을 살라는 주문이기도 하니까요. (66쪽)

카잔차키스에게 핵심적인 가치는 자유였죠. 자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은 다르게 말하면 유혹입니다. 최후의 유혹이나 하느님의 부름에 대한 부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말하자면 신이 선택한 게 아닙니다. 예수가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주권‘이지요. (83쪽)

달이나 6펜스냐. 단, 둘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17쪽)

삶의 본질이 무엇이냐? 표상과 의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맹목적 의지는 욕망으로 바꿔도 됩니다. 욕망은 우리를 항상 파멸로 몰고 가니 억제해야 합니다. 욕망은 우리를 항상 파멸로 몰고 가니 억제해야 합니다. 성에 대한 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종류의 욕망, 의지를 다 거부합니다. 이것이 쇼펜하우어적 염세주의입니다. (127쪽)

우리가 개념을 습득하면 그로부터 새로운 시야가 열립니다. 하지만 이면도 있습니다. 즉 보게하지만 보지 못하게도 합니다. 여러 개념을 바궈가며 살펴봐야겠지요. (186쪽)

사람들 대부분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해우이,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6쪽)

그렇다면 일회적인 삶은 아주 가벼운 것이고 이를 극복해서 아주 무거운 삶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하더라도 이대로가 더 나은 것인가?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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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고 믿는 존재, 사람들이 나라고 믿는 존재에서 나의 실체는 뭘까? 타인에 의해 인지되는, 타인이 인지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는 실험을 한다. 나는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명 이상이 될 수 있는 어떤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잡힐 듯한 내용, 어렵다.. 푸르고 초록초록한 5월이 올해만큼 힘들기는 오랫만이다. 그럴수록 책을 읽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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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김효정 옮김 / 최측의농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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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라고 믿었던 내가 남들에겐 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누구였을까? (23쪽)

사는 동안 나 자신에게 나에 대한 어떤 이미지도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저 육체가 나를 말하는 필연적인 이미지 인양 그것이 표현하는 나를 보아야 했을까? (33쪽)

내가 결코 나를 볼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다시 말해 그 또한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그 나름 가졌던 시각으로 나를 보았으며, 그 시각 속에서 나는 그의 생각을 따라 완벽한 멍청이로 살고 있었다. (49쪽)

내가 당신을 위해 가지고 있는 현실은 당신이 내게 준 형태 속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을 위한 현실이지 나를 위한 현실은 아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가지고 있는 현실은 내가 당신에게 준 형태 속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위한 현실이지 당신을 위한 현실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면 내게 다른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66쪽)

나는 타인을 보고 말했던 불확실한 나가 아니라, 남들이 그들의 외부에서 바라보는, 내가 몰랐던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이었다. 내가 본 친구의 모습처럼 나도 그에겐 그런 존재였다. (79쪽)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보는 방식에 따라,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들을 위해서도 존재한다는 진실한 믿음에 따라 그럭저럭 원하는 대로 자신을 만드는 어떤 방식을 가지고 있다. (92쪽)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그를 인식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에게 어떤 현실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94쪽)

그것이 전부였다. 각기 다른 나의 현실이 모두 십만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변하도록 내가 살고 있던 십만 명 중의 한 명에게 나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 장난삼아 조금씩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115쪽)

내가 사람들이 나라고 믿었던 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42쪽)

남자가 여자에게만 이방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각자 타인이 껴안고 있는 그 육체 안에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149쪽)

당신이 그녀를 손으로 만지듯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현실, 인생, 세상은 그녀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동일한 사물과 당신, 그리고 그녀 자신 속에서 다른 현실을 보고 접촉하지만, 그것이 어떤 현실인지 당신에게 말할 수 없다.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그것이 당신에게는 또 다른 것인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0쪽)

어떤 사람이 자살하려고 마음먹을 때, 그는 왜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죽겠다고 하는 것일까?......나의 눈은 그러므로 이런 타인들의 시선이 없었다면, 내 눈이 보았던 것을 정말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155쪽)

표면적으로 우리는 그런 현실을 거짓된 가설이나 잘못된 판단, 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는 진실이 아니지만, 남들은 그것을 보고 웃는다. 그들에겐 진실인 것이다. (203쪽)

어떤 이름도 없는 것. 오늘 현재 어제의 이름에 대해 어떤 기억도 갖지 않는 것. 그리고 내일은 오늘의 이름에 대해 기억하지 않는 것. 만약 이름이 사물이라면, 만약 이름이 우리 외부에 둘 수 있는 모든 사물의 개념이라면, 사람드은 이름 없이 개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또 그 사물은 우리에게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맹목적인 것으로 남게 될 것이다. (239쪽)

또한 인간들은 하나의 형식에 고정될 수 없고, 오늘은 이런 방식으로 내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변하기 때문에 일관된 하나의 개성을 가질 수 없다고 여겼다. 이렇게 복잡하게 변하는 외형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내면세계 외부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외부적인 ‘형식‘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형식‘은 그를 가두는 감옥이 되고, 그와 관계된 사람들도 모두 스스로의 ‘형식‘에 그를 붙잡아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다고 판단된 사람은 어리석은 행동을, 현명하다고 판단된 사람은 현명한 행동을 한다. (244-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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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한 사람의 글이다. 독서를 하게 된 이유를 언급하면서, 책은 반드시 종이책이어야 하고, 서점이 있어야 하는 이유와 책을 읽는 방식부터, 유명한 저자들이 글을 썼던 집과 무덤까지 찾아다닌 일화와, 고자세의 세익스피어 앤 컴패니에서의 소소한 복수?까지, 자신이 수많은 책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진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로 여기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가 말하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역시하는 동지같았고, 그 동안 나를 거쳐간 수많은 책들이 떠올랐다. 컴컴한 만화방에서 보낸 초등시절, 그로 인해 착용한 안경으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일, 그림책, 문학전집, 어렵던 삼중당 문고, 이청준, 김승옥, 이문열등의 글들을 지나 고리끼, 잉게숄, 강철은 어떻게... 분노의 포도, 히드클리프 같은 남자 등등으로 지나온 내밀한 시간들이 떠 올랐다. 여전히 무리지어 주변에 머물고 있는 책들, 도서관, 서점등이 있어 글을 읽는 내내 저자와 비밀을 공유한 듯 속닥속닥, 히히덕거렸다. 보물찾기 하듯 나도 이 책 읽었는데 하면서 즐거웠다. '책만 읽고 살면 소원이 없겠네', '하루는스물네 시간,책만 읽기에도 모자라',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지', '아직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여, 나중에 오라' 같은 소 제목들도 가슴이 뛴다. 순전히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쓴 글이기에 호불호가 엄청 날 것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이 있는가? 그렇다. 거듭, 또 거듭, 친구들은 다음의 책들을 지목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율리시즈], [피네건의 경야], [마의 산], [전쟁과 평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트리스트럼 샌디], [부덴부로크 가 사람들], [로마제국 쇠망사], 보스웰의 [존슨의 생애], [제3제국의 흥망], [미들마치]는 그들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의심하면서도 언젠가는 올라야 할 우뚝한 봉우리들이었다(317쪽)"   - 아직 읽지 못한 책 주문들어 간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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