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라고 믿었던 내가 남들에겐 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누구였을까? (23쪽)
사는 동안 나 자신에게 나에 대한 어떤 이미지도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저 육체가 나를 말하는 필연적인 이미지 인양 그것이 표현하는 나를 보아야 했을까? (33쪽)
내가 결코 나를 볼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다시 말해 그 또한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그 나름 가졌던 시각으로 나를 보았으며, 그 시각 속에서 나는 그의 생각을 따라 완벽한 멍청이로 살고 있었다. (49쪽)
내가 당신을 위해 가지고 있는 현실은 당신이 내게 준 형태 속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을 위한 현실이지 나를 위한 현실은 아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가지고 있는 현실은 내가 당신에게 준 형태 속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위한 현실이지 당신을 위한 현실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면 내게 다른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66쪽)
나는 타인을 보고 말했던 불확실한 나가 아니라, 남들이 그들의 외부에서 바라보는, 내가 몰랐던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이었다. 내가 본 친구의 모습처럼 나도 그에겐 그런 존재였다. (79쪽)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보는 방식에 따라,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들을 위해서도 존재한다는 진실한 믿음에 따라 그럭저럭 원하는 대로 자신을 만드는 어떤 방식을 가지고 있다. (92쪽)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그를 인식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에게 어떤 현실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94쪽)
그것이 전부였다. 각기 다른 나의 현실이 모두 십만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변하도록 내가 살고 있던 십만 명 중의 한 명에게 나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 장난삼아 조금씩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115쪽)
내가 사람들이 나라고 믿었던 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42쪽)
남자가 여자에게만 이방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각자 타인이 껴안고 있는 그 육체 안에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149쪽)
당신이 그녀를 손으로 만지듯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현실, 인생, 세상은 그녀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동일한 사물과 당신, 그리고 그녀 자신 속에서 다른 현실을 보고 접촉하지만, 그것이 어떤 현실인지 당신에게 말할 수 없다.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그것이 당신에게는 또 다른 것인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0쪽)
어떤 사람이 자살하려고 마음먹을 때, 그는 왜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죽겠다고 하는 것일까?......나의 눈은 그러므로 이런 타인들의 시선이 없었다면, 내 눈이 보았던 것을 정말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155쪽)
표면적으로 우리는 그런 현실을 거짓된 가설이나 잘못된 판단, 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는 진실이 아니지만, 남들은 그것을 보고 웃는다. 그들에겐 진실인 것이다. (203쪽)
어떤 이름도 없는 것. 오늘 현재 어제의 이름에 대해 어떤 기억도 갖지 않는 것. 그리고 내일은 오늘의 이름에 대해 기억하지 않는 것. 만약 이름이 사물이라면, 만약 이름이 우리 외부에 둘 수 있는 모든 사물의 개념이라면, 사람드은 이름 없이 개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또 그 사물은 우리에게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맹목적인 것으로 남게 될 것이다. (239쪽)
또한 인간들은 하나의 형식에 고정될 수 없고, 오늘은 이런 방식으로 내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변하기 때문에 일관된 하나의 개성을 가질 수 없다고 여겼다. 이렇게 복잡하게 변하는 외형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내면세계 외부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외부적인 ‘형식‘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형식‘은 그를 가두는 감옥이 되고, 그와 관계된 사람들도 모두 스스로의 ‘형식‘에 그를 붙잡아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다고 판단된 사람은 어리석은 행동을, 현명하다고 판단된 사람은 현명한 행동을 한다. (244-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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