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핸폰의 낱글자를 톡톡하고 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떠오르는 태양과 아침인사를 나눈다.
만남의 약속들은 모두 미뤄졌고, 기다림이 막연해지는 시간이다.
내용과 포장의 간극을 최소화 하고픈 저자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얼토당토 않는 과대포장으로,  뜻밖의  횡재와 아쉬움을 자아낼 수 있는  책 표지들, .
우리가 입은 옷부터, 드러내고 있는 모든 게 자신을 나타내듯이, 처음은 속일수 있으나, 점차로 알게되면 거리가 만들어 지듯이, 책 또한 멋진 옷을 입은, 또는 교복을 입은 모습에서 구분되고 구별될 수 있다. 다만, 첫인상에서 선택의 당락이 많이 좌우되니, 그래서 표지가 중요할까... 

일단 책이 선택당하고 펼치기 전까지는 내용물을 알 수 없으니, 무조건 믿고 보는 줌파의 글, 이건 어떻게 생성된 믿음일까, 분명 처음 본 줌파의 책에서 호감을 끄는 뭔가가  책 표지였을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였을 터, 그래도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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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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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지금 나는 마음대로 옷을 입는다. 하지만 과거의 그 불안, 옷을 잘못 입어 뭐라 핀잔을 듣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그림자로 남아 있다.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적당한 옷을 골라 입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간혹 시달릴 때면 차라리 교복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19쪽)

진실과 거짓, 겉모습과 현실 사이의 대립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표지는 책에 하나 목은 두 개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내용과는 별개의 표현 요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책이 말하는 것이 있고, 표지가 말하는 것이 있다. 이 때문에 표지를 좋아하지만 책을 싫어할 수도 있고, 반대로 책을 좋아하지만 표지를 싫어힐 수도 있다. (29쪽)

안타깝게도 표지 없이는 책을 팔 수 없다.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책, 설명 없는 책을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지금의 독자는 관광객과 닮았다. 관광객은 안내 책자를 읽으며, 독자는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모르는 지역에 내리기 전 정보를 얻고 방향을 잡는다. 관광할 장소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 있기 전에. 책을 읽기 전에. (49쪽)

표지에 내 사진을 싣겠다는 제안에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사진을 싣는 게 허영기로 비춰질까 봐, 마니아 독자층을 가진 책을 팔기 위한 뻔뻔스러운 전략으로 비춰질까 두려웠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쳤다. (중략) 그래서 처음으로 난 내 책의 표지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결국 작가는 책이다. 작가는 직접 진솔하게 책을 나타낸다.내용과 상관없는 불꽤한 이미지보다는 내 사진이 더 낫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서 내가 표지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을 터다.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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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태어나는 사람은 늙지 않을 것 같다. 몇 년에 한 번씩 오는 생일이니. 그리고 아이에게 가장 멋진 이름도 생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 속에서 나왔다'는 고골리 아버지의 말처럼. 그 이름은 그 누구의 가장 중요한, 바꾸지 못할 생명에서 나올 것이다.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절대로 너를 버리지 않을거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읽고 있던 [외투] 때문에 사고현장에서 생명을 건지게 된 아버지의 우연, 손자의 이름을 지어서 보낸 할머니의 편지가 분실되는 우연으로, 자식의 이름을 고골리라고 지었기에 고골리의 [외투]에서 우리는 나온 게 확실하다.   

여전히 고골리의 이름이 타인의 외투처럼 서걱대는 고골리는 니킬로 개명을 하지만, 그 또한 다른 외투에 불과하다. 완벽하게 현재에 적응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각자의 자라온 환경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들이 읽는 책도 다르다. 아내인 모슈미는 고골리가 알 수 없는 프랑스책을 읽고 있고, 첫사랑 루스는 히피의 딸다운 책을 들고 있고, 맥신은 부유한 가족의 데릴사위가 된 화가의 책을 편집하고 있다. 고골리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그녀들, 그녀들만의 책과 음악과 음식이었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어떤 의미가 없듯이,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김춘수 [꽃] 중에서)'를 니킬로 개명후 나중에야 이름이 부여된 의미를 알게 된 고골리, 그제서야 고골리의 단편 [외투]를 읽게 된다. 그러나, 고골리인지, 니킬인지는 각자의 몫으로...  코로나가 발생하고 전염되고, 지금의 상황을 감히 상상이나 했겠나. 일례로 꽃과 마스크의 현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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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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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칭이란 인생이 항상 그렇게 심각하고, 형식적이고, 복잡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는 유물, 어린 시절이 남겨준 유물인 것이다. 애칭은 또한 사람이란 함께 있는 사람,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 (41쪽)

아시마는 요즘 들어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 임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은 긑도 없고, 언제나 버겁고, 끊임없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때는 평범했었던 삶에 이제는 불룩하게 괄호가 하나 삽입되었고, 이 괄호 속에는 끝나지 않는 책임이 들어 있었다. 이를 통해 이전의 삶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 그 삶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힘든 무엇인가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임신했을 때처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호기심과, 그리고 동정심과 이해심이 묘하게 뒤섞인 감정을 자아내는 어떤 것이라고, 아시마는 생각하였다. (71쪽)

어찌 보면 아쇼크와 아시마는 아주 늙은 사람들의 삶을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던 사람들, 사랑하던 사람들을 모두 잃은 채 오직 기억만으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남은 사람들, 아직 살아 있는 가족들까지도 어떻게 보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볼 수도 없고 손에 닿지도 않는 곳에 있었으니까. (88쪽)

이제까지 고골리는 이름도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이름 또한 사라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96쪽)

그는 그녀가 죽도록 보고 싶었다. 마치 부모님이 그 세월 동안 인도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한 것처럼, 난생 처음으로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155쪽)

둘만 남겨져 있으니, 그에게는 어느 때보다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보다는 아직도 누구에겐가 기대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삶으로부터 망명을 자처한 그였고, 누군가로부터의 기대나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집에서 그는 어떤 책임도 없었다. (188쪽)

이제야 부모님이 그동안 속에 담아두셨을 죄책감을 알 것 같았다. 그들의 부모님이 인도에서 돌아가셨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으셨을 때, 게다가 돌아가신 지 몇 주 혹은 몇 달 후 그곳에 가서 자식으로서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음을 느끼셧을 때의 기분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234쪽)

드레스를 기억 못하는 그를 탓할 일만도 아니었다. 11월이었고 토요일이었다는 것만 기억났다. 그런 날들은 이제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연애할 때의 기억은 지금 기념해야 할 일들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321쪽)

처음부터 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보장된 장래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한때 그에게 글리게 했던 친숙함이 이제는 오히려 그녀에게 장애가 되기 시작했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끔가다 그를 생각하면 어떤 패배감과 함께 그녀가 거부했던 종류의 삶, 그토록 잊으려고 애썼던 종류의 삶이 어쩔수 없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니킬은 그녀가 함께 있기를 굼꾸어왔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랬던 적도 없었다. (323쪽)

그리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를 생각했다. 둘은 싸우지도 않았고 섹스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확신이 없었다. 그는 모슈미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걸까? 그녀가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모슈미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뭔가 불만족스러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다른 곳에 신경이 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349쪽)

그러나 고골리를 형성한 것은, 결정적으로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이것들은 사전에 준비가 불가능한 일들이지만, 되돌아보려면, 돌아보며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려면 평생이 걸리는 일들인 것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제자리를 벗어난 곳에서 잘못 일어난 일들이지만, 결국 끝까지 삶을 지배하는 동시에 삶을 견뎌낸 것들이었다. (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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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읽으려 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 부분적이고 선택적으로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통합적, 총체적으로 - 그것을 삶의 자리로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연대하는 자세로, 하지만 내게 너무도 멀고 굉장히 추상적이다. 아니 불편하다...

공의와 정의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한 때 잘나갔던 그들의 가족들. 지금은 억수같이 내리는 비는 어린아이의 텐트조차 들어가지 못하지만 그들의 집은 더러운 물로, 집기들이 둥둥 떠다니게 된다. 이런 저런 모양으로 확실하게 선을 긋고 구분되지만, 냄새는 도무지 구분되지 않고, 도저히 나뉘지 못한다. 이런,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우리 모습을 재확인시켜 줘서, 찝찝하고 불쾌하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살고 있는데.  불우한 이들끼리 같이 살았더라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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