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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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필요한 것은 새만은 아닌 것 같다. 책도 날개가 필요하며 항상 읽혀져야 한다......

한 사람의 서재는 그 주인의 운명과 함께한다. -59쪽

이런 성자 같은 삶을 살아온 분이기에 2003년 당시 베스트셀러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문화방송 <느낌표>에서 그의 산문을 묶은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을 선정하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그걸 왜 방송에서 막느냐"며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거부하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성자 같은 삶을 살아온 분 = 권정생 선생님.

-111쪽

나는 서점에 들어와서 "요즘 어떤 책이 잘 팔려요?"라고 묻는 독자보다는 서점에서 한 시간 이상을 책 구경을 하다가 마침내 뿌듯한 표정으로 책을 고른 뒤 사가는 독자가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167쪽

차창 밖 풍경 속의 '소'는 여유롭고 고향의 향수를 전해주지만 현실 속의 소와 농부는 향기롭지 못하다. '소'를 단지 고향의 향수를 상징하는 '소'로만 노래한다면 그는 더 이상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다. -183쪽

어찌 보면 문학작품의 '음란한 내용'은 TV에 나오는 여러 범죄의 모습보다는 훨씬 덜 해롭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로지 음란한 내용을 구경하기 위해서 장정일이나 마광수 교수의 책을 사서, 그 영향을 받아 '문제아'로 변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장정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 마광수 [즐거운 사라]-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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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뭐하러 그 먼길을 갔지, 그간의 긴 시간을 헤아리면서 나를 탓했다. 쫓기듯이 돌아오는 길, 내내 비가 내린다. 내릴 곳을 지나쳐 우산도 없이 비맞고 되돌아 오는 길도 한없이 쪼글아들었다. 지극히 수동적이고 내성적이고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난 늘 한박자씩 늦게 북치고 장고를 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갔겄만... 저자는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날씨처럼 받아들이라고 한다. "아침에 커튼을 걷고 하늘을 보는데 날이 흐리면 누구나 실망한다. 하지만 아무도 종일 그에 대해 '대체 오늘 날씨는 왜 이럴까? 누구에게서 비롯된 사태인가?'하며 반추하지는 않는다. 그냥 '날 흐리네......' 하고 넘어가고 만다(p189)". 난 가을비가 내내 뭔가를 말하는 거 같다. 그래서 날씨처럼 넘어가지가 않는다. 너무 막연하게 나열했다. 이게 나의 한계다. 제대로 마음 속을 쌈박하게 끄집어 내지도 못하는 바보같다. Why don't you come to your senses? 맴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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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훌쩍 런던에서 살기
홍인혜 지음 / 달 / 2011년 9월
구판절판


언제나 이렇다. 내 책상은 늘 현실안주로 뒤덮여 있고, 내 가방은 집착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는커녕, 짐 더미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29쪽

차별하지 않고, 타자화하지 않고, 없는 사람인 양 모르는 척하지 않고, 그저 '보통 사람'의 범주에 모두가 속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자기를 드러내며 한길을 자유로이 다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121쪽

장기여행의 좋은 점은 어딘가로 향할 때 시간에 대한 초조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못 가면 화요일에 가면 되고, 수요일에 문 닫은 곳은 목요일에 찾으면 된다. 죽어도 오늘 가봐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몇시까지 가지 않으면 큰일나는 것도 아니다. 어딘가로 가려고 최단 루트를 찾으려 애쓸 필요도 없고, 돌아 돌아 가도 가는 길 자체가 속 편한 여행길이다. 차가 막혀 수십 분째 껌처럼 길바닥에 붙어 있어도 좀처럼 시계를 보지 않는다. -158쪽

'모든 것을 날씨처럼 생각하기'는 큰 효험이 있어서, 여행 기간 내내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심란한 일이 생겨도 그저 어쩌다 맞이한 흐린 날인 거고, 문제가 발생해도 그저 소나기일 뿐이었다. 숱한 문제가 생겨도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저 적당히 떨어져서 보는 여유를 얻었다. 문젯거리를 늘 보물처럼 끌어나고 소일 삼아 걱정하던 내가 그 모든 트러블을 슬며시 내려놓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르는 '안달병'이지만, 이런 회복 가능성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190쪽

내 취향이 아니면 그저 무관심하면 그만인 것을,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험담까지 했다니 그야말로 유치한 행태였다. 단지 토를 달기 위해 관심을 두고 그에 몰두하다니 모순적인 '싫음'이었다. 뭔가를 싫어하며 마치 자신이 미욱한 대중과는 취향의 수준이 전혀 다른 고상한 사람인 양 착각했다니 얼마나 우스운가. 실제로는 나라는 존재에 자신이 없고,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두려웠기에 남을 '까면서'존재감을 확립했던 거다. 어떤 창작인이라도 나보다 노련하고, 나보다 노력해온 사람이라는 걸 인정했어야 했는데 어설픈 식견으로 그를 무시하고 비판하며 내가 그 사람보다 잘난 것같은 희열을 맛봤던 거다. -267-268쪽

불친절은 그저 불친절, 가해자의 품성을 탓하면 되는 일이지 내 처지를 반추하며 하루를 망칠 이유가 없다. 여행에서의 보석 같은 하루를 그렇게 허비하기엔 너무나 아까우니까. 작은 불친절에도 쉽게 마음이 쪼글쪼글해지는 나 같은 사람들이 모두 씩씩하게 마음을 슥슥 다려서 다시 매끈한 기분으로 여행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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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살아 온 이야기는 개인의 역사가 되고, 역사를 가진 개인이 곧 책의 역할을 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책을 읽은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다. 서점에 갔을 때 활자로 된 수많은 책이 있듯이 도시의 사람들이야말로 각각의 이력을 가진 살아있는 책이란다... 저자가 런던에서 읽은 책은, Singl Parent(싱글맘),  Poet in her 80s(80살의여류시인), School Inspector(장학사), Lesbian(레즈비언), Depression(우울증), Female Firefighter(여자소방관), Body Donor(신체기증인), Carer for Mentally Ill Person(정신적으로아픈사람을돌보는도우미), Humanist(인도주의자), Mixed Race(혼혈), Vegan(채식주의자), Schizophrenic(정신분열증), Public School Boy(사립학교졸업생), Transgender Person(트랜스젠더) 사람 책이다... 만약 위와 같은 제목의 책을 만난다면 내 머리에는 벌써 어떠할거라는 자동적인 생각이 마구마구 생길거다. 그래서 책이 필요한건지 모른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으니까. 우린 매일 새로운 책을 만난다. 얼마나 많은 편견과 판단으로 미리 재단하는지, 책을 펼치기 전에는 모를거다... 내가 오늘 도서목록에서 읽을 책, 'High School Dropout(학업중단학생)',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들어주기로 마음먹는다.

참고)영국에는 사립학교를 Private School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독립학교Independent School 또는 퍼블릭스쿨Public School 이라고도 불린다. 미국같은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 말하는 퍼블릭스쿨은 공립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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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 달 / 2009년 8월
절판


[링빙 라이브러리]의 콘셉트는 단순했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는 대신 '사람'을 빌린다는 것, 대출시간은 30분, 독자들은 준비된 도서목록-사람들목록-을 훑어보며 읽고 싶은 책-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책-사람-과 마주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읽는 것이다. 도서목록에 올라 있는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살마들, 남들과 약간 다른 독특한 이력 덕분에 '오해의 시선'을 받아온 사람들. 즉, [리빙 라이브러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잘 알지 못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을 줄이자는 의도로 기획된 행사였다. -9쪽

[리빙 라이브러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 사람 입장이 되어보자는 것. 그러면 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릴 수 있다는...-16쪽

"선생님이 결코 가져서는 안 될 게 바로 선입견과 편견이에요. '저 아이는 아마 이 정도 수준인걸' '이런 가정 형편이니 여기까지만 기대해야지'. 이런 선입관이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선입관과 편견을 깨자는 [리빙 라이브러리]에 매료됐어요. 아이들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데, 타인에 대한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이 '살아 있는 도서관'이야 말로 완벽하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77-78쪽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년이 그런 거예요. 적당히 돈을 벌었으니 나머지 인생은 조용한 곳에서 쉬면서 보내겠다, 뭐 이런 거.
전한테 그건 이미 죽은 삶이에요. 왜 죽는 걸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죠?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도전하면서 살 거예요."-155쪽

우리는 자주 자신의 가치 기준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나눠놓고 산다. 영국 사람이 영국에 살지 않고, 아프리카에 살면 비정상인 걸까. 그렇다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 사고 있는 나는 비정상인가 정상인가. 어쩌면 '특별하다'와 '평범하다'는 개념은 우리가 멋대로 만든 허상일지도 모른다. 정상, 비정상이라는 말조차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일 수도 있다. 런던을 보면 딱 그렇다. 코스모폴리탄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복작복작 어우러져 살고 있다. 자신을 런던이라는 용광로에 녹여 출신, 나라, 인종을 떠나 세계 시민 런더러로서 살아간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역사와 민족, 개인 취향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개성 만점의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주에 드는 런던 사람들이다. -233쪽

"어휴, 저 책상이 좀 낡았네. 내다 버려야지"라고. 하지만 만약 그 책상을 본인이 며칠 동안 공을 들여서 직접 만들었다면 그런 생각을 쉽게 하지는 못할 거라는 거다. 혹은 그 책상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열심히 대패질해가며 만들어서 선물한 거라면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된 수고와 에너지를 쉽게 저버릴 수는 없다는 거다. 그런데 돈을 사용하면서부터 우리는 그런 마음을 잃어버렸다. 물질 만능주의 사고방식과 습관에 길들여져 언제부터인가 아무 고민 없이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물건의 진짜 가치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돈이 표시하는 숫자에 따라 가치를 매기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물건 자체보다 어느 브랜드인가, 가격이 얼마인가가 더 중요할 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가 소유한 물건으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크는 우리의 삶이 이렇게 변질된 게 너무 슬펐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돈은 우리 인생에서 주인공이 될 정도로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고. 돈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돈이 행복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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