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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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문제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죄는 미워할지라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며 점잖은 충고를 하기도 한다. 나아가 "지금에 와서 문제를 제기하면 자칫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으니 용서하는 것은 어떨까"라고도 한다. "예술가의 위대함은 그것이 선의든 악이든 해당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다"고 설파한 드골의 전후 프랑스. 그들은 해방 직후 다른 어떤 분야보다 해악이 크다는 이유로 나치스에 부역한 예술가들을 말끔히 청산하지 않았던가. 물론 4년여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나치스 지배를 받은 프랑스와 40년에 가까운 지배를 받은 한국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애초부터 용서나 화해라는 것은 진실규명과 반성이 있은 후에야 가능한 것이지 무턱대고 용서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은 불순하다. -72쪽

해방의 그날까지는 항일의병과 항이지사를 잡아 가둬 일제의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보루였고, 독재가 판치는 시절에는 정권의 안녕을 위해 기능한 서대문 형무소. 그러나 지금의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대 한민족'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대결 구도를 전제로 모든 것이 꾸며져 있다. 우리 안의 여러 모순은 등한시한 채 극우적 민족주의와 반민중적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데에만 집중해 복원된 것이다. 내키는 내키지 않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남아야 한다. 단순히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데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절반'도 기록해야 마땅하다. 제국주의와 독재체제의 잔혹함과 위험성을 알리는 곳으로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 세력 전반에 대한 민중의 투쟁을 기억하는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다. '외부'에 대한 집단적 불만표출을 통해 '내부'의 문제를 감추고 있는 서대문 형무소. 그 금기를 깨는 것이 바로 서대문 형무소 80년의 역사를 올바로 보듬는 길이다. -170-172쪽

독립문이 탄생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일본은 조선에 대한 청국의 전통적 종주국 지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조선의 독립 운운한 것이었다. 그리고 독립협회 인사들도 청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정녕 조선을 위한 일이라는 일본의 생각을 별다른 비판 없이 받아들였다. 이렇게 독립문의 '독립'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종속되기 위해 청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사대의 상징을 헐고 '또 다른 사대의 상징'을 세운 셈이다. -181쪽

말하자면, 국가의 명령을 따르다 죽은 이들을 무조건 '아름다운 죽음'으로 호도하고 숭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언젠가 또 국가나 민족의 이름으로 애꿎은 희생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장래에의 다짐과 같다. 앞으로 있을 국가 동원에 대해 미리부터 '국가를 위한 희생은 위대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심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과거의'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미래의' 국가 동원을 위한 무시무시한 논리가 숨어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의 관리 주체가 국방부라는 데서 그 사실은 명확해진다. 군인 유해 발굴단은 상시 운영하면서도 정작 충북 영동 노근리와 경남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전남 나주와 함평에서, 제주의 이름 모를 오름들 사이에서 떠도는 '학살당한 영혼'은 보듬지 않는 국가. 시도 때도 없이 국가와 민족을 강조해대는 우리의 현실이 그래서 더 무섭다. -195쪽

언제부터인가 '기억상실'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 어두운 역사라는 것은 덮어버린다고 해서 잊혀지는 게 아니다. 부끄럽고 슬픈 역사도 분명 우리의 역사다.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이유는 그러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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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홍대리'가 말해 주고 있다. 코도 헐고 기침도 나지만 책을 읽는 이유가 있다. 몸을 위해서 삼시 세끼의 밥을 먹으니까, 마음을 위해서도 밥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매일 책을 읽고 있다. '닉혼비'는 읽은 책에 대해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무슨 책을 샀고, 어떻게 읽었고, 재미가 없었고, 어떤 것은 아닌 척하고 평을 썼다고까지... 그렇게 계속 되풀이 되는 내용에서 멈췄다. 런던스타일의 책읽기는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도 난 책을 놓지 않을거다. 책 읽는 것이 재미있으니까. 잠자는 건 아깝지만.

-고려산에 다녀왔다. 진달래가 있다던데, 막 피려고 준비 중이었다. 강화도를 지나 오는 길이 멋졌다. 봄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볕아래서 책읽는 것도 괜찮을 거같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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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구판절판


"혹시 레드 퀸 효과라고 알고 계세요? 내려가고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빨리 뛰어도 어지간히 빠르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말하는 겨죠. 자신의 속도가 움직이는 주변 환경과 같다면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의 또 다른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얘기죠. 레드 퀸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왕인데 체스 판의 말 중 하나에요. 달리기의 명수죠. 아무리 달려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앨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자리에 머룰기 위해서는 온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최소한 두배는 빨라야 한다."-40-41쪽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러나 하루에 수만 번을 다짐해도 쉽게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열등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88쪽

머릿속에 작은 책꽂이를 둔 사람과 거대한 도서관을 둔 사람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실감이 났다. 눈으로 직접 본 도서관의 책들은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었구나!'-106-107쪽

"게다가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에는 보통 30년의 노하우가 담겨 있어요. 100권의 전문 분야 책을 읽으면 3000년의 내공이 쌓이는 것과 마찬가지에요."-143쪽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책을 읽는가'였다. 홍 대리는 책을 읽는 '주체로서의 나'를 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가?-172쪽

중요한 것은 어떤 순간에도 독서를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이 자신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했던 것이다.-196쪽

"새싹이 혼자 땅을 뚫고 나오는 게 아니에요. 땅 또한 길을 내주는 거죠." "네?" "땅의 도움이 없다면 작고 연약한 새싹은 어둡고 축축한 흙속에서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어요. 물론 새싹은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땅 위로 밀어 올리지만 꽝꽝 얼었던 땅이 봄이 되면서 자신의 완강한 힘을 풀어줄 때 비로소 길을 낼 수 있죠.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으시면 알 거예요. 배우면서 성장하듯 서로 돕는 거예요. 진정한 배움은 바로 그런 관계에서 이루어지죠. 절대로 일방적인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예요."-202-203쪽

"자신만의 독서법이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전 목적 있는 독서를 강조해요.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읽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의미가 없죠.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키우고 자신의 삶에 적용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진짜 독서라고 생각해요....." -222쪽

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삶과 배움과 일과 독서는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나무가 단번에 열매를 맺는 일이 없듯 첫 열매를 맺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과 노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 모든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열매만을 보았던 적이 있었다. 실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또한 많은 경험을 하고 긴 시간을 보냇다고 저절로 실력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29쪽

텔레비전을 하루 3시간씩 10년을 봤지만 내 인생에 도움된 것은 없지 않았던가.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생각들, 그 당시엔 옳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엄청나게 많이 고칠 수 있었다. 그 생각들이란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안 돼. 돈은 악이다.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나는 아프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지 뭐. 난 못해. 아 짜증나. 내 생각이 다 맞다.' 그런 부정적 생각이 긍정적 생각으로 바뀌고 나자 수년 넘게 방안에서 꼼짝 안하고 못나게 살던 정회일이란 놈은 사라지고 이제는 많은 이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독서 멘토로 성장하고 있다. 책이라는 것이 그렇다. 대부분이 저자가 경험하고 배우고 좋은 내용들만 추린 것이기 때문에 '배우고 생각하는' 자세로만 읽을 수 있다면 정말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249-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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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이 어느 순간 환하다. 봄이 코앞에 와 있다. 어제만 해도 깜깜했는데, 아침에는 눈같은 비가 내렸는데, 피로감으로 기침을 하고 있고, 코밑이 훨고 있다... 떠나고 싶을 때는 창밖을 내다 본다. 햇살이 길게 사무실 바닥까지 와 있다. 바다, 산, 강, 길, 먼 나라, 누군가가 오고 간 길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따라갔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떠나면서 만났다는 저자, 그런데 나는 지금 이곳에서 만나고 싶다. 노래를 듣고도, 책을 읽어도, 일을 하면서도, 수다를 떨면서, 그 순간을 최고로 만들고 싶다. 휘성의 '살아서도 죽어서도' 들으며, 닉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를 읽으며, 부모교육프로그램도 만들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그래도 가끔은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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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품절


희망봉 언덕에 올라서면 바다색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다. 바로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다. 한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 다른 바다의 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바다는 두 가지 색이 만난다. -55쪽

사진을 찍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피사체에 대한 욕심이 생겨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셔터를 누른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 사냥일 뿐이다. 결국 피사체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진이란 상대방에 대한 테러에 불과할 뿐이다. 피사체를 사냥하는 이기적인 사진가가 될 것인가? 피사체를 존중하는 사진가가 될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예의를 갖춰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결국 감동을 주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147쪽

그리움은 특별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걸었던 길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내가 기댔던 작은 골목의 오래된 담장도 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것, 그렇게 기억되는 것들로부터 우린 추억이라는 선물을 얻는다. 특별하지않은 것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알게 된다. -177쪽

"살다보면 스스로 아픔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263쪽

사람에게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인연은 한 사람만의 것일 수도 있다. 바다는, 사람 마음을 흔드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이다.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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