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은 '동사의 맛'은 짭짤하고 달콤하고 손이 자주 갔다. 이름 없는 남자와 여자가 오고 간 이야기에서, 나는 제대로 사용하는 동사도 있고, 엉터리로 쓰는 동사도 있고, 처음보는 동사(겹질리다, 접질리다/ 간당이다, 간댕이다/ 눌러듣다, 놀러보다/ 보깨다/ 지르다, 지르잡다/ 앙구다. 등)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동사에는 당하는 말이 있는데도 어법에 맞지 않게 쓰고 있었다. 예로서 '잊혀진 계절'은 '잊힌 계절'이란다. '동사의 당하는 말은 우선 기본형이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있는 낱말인지를 살피고,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두 번 당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써야겠다.(70쪽)'  찢다(찢겨지다), 부르다(불려지다), 보다(보여지다)와 같이 '잊다'에서 '잊히다'로 다시 '잊혀지다'로 쓰고 있다... 말에는 동사뿐 아니라 명사도 부사도 형용사도 있지만, 동사가 없다면 앙코없는 찐방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지루하고 딱딱한 동사에 대한 선입견을 그 남자와 여자를 통하여 소설같이, 수필처럼 읽었다. 동사의 맛에 제대로 빠졌다. 그런데 어렵다. 조금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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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맛 - 교정의 숙수가 알뜰살뜰 차려 낸 우리말 움직씨 밥상 한국어 품사 교양서 시리즈 1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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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보면 모든 낱말이 분명한 제 뜻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낱말에 기대고 있을 뿐 그 자체로는 이도 저도 아니다. 낱말들이 서로를 눌러보고 눌러들어 주지 않는다면 어떤 낱말도 제 뜻을 가질 수 없을 테니까.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서로 눌러봐 주고 눌러들어 주면서 의미를 찾는 것일 뿐, 낱낱의 삶은 어차피 다 이도 저도 아니니까. (91쪽)

남자가 여자를 다시 만나려면 좋이 십 년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여자에ㅔㄱ 다시 다가간다 해도 아무도 상처받지 않으리라고 남자는 믿는다. 아니, 그렇게 바라고 있다. 이제 몸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그 시간을 다그는 일만 남은 것일까. 몸으로 좁히지 못하는 거리를 마음으로만 다그며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시간. `다가가다`와 `다그다`가 남자에게 다그로 다가오는 의미다. (95쪽)

사랑하는 나와 사랑받는 나는 같은 나일까? 사랑하는 나가 곧 사랑받는 나이고, 사랑받는 나가 곧 사랑하는 나일까? 사랑하는 나는 사랑받는 나를 한눈에 알아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나가 사랑받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나는 과연 사랑받는 나 말고 사랑하는 나도 사랑할 수 있을까? 혹시 사랑받는 나를 가장 믿을 수 없어 하는 것이 사랑하는 나이고 사랑하는 나를 가장 경멸하는 것이 사랑받는 나는 아닐까?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또 있으랴. 그 힘들고 어려운 일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드는 모든 사람에게 바친다. `사랑하다`와 `사랑받다.` (139쪽)

시간이 흘러가는 건 지나는 것이고, 시간을 보내는 건 지내는 것이다. 지나면서 지내고 지내면서 지난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니 내가 지내지 않아도 지날 것이고 지나지 않는 것 같아도 니잴 수밖에 없으리라. 시간이 지난 흔적은 내가 머문 곳에만 남는 것은 아니어서 내 몸과 마음에도 고스란히 남을테니까. (182쪽)

아는 척도 해 봤고 모르는 체도 해 봤다. 때로는 잘난 척도 했을 것이다. 척하고 체하는 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니 과하지만 않다면 귀엽게 봐 줄 만하고 하는 사람 또한 재미로 여길 만하다. 그러니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척과 체`는 아는 척도 아니고 잘난 척도 아니다. 그건 바로 괜찮은 척하고 괜찮은 체한 것이다. 정말 괜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괜찮지 않다. 당신도 그런가? (191쪽)

사람은 들이고 방은 드린다. 아침에는 밥에 뜸을 들이고 저녁이 되면 가게를 드린다. `드리다`에는 요즘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담겨 있다. 가령 머리를 땋아 댕기를 물릴 때도 드린다고 하고, 집에 벽장이나 문을 새로 꾸미거나 마루나 방을 새로 만들 때도 드린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을 때도 드린다고 하며 곡식을 까부를 때도 드린다고 한다. (233쪽)

`통밀다`는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평균으로 치는 걸 말하고, `한통치다`는 나누지 않고 한곳에 합치는 걸 말하낟. 흔히 `통치다`나 `퉁치다`로 잘못 쓰는 말의 표준어가 바로 `한통치다`이다.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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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 좋은 방
용윤선 지음 / 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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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나 시인은 시인 자신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오지 않은 세상을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는 사람이라는 것을 먼 훗날 알게 되었다. (37쪽)

정말 사소하고 느리게 그리고 어눌하게 살고 싶어요. (52쪽)

아이들을 생각할 때가 삶에서는 가장 막막한 순간이다. (55쪽)

우리가 함께 사는 이유는 사랑하고 있었을 그 찰나가 바보처럼 순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상 외에 보이는 것이 없는,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런 적이 있었다. 찰나였지만 그 찰나가 존재했었다는 기억으로 어떤 사람들의 관계는 지탱될 때가 있다. (86쪽)

고백이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으로 하는 것이다. (155쪽)

알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이 사람에게는 있다. 그러나 다 아는 것처럼 남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164쪽)

함께 사는 일은 울음이 뒤통수로부터 뻐근하게 밀려오는 일이며 사람이 살면서 자존심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아가는, 끝이 없는 길이다. (181쪽)

커피는 뜨거운 물과 만나는 순간 욕심과 욕망을 털어내고 유약한 마음만 전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222쪽)

사람은 혼자 일어서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한곳에서 기적처엄 만나서 그 순간의 힘으로 일어선다. 그때가 언제인지 아무고 모르고 누구의 힘이 얼마나 모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조금 알아간다. 나는 혼자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일어서는 중이라는 것을. (269쪽)

혼자 커피를 만드는 시간, 혼자 책을 읽는 시간,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없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 시간에서 만들어지는 힘으로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곧 다시 돌아와 혼자 있어야 한다. (297쪽)

추출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다면 후회가 좀 덜했을까. (362쪽)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아슬아슬했다. 떠나는 일이 아슬아슬했지만 사실은 돌아가는 일이 더 아슬아슬했다. 돌아가는 일이 가장 어렵고 떠나는 일이 가장 쉬운 것. (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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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제의 일을 온몸으로 기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책읽기 뿐이다. 혼자서 울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아 '울기 좋은 방'으로 스며들었다. 수십가지의 커피가 저자의 삶과 같이 있다. 부모님같은 커피, 그녀, 그이같은 커피, 힘들때 마시는 커피, 누군가 미울 때 마시는, 답답하고 죽고 싶을 때, 앞이 안보여 캄캄할 때, 마음을 다지려고, 쓸쓸하고 외로울 때, 실패하고 싶지 않을 때, 혼자 설 수 있을 때, 그리운 사람과, 늘 그리울 때, 새벽에 책읽으면서, 헤어지는 게 힘든 사람과, 진짜 괜찮은 사람과 같이, 아픈 사람을 위로할 때, 여행을 가서, 상처를 입고서, 그럴수는 없지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될 때, 사는데 알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아는 일도, 알 수 있는 일도 그저 당하기만 하는데, 그때마다 그녀곁에는 커피가 있고, 커피로 달래고 힘을 얻고 위로받는다. 그러나 그녀의 방과 나의 방은 다르다. 그녀만의 커피이야기가 들어있다. 조금 답답했다. 울고 싶지 않았다. 울음이 안나왔다.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컸다. 그녀의 방이니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랬나보다. 간간히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에게만 집중하고, 자기생각만 지나치다는 저자의 고백을 읽다 보면, 어른이라도 너나할 거없이 똑같은 거 같다... 나의 스토리를 들여다 봐야 한다. 말라위AAA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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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러 오가는 길에 읽을 시집으로 쟈크 프레베르의 '꽃집에서'를 챙겼다. 삼십대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노트에 '이 사랑'을 옮겨 적어, 가만 읽었던 기억이 가물댄다. 그때는 사랑이 눈에 보였는데 지금은 달랐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리들이 하는 일을 비꼬기라도 한듯, '바른 길'이 좋았고 몇번을 읽었다. 또 나이들어가지만, 더 나이드신 분들의 도움의 손길에 무관심하고 모른척해야 일신이 편하다는 느낌의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가장 마음에 꽂혔다. 벤치를 빙 둘러서 지나가야 한다구... 언젠가 그 벤치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오는 길에 지하도에서 할머니가 다듬어 놓은 나물들을 몇봉지 샀다...  

꽃비가 내리는 서촌을 마음의 안팎이 같은 친구와 걸었다. 메카트니 사진전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보안여관옆의 디미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오쁘띠베르가서 타르트와 벨기에 맥주를 마셨다. 가장 맛있는 맥주가 벨기에산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분위기와 더불어 조금 들뜬 기분으로 건너편의 이상의 기와 집을 바라봤다. 이상하다. 이상하고 다르게 이상했다. 그리고 골목을 따라 배화여고 뒷산, 필운대까지 올랐다가, 은봉이네 점방에 걸렸는 가죽가방을 만지작거렸고, 효자베이커리서 줄서서 빵도 샀고, 통인시장은 깊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밥플러스에서 맥주와 곤드레밥을 먹었고, 대오서점의 풍금을 지나, 킴스 부티크에서 원피스를 골랐고, 아픈 발로 머물러 입새에 있는 자연의 길에서 커피까지... 그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지만 낮이 길었다. 골목에서 맘놓고 놀았던 기억때문에 골목의 점방들은 반갑고 정겹다.. 우리는 곽재구와 기형도의 시, 이성복의 수필, 성석제의 소설, 황금시대, 리바이어던, 엘리제궁의 요리사등의 영화와 박노해와 메카트니의 사진과 프랑스와 스페인, 인도, 캄보디아까지 여행갔던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놨다. 인문학습원, 프레시안, 녹색평론까지 오갔다...즐겁고 행복했다..

꽃비는 동일하게 내렸다. 나이들어도 청춘이다. 그러나 보여지는 건 그게 아니다. 절망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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