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 지금 하는 일을 아주 많이 그만 두고 싶을 때, 그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해도 배부른 소리로 치부당하고,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조금만 더하지하는 말을 들었을 때, 부족한 나의 용기를 탓할 때, 정작 그만두고 무얼하지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면 머리가 텅비게 되면서 빈손만 보게 된다면, 그럼 어떡하지하는 여러가지 마음으로 천갈래 만갈래 생각이 새끼를 칠 때, '브루클린 오후 2시', '서촌 오후 4시', 두 권의 책을 집었다. 나는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다. 저자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녀의 특별한 용기가 부러웠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 하지만, 그녀의 출발점이 부러웠다. 늘상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속속들이 들여다 본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였다. 그녀가 시작할 수 있는 발화점이 나와는 다르니까... 애써 다독여본다. 굳이 위로 삼자면, 당장 그만 두고 무엇 쪽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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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오후 2시 - 낯선 곳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이야기
김미경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나의 존엄을 지켜주는 듯 보였던 외형적인 것들은 이제 이곳에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나의 존엄을 결정적으로 방해할 서투른 영어 억양이 추가돼 있을 뿐이다. 이제 새롭게 내가 보이기 시작하낟. 천둥벌거숭이로도 존엄할 수 있는 내 속 존엄성의 알갱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자가 아니어도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신문사에 다니지 않아도 늘 세상사를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픔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새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23쪽)

무엇을, 누구를 사랑한다는 게 뭘까? 책을 닦으며 누추한 내 책 사랑법에 창피해 하다 세상의 수억 가지 사랑법에 생각이 미치면서 맘이 훈훈해진다. 세상에는 낳아주는 사랑도 있고, 돈 주는 사랑도 있고, 키워주는 사랑도 있다. 격렬하게 포옹해주는 사랑도 있고, 정신 나가게 하는 사랑도 있다. 지켜보는 사랑도 있고, 말갛게 말갛게 닦아주는 그런 사랑도 있다. (41-42쪽)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가? 그러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일주일만 잘 관찰해봐라. 이때 어떤 곳에 돈과 시간을 쓸 때 아깝지 않은가를 잘 관찰하는 게 포인트다. 자신의 돈과 시간을 팍팍 쓰는데 통 아깝지가 않고, 콧구멍에 바람이 쑹쑹 드는 그 일이 바로 자신이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이 바로 자기 모습이다! 자기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일들에 쓰는 돈과 시간이 아깝고 쓰고 싶지 않다면, 그런 사람이 아니거나 그런 사람이 될 확률이 아주 낮은 거다. (61-62쪽)

우리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돈 버는 방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인 없지 않았던가? 학교 때 꽤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은 데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강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돈 버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돈 버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도록 알게 모르게 주입받아 왔던 게 아닐까? (128쪽)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불행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기억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일 것이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든 삻은 고통스러운 게 아닐까?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은 마치 내가 태어다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는 것과 같다. (176쪽)

아시안권 언어를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미국인에게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 배우기는 천 배나 어렵다고 대충 어림짐작 할 수 있다. 고로......뒤집어서, 좀 억지를 부려보면 우리에게 일본어나 중국어 배우기는 영어 배우기보다 천 배나 쉬울 수 있다. 우리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가진 경쟁력, 천 배 쉽게 아시안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이 엄청난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 영어만으로는 세계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는 세상이 이미 열리고 있는데 말이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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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뒤의 글을 옮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고 삶은 당신의 턱에 주먹을 날릴 수 있다." 외로움에 지친 절름발이 카우보이의 슬픈 풋사랑, 냉전시대 스파이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형제의 스키여행, 싸움을 한 후에는 탱고를 추는 기묘한 부부, 엄마의 새 애인의 아들을 짝사랑하는 소녀, 안정과 신의를 버리고 새로운 사랑의 모험을 꿈꾸는 중년의 남자...일상 아래 고요히 들끓는 열망, 선택의 서스펜스가 그려내는 열한 편의 섬세한 이야기.

간결하면서 넘치지 않으면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들어 있다. 엊저녁에 간 식당에서의 일과 같다. 리모델링한 식당은 서비스자체도 모두 바꾼 상태라 어리버리하게 선택하는 어려움을 계속 겪였다. 결정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까지 하는 데도, 지난 번에 너무 익숙한 상태고 조금도 유사한 게 없어서 불편했다. 선택상황에서 누군가가 계속 결정해 주고 어려운 것을 바로바로 치워주면서, 한가지가 아니라 두세가지, 최대한 많은 가지 수를 즐기게 해주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두 가지를 할 수 있고,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누가 한 가지만 택할까. 그런데 산다는 건 바로 한가지씩 선택하게 하는 거 같다. 그런데도 꼭 두 세가지 길에 걸치고 싶다. 이것 만의 기쁨과 저것 만의 모험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 틈새에는 아픔과 슬픔, 힘듦, 수치, 불안, 걱정들로 들어차지만, 그래도 또 다른 길앞에 서 있게 된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가보지 않는 길은 동경의 대상이 되니까. 그래도 가지 않고 후회하는 거 보다 하고서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성에, 감정에, 열정에, 윤리에, 법에 어디에 초점을 두고 선택하면 될까. 그때 그때마다 다를 거 같다. 어떤 일에는 감정이 불같이 타올랐다가, 어느 때는 이성과 윤리가 지배할 때도 있으니까. 선택의 순간에는 분명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맛깔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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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만 있다면
마일리 멜로이 지음, 강정우 옮김 / 책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그저 운전을 해 여기에 오지 않으면 다시는 당신을 못 볼 거고, 그게 싫었을 뿐이에요. 그것뿐이에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언가를 말해줄지도. 어떤 절충안을 제시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기다리며 거기에 서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그녀를, 어느 부위이건, 어쩌면 그녀의 팔만이라도 만지고 싶었다. 허리만이라도, 그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서서 그녀는 그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32-32쪽)

그때 그녀를 거기 혼자 두고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것이다. 분명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그녀는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갔고, 그 순간은 사라져버렸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무기력한 부모가 아니라 정말로 한 명의 인간으로 느껴지려 할 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에게 어머니의 모습은 변화하던 와중에 고정되어버려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 (57쪽)

심지어 노인들도 그의 부모보다 더 늙었다. 이고셍 아무런 애착이 없다는 것에 조금은 슬퍼했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다. 그는 자유였다. 이곳은 그가 노는물이 아니었고, 그들은 그의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82쪽)

지금, 홀로 지붕에 올라가 있는 밸런타인은 신발을 보며 빌었다. 사람들이 아예 가버리던가, 아니면 계속 머물러줬으면 좋겟다고. 왔다가 다시 가버리는 게 반복되지 말고. (182쪽)

지금 심장을 갉아먹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나무들이 그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제멋대로 거대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겠지만, 나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는 울고 싶었지만 파블리노가 당황할 것이었고, 그래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209쪽)

조금 더 용감한 남저였다면, 아니 조금만 더 겁쟁이였다면 간단하게 떠났을 것이다. 더 행복한 남자였다면, 또는 현실에 좀더 안주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머루르며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흥청거렸을 것이다. 마치 낡은 목욕가운처럼 그 익숙함으로 몸을 감싼 채로. 그는 이도 저도 아닌 듯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을 뿐이었고, 그들이 그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실망시키고 걱정시키게 될 뿐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 메그가 시를 써서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고, 그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가지 모두가 내가 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자신의 강력한 힘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떤 바모가 오직 한가지 길만을 원하겠는가?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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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이렇게 해야 하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에 쌓여 있다. 여자가 뭘 알아, 여자들이 설치고, 그런 행동을 했으니까,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늦은 밤에 왜 다니고 그래... 등등. 이건 순전히 남자들의 말이다. 여자를 남자의 소유로 생각하고, 사물로 생각할 때, 그 시절에 머물고 있는 남자들의 말이다. 여자도 남자처럼 밤낮없이, 어디든, 맘대로 다니고 싶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울러 여성을 나무라는 말이 넘치는, 여자의 말을 듣기보다는 남자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이는 세상에서 여자들이 부족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부터 조금 발을 떼었다. 일부 남성의 행동을 남성 전체의 행동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등등의 이야기에서 여성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남자와 여자의 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구.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이런 이야기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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