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만 있다면
마일리 멜로이 지음, 강정우 옮김 / 책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그저 운전을 해 여기에 오지 않으면 다시는 당신을 못 볼 거고, 그게 싫었을 뿐이에요. 그것뿐이에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언가를 말해줄지도. 어떤 절충안을 제시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기다리며 거기에 서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그녀를, 어느 부위이건, 어쩌면 그녀의 팔만이라도 만지고 싶었다. 허리만이라도, 그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서서 그녀는 그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32-32쪽)

그때 그녀를 거기 혼자 두고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것이다. 분명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그녀는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갔고, 그 순간은 사라져버렸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무기력한 부모가 아니라 정말로 한 명의 인간으로 느껴지려 할 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에게 어머니의 모습은 변화하던 와중에 고정되어버려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 (57쪽)

심지어 노인들도 그의 부모보다 더 늙었다. 이고셍 아무런 애착이 없다는 것에 조금은 슬퍼했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다. 그는 자유였다. 이곳은 그가 노는물이 아니었고, 그들은 그의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82쪽)

지금, 홀로 지붕에 올라가 있는 밸런타인은 신발을 보며 빌었다. 사람들이 아예 가버리던가, 아니면 계속 머물러줬으면 좋겟다고. 왔다가 다시 가버리는 게 반복되지 말고. (182쪽)

지금 심장을 갉아먹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나무들이 그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제멋대로 거대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겠지만, 나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는 울고 싶었지만 파블리노가 당황할 것이었고, 그래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209쪽)

조금 더 용감한 남저였다면, 아니 조금만 더 겁쟁이였다면 간단하게 떠났을 것이다. 더 행복한 남자였다면, 또는 현실에 좀더 안주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머루르며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흥청거렸을 것이다. 마치 낡은 목욕가운처럼 그 익숙함으로 몸을 감싼 채로. 그는 이도 저도 아닌 듯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을 뿐이었고, 그들이 그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실망시키고 걱정시키게 될 뿐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 메그가 시를 써서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고, 그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가지 모두가 내가 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자신의 강력한 힘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떤 바모가 오직 한가지 길만을 원하겠는가?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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