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바쁜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코 끝과 입 주변이 헐어서 루돌프 같다. 아이들이 가진 암울한 기운에 빠지지 않으면서 햇살이 들어가는 작은 구멍을 내주고 싶어 이리저리 애쓰는 노력과 오픈할 카페에서 아주 자잘한 물건까지, 신경을 가지고 가는 그 와중에서 몸에는 빨강불이 켜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글자가 읽고 싶었다. 아주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집어든,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는 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제목에서는 위로받고 내용에서는 몇십년 전 신혼초를 떠올리며 웃었다. 각자 서로 다른 길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사랑한다면, 고개 들었을 때 당연히 서로의 눈이 마딱뜨려져야 하고 똑같은 곳에 시선이 가 있어야 하고 네맘이 내맘이어야 한다는 당연성에서, 조금이라도 다를라치면 수많은 전투를 했다. 물론 서로 다른 지향점과 가치도 있는데, 돌아보니 표현방법에서 먼저 상한 감정으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사랑과 믿음의 수많은 저울질 또한. 순간의 끌림에서 시작한 사랑, 그건 서로의 결핍을 메워주는, 그 감정에서 출발하여 다시금 믿음으로 넘어오는 긴 시간들에서... 이젠 서로 전역한 전우가 된 상태다. 그야말로 피를 나눈 가족이 된 것이다. 부부의 날이란다. 그러한 전투는 우리가 겪어야할 수순이었다. 다만 전투시간이 길었다는 게 아쉽긴 하다. 아이에게 불안을 가중시켰을 수도 있는 일이니. 후훗. 살아볼 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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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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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에도 뒤에도 다른 차 한 대 보이지 않는 그 길을 우리는 한참이나 달렸다. 내 옆 자리에 앉은 사랑하는 사람과 스쳐가는 부드러운 바람, 따뜻한 햇살과 반짝이는 강물, 싱그러운 나뭇잎.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23쪽)

왜 행복의 모습이 다 같아야 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행복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우리가 행복을 찾아 온 이곳에서 뜻밖의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고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나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을 선택하려 애쓰고 있는 것일 뿐인데 비정상으로, 뭔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눈초리가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의 삶이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선택 가능한 삶의 형태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133쪽)

우리는 서로 다툴 때 너무나도 힘들어 하지만 그런 과정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두 사람 다 그리 무난한 성격이 나리고 주장이 강한 편이라 전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싸우는 횟수를 줄이고, 싸우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나 감정의 앙금을 남기기 않으려고 애쓸 뿐이다. (176쪽)

어느 누구에게나 만남이란 운명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운명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준 많은 사건들 속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영원하도록 운명 지워진 사랑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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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행동을 묘사할 때, 그 순간을 사진 찍은 거처럼, 그 장면을 그대로 묘사하고 말하라고 한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배제하고 한컷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을 말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새롭게 보인다. 그럼에도 자꾸 나의 마음이 들어가서 상대를 보는 경향이 크다. 때론 마음의 눈으로 볼 때야, 눈앞에 보이는 너머의 것과 보이지 않는 거까지 알 수도 있다. 어쩌면 상대도 모르는 거까지 눈에 보여 안타까울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내맘이 평온하지 않은데 눈빛은 흔들리고 흐리고 그래서 제대로 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있는 그대로 보는 거, 한 순간을 정지시켜 한장의 사진으로 보는 것. 오히려 마음을 싣지 않고 담담히 바라보기가 오히려 상대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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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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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려면 꾸미지 않은 진솔함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완전히 옳다. 용기를 바탕으로 한 진솔함은 신뢰를 심어준다. 세상과의 관계 맺기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24쪽)
*그 = 김희중

먼 미래에 무엇이 오늘을 증거하고 대표할 사진으로 남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형록의 어린이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리얼리즘이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몰입하고 있는 바로 이 세계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의식이라는 것을 때닫게 된다. (40쪽)

우리는 가족애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냥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지켜보면서 존중하는 태도가 없으면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65쪽)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소소한 일상은 물론 인생의 큰 행로도 바꾸어 놓는다. 개개의 관계를 선택하는 것은 `나`이지만, 그 이후에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훨씬 더 복잡한 역학관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관계는 때론 그 자체가 주어진 운명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도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만큼 누구나 관계를 떠나 온전히 혼자가 되는 꿈을 꾼다. 그래서 관계는 늘 자유와 종속이라는 양립되기 어려운 가치의 대립이다. (77쪽)

그들은 서로 다른 옷차림, 서로 다른 자세, 서로 다른 표정으로 서로 다른 정서,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사진 속 인물들을 변별시키는 힘은 정서로부터 나온다. 저엇란 본디 외부의 자극을 통해서 추론되고 촉발되는 특징을 지니므로, 그들의 정서에는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정서 반응을 보면서 처음엔 그 이야기를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다음엔 그들의 정서 상태에 공명하기도 한다. 정서적 공명이 일어나는 것은 그들의 정서를 거울처럼 비춰내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들어 숨겨둔 사연으로부터 불러일으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12쪽)

세상은 마치 가느다란 실로 연결되어 저 멀리서 선명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도 같이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래서 내겐 아직 살아갈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가는 길을 나는 알지 못한다. 희뿌연 안개같이 나를 고립시키는 수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하여 나는 외로운 섬이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어쩌면 소통에 대한 열망이 낳은 환청인지도 모르겠다. 하늘과 구름, 바람과 물, 말 없는 그들이 나를 부르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소리는 저 먼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184쪽)

스스로를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에 노출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온 날들 동안 좋은 기억, 나쁜 경험들이 쌓이면서 겪어보지 않고도 알 것 같은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근사할 것 같은 휴가라도 비용을 계산하다 보면 심드렁해지기도 하고,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고통받는 먼 나라 아이들의 기아 문제도 마음은 아프지만 언젠간 해결되려니 하고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진짜 문제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조차 너무 덤덤해진다는 거다. 다 알 것 같고 흥미롭지도 흥분되지도 않아서 나도 모르게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어른들이 의외로 많다. (207쪽)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은 무엇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할까? 이것은 `어떠한 사진이 필요하고 살아남을 수 있나?와 유사한 질문이 될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생 단위시간당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진 찍기(혹은 찍히기)에 몰두하는 사건은 아마도 결혼식일 것이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결혼실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일생을 두고 오래도록 기억될 가치가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여기는 한편, 그 순간의 마음이 평생토록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 기억에 대한 강한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217쪽)

우리가 남겨야 할 사진은 가치판단이 존재하지 않는 중립적인 사진도, 행복감을 강요하는 과장된 사진도 아니다. 그 사건에 대한 특정한 인상,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는 의미 같은 것이 필요하다.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나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순간, 그래서 힘든 시절에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다채로운 기억이 사진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다. 인생의 진솔한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뒤섞여 있는 기억만이 두고두고 우리들에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나의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시켜줄 수 있는 사진은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220-221쪽)

바라보기와 바라다보이기는 모두 중요한 인간의 활동인바, 양자 간의 균형이 주관적 안녕 즉, 웰립well-being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능동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고받는 활동, 즉 바라다보이기를 통해서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고 바라보는 것을 통해서 능동적으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둘 중 어느 한쪽으로 시간이 너무 치우친다면 누구라도 진이 빠지고 말 것이다. 세상의 이목을 전혀 받지못하고 홀로 창작에만 전념하는 예술가와 쉼 없이 무대에 서야만 하는 연예인은 한편으로 기울어진 삶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서로 다른 극단에 서 있다. (255쪽)

모든 사진 이미지는 찍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간추려진 현실이다. 선택은 일반적으로 주체로서의 작가, 혹은 보여주기의 방식을 주도하는 자에 의해 행해진다. 그리고 사회가 성숙하고 다양성을 띨수록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자는 많아진다.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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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 영화를 봤어야 이해를 하지. 영화 내용을 글로 읽고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간간히 본 영화에 대해서는 끄덕끄덕하지만.

모든 문장을 명쾌하게 정확하게 표현하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모른다. 이건 뭐지.     

뒷표지 김혜리의 글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그리고,

타인의 사랑이 내안의 결여를 인지하도록 하고, 그 결여 때문에 타인의 사랑에 응답하게 된다는 것. 결국, 결여는 매혹의 조건도 되지만 그 차이로 서로 견딜 수 없게 만든다는 것.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데는 수많은 우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럼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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