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바쁜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코 끝과 입 주변이 헐어서 루돌프 같다. 아이들이 가진 암울한 기운에 빠지지 않으면서 햇살이 들어가는 작은 구멍을 내주고 싶어 이리저리 애쓰는 노력과 오픈할 카페에서 아주 자잘한 물건까지, 신경을 가지고 가는 그 와중에서 몸에는 빨강불이 켜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글자가 읽고 싶었다. 아주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집어든,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는 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제목에서는 위로받고 내용에서는 몇십년 전 신혼초를 떠올리며 웃었다. 각자 서로 다른 길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사랑한다면, 고개 들었을 때 당연히 서로의 눈이 마딱뜨려져야 하고 똑같은 곳에 시선이 가 있어야 하고 네맘이 내맘이어야 한다는 당연성에서, 조금이라도 다를라치면 수많은 전투를 했다. 물론 서로 다른 지향점과 가치도 있는데, 돌아보니 표현방법에서 먼저 상한 감정으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사랑과 믿음의 수많은 저울질 또한. 순간의 끌림에서 시작한 사랑, 그건 서로의 결핍을 메워주는, 그 감정에서 출발하여 다시금 믿음으로 넘어오는 긴 시간들에서... 이젠 서로 전역한 전우가 된 상태다. 그야말로 피를 나눈 가족이 된 것이다. 부부의 날이란다. 그러한 전투는 우리가 겪어야할 수순이었다. 다만 전투시간이 길었다는 게 아쉽긴 하다. 아이에게 불안을 가중시켰을 수도 있는 일이니. 후훗. 살아볼 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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