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 작별 세트 - 전2권 - 정이현 산문집
정이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2월
품절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고. 일상에 지칠 때마다 습관처럼 생각한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날의 바다가 이제 어디에도 없음을 알기 때문일까. '내 마음속 그곳'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 혹은 한 인간의 영혼에 관한 문제일지도 모르기에.-38쪽

책은 우리에게 언제나 또 다른 삶의 체험을 제공한다. 타인의 가치관에 귀 기울이게 해주고, 지금 내가 아는 지식이나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의 '바깥'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독서는 인간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존재로 만든다. 꿈꾸는 유목민이 되게 한다. -67쪽

이 소설을 읽으면 꽤 많은 걸 알게 된다. 사사로운 욕심과 정의가 인간 내면에 혼란스런 무늬로 뒤섞여 있다는 것. 완강해만 보이는 사회적 제도가 실제론 무척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제 힘으로 거길 벗어났다고 믿는 개인은 그래봐야 겨우 조그만 연못 속을 뱅글뱅글 헤엄치고 있을 뿐이라는 것. 웃음 끝에 불현듯 오싹해진다.

*이 소설 = 하진, [니하오 미스터 빈] -117쪽

"정말,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거 맞지?"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왠지 예전과 미묘하게 태도가 달라진 듯한 연인에게 안절부절 못하며 이렇게 캐물을 때의 비참한 심정을. 상대방은 의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슬그머니 당신의 눈을 피한다. 분노하거나 절망하거나. 그뿐. 영원을 맹세했던 첫 순간의 반짝임은 어느새 빛바래고, 나약한 인간은 쓰라린 속을 부여잡은 채 소멸해 가는 사랑의 최후를 묵묵히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 -1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3장의 '뒷모습' 사진을 통해 진실을 찾고, 따라가고, 음미한다. 지은이는 '뒷모습은 정직하다. 골똘하다. 너그럽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동지다. 쓸쓸하다.'로 정의내린다. 나에게 뒷모습은 낯설다.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다. 거절감이 묻어난다. 현실이 아닌 거 같다.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진실된 모습이지 않을까. 앞에서는 포장과 가식, 예쁜 모습을 맘껏 보여주는 게 가능하지만, 뒷모습에선 그사람의 온전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오히려 외면하고 싶기도 하다. 이때껏 공유한 부분이 스르르 무너지기까지 한다. 뒤돌아서는 순간, 뒷모습을 보이는 순간은 이별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지음, 에두아르 부바 사진,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9월
구판절판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1쪽

그렇고말고, 사람의 몸은 본래 그렇게 생겨 있어서 누군가를 '품에 안는다'고 할 때 그것은 반드시 그의 등 뒤로 두 손을 마주 잡는 것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얼굴을 서로 맞대고 그 들어가고 나온 곳이 맞물리도록 꼭 붙게 되면 저 뒤쪽-목덜미, 등, 허리, 엉덩이-은 탐험하고 소유하는 지역으로 변한다. -2쪽

그래서 어쩌면 '뒷모습'은 여기서 그 참다운 비밀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그 빈약함 때문에 오히려 효과적이고, 간결해서 오히려 웅변적이고, 약점이 강점이 된다. 등이 말을 한다. 그러나 반만, 사 분의 일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3쪽

뒷모습은 쓸쓸하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가는 사람,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등을 돌리고 자는 사람, 나를 깨어 있는 기슭에 남겨두고 잠의 세계로 떠난 사람은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그러나 그 쓸쓸함이 더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더 애달픈 때도 있다. -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음을 만지다'를 읽으며 내 마음을 만졌다. 어루 만졌다. 과거의 상처까지 다시 부풀어 오르며 따갑기까지 했다. 마음이 아렸다. 나의 욕구가 만나지 못했던 지점에서는 생채기가 만져졌다. 같은 곳을 본다고 믿었는데, 다른 곳이었다. 서로의 욕구가 다르니까, 토닥토닥, 괜찮아... 마음을 달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마음을 만지다 -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 카페
이봉희 지음 / 생각속의집 / 2011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슬픔은 곧 치유의 감정입니다. 브래드쇼는 만일 슬퍼하는 것을 허락받는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치유된다고 말합니다. 고통의 분출과 표현은 그것이 분노의 외침이든, 장맛비 같은 통곡이든 부끄러운 것도 나약함의 표시도 아닙니다. 그것은 곧 내가 살아나기 위한 절실한 무엇입니다. 눈물이 죽은 이를 살려내거나 과거를 되돌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함께 죽어 있는, 살아남았으나 죽은 자처럼 굳은 덩어리가 되어 있는 나를 녹여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살아날지 모릅니다. -68쪽

엘리스 미럴나 페니베이커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이를 표현할 수 없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고통을 당하면 그 고통을 확인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절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만 홀로 당하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곁에서 누군가가 그 상한 마음을 공감해주고, 그 감정을 풀어나가도록 도와주면 수치심에 묶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79쪽

칼 융은 "고독은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의사소통할 수 없을 때 온다"고 말합낟.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말너머 말없이 침묵하는 말에도 귀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163쪽

우리는 저마다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어너가를 향한 "견딜 길 없는 그리움"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의 끝에 남은 상처를 가슴 한쪽에 감추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178쪽

칭찬은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실패했을 때도 이를 이겨내는 노력에 대해 해주어야 합니다. 결과에 집중된, 성취를 강요하기 위한 칭찬은 공허한 메아리이자 부담일 뿐입니다.-213-214쪽

사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물이 반이나 남았다'라는 생각은 우리의 긍정과 부정의 사고습관 이전에 각자의 욕구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국물이 많은 음식을 먹은 사람이라면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짠 음식을 먹었거나 갈증이 나는 상태라면 물이 반밖에 없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는 욕구의 차이를 인정하면 우리의 관점에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것은 나를 비난하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할 뿐만 아니라, 나의 욕구를 깨닫고 그것을 해결하도록 도와줍니다. '부정적인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 긍정적 사고로 바꿔라'는 획일적인 강요를 받아들이기 전에 내가 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지, 나의 진정한 욕구는(혹은 욕구불만은)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우리를 문제해결로 나아가게 합니다. 사건의 본질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239쪽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
포도주처럼 멋진 거야!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
-랭스턴 휴즈, [살아 있는 건 멋진 거야!]중에서-2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