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물을 닦다 -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
조이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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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봄은 오해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눈을 통해 타인을 알고자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를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44쪽

사랑할 때 우리는 상대방이 아닌 상대의 눈에 비친 나와 사랑에 빠진다. 자기에게 부족한 사람은 자신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 끊임없이 헤맨다.-71쪽

사랑은 오해다. 동시에 사랑은 상상력이다. 연인들은 불완전한 상대를 앞에 두고 완전한 서로의 모습을 상상한다. 상상력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다.-79쪽

연인들은 꿈꾼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을 살고,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고, 그 사람과 하나가 되기를. 그러나 서글프게도 똑같이 가는 듯 보이던 두 개의 시곗바늘은 어느 순간 어긋나기 시작한다. -100쪽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빈자리만큼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어쩌면 그 사람이 사라졌기에 나는 그를 더욱 소중하게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사라졌기에 우리의 사랑은 더욱 완전해졌는지도 모른다.-106쪽

그리고 틀림없이 슬픔을 이겨 낼 것이다. 1년이나 5년 위데. 그러나 기차가 굴속을 빠져나와 태양이 빛나는 초원지대를 지나 빠르게 덜컹거리며 영국 해협으로 내려가듯 그렇게 당신이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다. 갈매기가 기름투성이 물에서 빠져나오듯 당신은 슬픔에서 빠져나온다. 당신에게는 일생 동안 온몸에 타르를 칠하고 새털을 붙여 달고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아픔이 남는다. -120쪽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172쪽

가까이 있는 듯 보이지만 손을 뻗으면 닿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이루기 힘든 꿈,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람... 다가갈수록 아득하게 멀어진다. 사다리를 놓아서 너에게로 갈 수 있다면.-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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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오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최재천 스타일'과 '이별하는 골짜기'를 읽었다. 소소한 일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그러면서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을 잘 구분하기... 그러나 빠름이 최선이고 일회성으로 버리기에 바쁘고 잊혀져가는 순간들로 넘쳐 있다. 현재에서 누구는 잊지 못하는 과거에 고착되어 있고, 누구는 금방이라도 잊혀지고 잊는 찰라로 살고 있다. 그 어떤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서 타인의 스타일을 함부로 매도하고 무시한 적이 많았다. 나의 욕구와 상충되었을 때 특히 그러했다. 경계선을 찾는 것, 긴 촉수를 가지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선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계선 쯤에서 마주하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 너무 멀리있거나 가까이에 있으려 한다. 특히 내가 원하는 이는 너무 멀리 있다. 그만큼 허용하고 배려를 하는데도, 각자의 배려가 다르니까. 동일한 사물을 보고도 우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니까. 더더구나 동일한 행동을 함께 하고 있어도 동상이몽이랄까... 그게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이 누구에게나 용인된다면 이렇게 공인된 글 속에서 만날 수 있는걸까... 용인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동의한 내용이라는 의미일까... 특정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일일까... 암튼, 좀 더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이별하는 골짜기는 하나씩 있을 것이다. 아님 긴 세월을 무사히(?) 살아내지 못할테니까. 잊을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잊을 것, 그게 최상의 선택이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잊어야 하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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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골짜기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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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골짜기'라는, 퍽도 애잔한 이름을 지닌 산골 역. 맞았다. 바로 우리가 찾던 그 역이다.-12쪽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어렴풋이 알 듯하다. 삶은 아름다움만도 슬픔만도 아니라는 것. 아무리 두렵고 끔찍해도, 결코 동망치거나 외면해선 안 될 그 무엇이라는 사실을.-39쪽

겨울을 앞둔 나무들은 제 스스로 가지의 잎을 모조리 지워낸다. 잎과 가지에 물기를 남기면 추위에 금방 얼어붙고 말 터이기 때문이다. 한 올 집착도 미련도 남기지 말아야 함을, 어차피 떠나보낼 것은 보내야 함을 나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86쪽

"참으로 비정한 세상이지 뭔가. 빠른 것, 새것은 무조건 선이고, 느리고 오래된 건 모조리 악이 되고 말아. 이런 간이역들은 이 땅에서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철도 공무원 36년에 수많은 역을 돌아다녔네만. 어째선지 난 이 도토리 까지만 한 역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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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품절


지금으로부터 150억 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었지만 지구가 탄생하기까지는 100억 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46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는 또 38억 년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우리 사람이 탄생한 것은 그 후로 거의 38억 년을 꽉 채워 기다린 뒤였다. 지구의 역사를 팔을 벌린 길이만큼이라고 가정하면 사람의 역사는 손톱을 갈면 손톱 끝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스러ㅓ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역사 속의 우리 존재를 알고 나면 스스로 겸허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긴 역사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아니 우리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 지구에서 살아온 다른 많은 생물들에 대한 경외심이 저절로 우러날 것이다. 알아야 사랑하게 된다. -68-69쪽

"만약 어떤 이론이 진실한지, 혹은 그 이론을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를 논의하려고 한다면, 누군가 그 이론에 대해 내세우는 반론 자체에 대해서만 답변이 이루어져야지. 결코 그 반론의 동기를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176쪽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의사소통communication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랫동안 의사소통이란 '서로에게 유리한' 느낌, 생각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관점은 1980년대로 접어들며 일군의 행동생태학자들에 의해 확실하게 뒤집힌다. 의사소통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상대를 조종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이 내좋은 새로운 관점이었다. 신호를 보내는 쪽이 뭔가 얻을 게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시도한다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193쪽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DNA는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자기복제의 길을 걸을 것이다. DNA가 이룩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 중 하나가 인간의 두뇌를 만들어낸 일이다. 뇌는 우리 인간을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창세기 22장 17절)" 만들어주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그 뇌가 이제는 섹스 없이도 유전자를 다량으로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204쪽

비교란 어짜피 아슬아슬한 것이다.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여자란 모름지기 인생에서 두 남자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남편과 그와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남자를."-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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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에 꺼내 읽은 책은 하루쯤 쉬고 싶은 생각으로 금요일 내내 읽고, 주말엔 평창으로 휴가를 갔다. 동네사람왈, 여름엔 이곳이 천국이란다. 그런데 겨울엔 아니란다. 불볕의 더위를 강조하는 tv와는 달리, 이불을 덮고 유쾌하게 잠을 잤다... 다만 그 유명하다던 '테라로사'에서는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찻집이 있을 수 없는 그곳에,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만한 사람만이 온다는데, 그래서 찾아갔는데... 그리고 경포호와 바닷가엔 물반 사람반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끈적했다. 뜨거운 물 속에 사람들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나무 숲을 또 한번 걸었다... 그런데도 난 좀처럼 마음을 끄집어 낼 수 없었다... 툴툴대고 불쾌한 기분이 밀려올 때는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 아주 조금. 깔끔하게. 메밀전을 맛봤다...내 식탁위의 책을 읽으면서 몸전체가 맛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머리. 심장. 팔다리. 피부까지. 음식을 혀로만 맛보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방과 설탕을 마음껏 맛보면서도 다이어트가 가능한 내 식탁위의 책들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정동진을 뒤로 하고 경주로 출장을 갔다. 목소리는 갔고,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다... 지친 목요일도 지나간다. 책을 맛본다. 이와 같이 비슷한 책을 두권읽었다. 슬프다. 가볍다. 감흥의 정도가 얕다. 웬만한 충격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것, 무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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