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오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최재천 스타일'과 '이별하는 골짜기'를 읽었다. 소소한 일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그러면서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을 잘 구분하기... 그러나 빠름이 최선이고 일회성으로 버리기에 바쁘고 잊혀져가는 순간들로 넘쳐 있다. 현재에서 누구는 잊지 못하는 과거에 고착되어 있고, 누구는 금방이라도 잊혀지고 잊는 찰라로 살고 있다. 그 어떤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서 타인의 스타일을 함부로 매도하고 무시한 적이 많았다. 나의 욕구와 상충되었을 때 특히 그러했다. 경계선을 찾는 것, 긴 촉수를 가지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선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계선 쯤에서 마주하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 너무 멀리있거나 가까이에 있으려 한다. 특히 내가 원하는 이는 너무 멀리 있다. 그만큼 허용하고 배려를 하는데도, 각자의 배려가 다르니까. 동일한 사물을 보고도 우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니까. 더더구나 동일한 행동을 함께 하고 있어도 동상이몽이랄까... 그게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이 누구에게나 용인된다면 이렇게 공인된 글 속에서 만날 수 있는걸까... 용인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동의한 내용이라는 의미일까... 특정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일일까... 암튼, 좀 더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이별하는 골짜기는 하나씩 있을 것이다. 아님 긴 세월을 무사히(?) 살아내지 못할테니까. 잊을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잊을 것, 그게 최상의 선택이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잊어야 하는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