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끝자락에는 구미김천역으로 갔다. 가면서 강우일 주교의 글을 읽었다. 순 제목이 맘에 들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또한 예전에 마음에 드는 계간지를 구입했던 출판사였다... 수십년을 함께 한 친구, 늘 한결같은 친구는 발가락이 닮은 나를 위해 먼저 준비한 커피를 내 밀었다. 직지사를 중심으로 멋있는 곳, 맛있는 곳과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가장 많이 먹는 커피를 무제한으로 아주 편하게 마시면서 다녔다. 그녀가 소개해 준 지인들은 모두 그녀를 닮았다. 배려를 넓게 깔고 칭찬을 가득 담은 면에서 공익광고의 한장면 같았다. 또한 여름날 손님을 위하여 기꺼이 잠자리를 내어준 그녀의 짝도 얼마나 따뜻한지 고마웠다. 콩가커피, 더치커피, 금잔화비누까지 선물받고 눈물 글썽이며 떠나왔다. 또한 미저리같은 짝과 사는 **남과 불편하고 힘든 시엄마와 같이 사는 **여와도 맛있는 식사를 하고 반주까지 곁들였는데, 그저 만남이 고맙기만 했다. 우리는 대학을 함께 다녔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각각이라 신기하고 조각을 맞추었다. 특히 나의 실패한 사랑에 대한 그네들의 기억들은 완전 잘못된 것이라 얼마나 웃었던지...함께 한다는 거, 함께 할 수 있다는 거는 이미 이전에 많은 공유가 있어야 한다. 비슷한 정서는 적어도 발가락이 한개 이상은 닮아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도 함께하면 힘이 된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의 것만 챙기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공동선'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확장된 사고를 통하여 주위에 눈과 귀를 기울여 어려운 소수의 그들과 함께 하도록 노력하는 거에 이제야 마음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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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연대하라 - 강우일 주교에게 듣는다
강우일 지음 / 삼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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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고 그 고통이 쌓이면, 그 희생이 무의미하게 그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란 존재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17쪽)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공감대의 형성, 정의의 실현이라는 가치의 지향,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32쪽)

어떨 때 보면 세상은 요지부종이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서 쉽게 바귀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만약 세상이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함께 생각하고, 함께 꿈꾸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연대입니다. (64쪽)

강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인간에게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먹는 데에도 인간답게 먹고, 그리스도인답게 먹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111쪽)

게다가 FTA는 해당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을 위해 단순한 관세인하나 상품의 수입제한 철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들의 경제를 구조적으로 통합하고 모든 종류의 상품, 비상품(서비스, 지적재산권 등)과 모든 경제활동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137쪽)

비오 11세 교종은 사유재산권에 대하여 이렇게 가르쳤다. "사회 경제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재화는 모든 사람의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다수의 개인과 사회 계급들에게 분배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전체 사회의 복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 정의에 관한 이러한 원칙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이윤의 분배에서 배제하는 것을 금한다."(비오 11세 [사십주년], 2항) (165쪽)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백성이 그토록 매달리고 되찾으려고 했던 땅을 '하늘나나,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왕국'으로 대체하신다. 여기서 하늘은 땅의 것들가는 크게 대비된다. 그리하여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도 땅과의 인연을 끊고 이땅을 초월하는 새로운 땅을 추구하도록 가르치고 경고하신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마태복음6:19)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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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지게, 찰지게 놀았다. 특히, 친정식구들과의 여행은 삼대가 걸친 대가족으로 휴가는 어마어마하다. 팔십과 칠십이 넘은 부모님과 오남매, 자식들까지 스무명에 이르는 가족들의 다양한 특색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중, 배려가 기본이 되어 있어야 유지되는 십년이 넘은 연례행사를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이번에는 "베푸는 기쁨의 삶"이 주제였다. 각자 놀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고 천천히 구경하고 음주가무까지 곁들여 서로에게 베푸는 행동을 적어도 3개씩 하는 거로 정했다. 아이들과는 게임을 하면서, 형제들과는 지난 이야기와 부모님은 당신들의 삶에 대하여, 삶의 태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팔십과 칠십의 속도로 가고 있다는 부모님을 오십의 속도로 어떻게 따라가고 알 수 있으리오. 한없이 부러운 이십대의 청춘들에게 부럽다 못해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 그들에게 우리의 말이 온전히 들리기야 하겠냐마는, 암튼, 시간은 그리 흘러 인생은 지나가는 거다. 지나보니, 서로에게 안타깝고 섭섭한 면도 있었네. 하지만 그때는 정말 몰랐다네. 나의 삶을 살다보니.... 서로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가장 큰 베품이 아닐까... 인생,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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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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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13쪽)

자기가 살아온 날들을 그처럼 또렷하게, 또 그처럼 멋들어지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말고는 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자기가 젊었을 때 살았던 방식뿐만 아니라 어떻게 늙어가는지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63쪽)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려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나도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네. 내가 죽을 차례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죽으면 그만인 거야.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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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어떨까, 길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글을 읽었다. 노상에서 읽은 게 아니라 연수 중 짬짬히 읽었다. 재미없는 강의는 지루하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럴 때 마음을 주저 앉히고 읽었다. 쨍쨍한 햇살과 굵은 빗줄기가 오가면서, 오는 길은 무지 멀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차안에서 내 발은 가만히 있다. 그러고보니, 발을 땅에 딛고 걸어다닌 지도 꽤 오랜 된 거 같다. 인간이라면서 걷지도 않고 걷는 법도 잊을 거 같고, 누군가를 대신 시킬 거 같다. '걷는 속도가 인간의 제 속도이다.(122쪽)'에 동감한다. 자신의 보폭으로 걸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자동차에, 버스에, 자전거에, 온갖 탈것에 편승하여 살고 있다. 이 조차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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