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 이주은의 벨 에포크 산책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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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런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주위에 그것을 함께 나누어 가질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한 사람과 살아야 하는 결혼 제도를, 툭하면 말도 안 된다고 부정하면서도, 여전히 자발적으로 택하는 모양이다. 모두에게 공개할 수 없는 사랑이란 어쩔 수 없이 거짓에 거짓을 쌓아가게 된다. 그리고 거짓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를 계속 누리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책감을 덩어리로 불리게 된다. 세기말에는 예술이 도덕적이어야 하는지, 마냥 도발적이어도 되는지 논의가 많았다. (110쪽)

사랑은 자신을 진심으로 믿는 자에게는 쓰라린 아픔을 맛보게 해주었고,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자에게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가볍게 여기는 자에게는 수치심을 느끼게 해주었고, 자신을 믿지 않는 자에게는 허무함을 숙제로 남겨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그런 사랑으로 구원받는다. (163쪽)

이 시기가 추구하는 아름다움들은 아슬아슬하게 추의 경계를 희롱한다. 추로 미끄러질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미적 상상력을 가장 많이 작동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빛 아래에서나 똑같이 상시로 아름다운 것은 '미'라기보다는 정보에 가깝다. 미는 기쁨, 슬픔, 두려움, 끔찍함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정보는 아무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다. 결점을 완벼갛게 보정한 성형미인에게서 미적 감종을 잘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얼굴을 고쳤다는 사실때문이 아니다. 그녀의 얼굴이 추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지 못한 채 지루하게 한 가지 정보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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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the book, by the book, for the book 이다. 오직 독서가 최고다. 그 중에서도 낭독이다. 낭독은 눈과 귀와 입과 오감, 아니 육감을 자극하고 신체와 마음을 울리게 한다. 총체적으로 잘 난 인간이 될 수 있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인간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를 강조한 '낭독은 입문학이다'를 읽었다. 낭독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계속 되풀이 된다.  

서당에서 큰소리로 글을 읽고 배웠던 조상들은 매우 지혜로웠고, 영어책을 배운데까지 하루에 몇번씩 읽도록 했던 선생님은 선구자였다. 단발머리 여고생때 유행처럼 들고 다니던 독서카드에 영단어 뿐 아니라 그 사이사이 시한편씩 넣어, 누가누가 잘하나 하면서 친구들과 외웠던 싯귀절도 떠올랐다. 그때는 만화와 고전에서 현대소설로 넘어가던 시절,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과 김승옥의 '무진기행' 등으로 기억하지만 가물하다. 요즘 말로 썸타는 남남녀녀가 서로 주고 받은 책이 삼중당문고판이였다... 책을 읽다보면 무지 괜찮은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난 과정 중에 있다.  책을 챙겨서 떠나볼까.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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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은 입문학이다
김보경 지음 / 현자의마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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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아타루가 말하듯 독서를 하게 되ㅕㅁㄴ 결국 자기분열증상을 겪지 않기 위해서 저자의 주장에 미치게 되며, 읽은 책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 반드시 혁명적인 인식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 방법이 낭독이라면 더욱 빠르게 핏줄 속에 스며들 것이며, 스며든 텍스트는 정신이건 마음이건 영혼이건 싹 다 바꿔놓을 것이라는 믿음이 내게도 있다. (38쪽)

활자를 일으켜 세우다!
낭독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자 눈에 띄는 효과다. 소리 내어 글을 읽는 행위는 책 속에 갇혀 있던 활자를 일으켜 세워 공간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 입체성은 다양한 모습과 역할로 읽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것은 단어 하나의 의미에서부터 단락과 단락 사이의 맥락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독서가 되도록 돕는 안내자와도 같다. (91쪽)

낭독을 통해서 나는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급기야 인생을 주도하는 느낌을 이해하게 됐다. 어숙룩한 남의 낭독에 몰입하는 자세와 개떡같이 낭독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귀, 틀리게 낭독해도 바르게 이해하는 마음은 결국 내가 허락하고 결정한 것이다. 나는 낭독을 통해 얻은 기쁨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 인생을 내가 사는 느낌. 내가 주인의 느낌으로 살게 되니 남에 대한 모든 것이 포용되었다. (178쪽)

공부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식은 한 가지 테마가 다른 테마로 이어지고 꿰어지고 재해석되면서 풍성해지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지식의 세계에 완성이란 없다. 지식은 또 다른 지식의 꼬투리가 되어 엮이거나 뒤섞여서 차원 높은 통찰을 제공하낟. 개가 제 꼬리를 물듯 자승자박하는 지식의 쳇바퀴는 없다. 지식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란 지식 자체의 탓이 아니라 현실적 이해관계의 프레임 안에 지식을 가두어 둔 그 사람의 탓이다.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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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크랩에는 비디오, 오디오, 소설책 러브스토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코크, 마이클잭슨, 아널드슈워제네거, 사설교도소, 브레이크 댄스, 비치발리볼, 도쿄커피숍, 셀럽 등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팔십년대를 이십대로 보낸 중년들이 보면 가끔 동의되는 내용에 실소를 터트리게 된다. 러브스토리를 원어로 읽었을 때의 그 떨림은 잊을 수 없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영미희곡시간에 다뤘던 내용이고, 소극장 같은데서 비비안리와 말론 브란도를 봤던 기억도 가물한다. 말론 브란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오디오기를 사서 거금을 들어 들었던 클래식들도... 그 당시에는 레코드가게가 있어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해 녹음해서 들었던 시절이었다. 포항에서 다닐 때는 한시간 녹음테이프를 안내양이나 기사분에게 부탁해서 좋아하는 노래를 오는 내내 들으면서 왔던 기억도 생생하다... 지금에야 커피숍이 지천에 넘치지만, 그때는 디제이가 있는 다방이 있었다. 커피맛은 무슨 개뿔, 그때나 지금이나 블랙은 좋아했었다. 점심 먹은 후에는 지금에야 커피지만 그때는 콜라 한병씩 들고 다니던 때였다. 조금이라도 그 시절을 함께 했다면 하루키의 글이 무안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먼 딴 세상의 이야기가 된다. 그때 그시절을 한번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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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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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현대와 같은 정보 과밀 사회에서 모든 명성은 근본적으로 과대평가라고 생각한다. 과소평가의 개념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소평가라고 주목받는 것 자체가 이미 과대평가이다. 어려운 세상이다. (12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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