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주위에 그것을 함께 나누어 가질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한 사람과 살아야 하는 결혼 제도를, 툭하면 말도 안 된다고 부정하면서도, 여전히 자발적으로 택하는 모양이다. 모두에게 공개할 수 없는 사랑이란 어쩔 수 없이 거짓에 거짓을 쌓아가게 된다. 그리고 거짓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를 계속 누리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책감을 덩어리로 불리게 된다. 세기말에는 예술이 도덕적이어야 하는지, 마냥 도발적이어도 되는지 논의가 많았다. (110쪽)
사랑은 자신을 진심으로 믿는 자에게는 쓰라린 아픔을 맛보게 해주었고,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자에게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가볍게 여기는 자에게는 수치심을 느끼게 해주었고, 자신을 믿지 않는 자에게는 허무함을 숙제로 남겨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그런 사랑으로 구원받는다. (163쪽)
이 시기가 추구하는 아름다움들은 아슬아슬하게 추의 경계를 희롱한다. 추로 미끄러질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미적 상상력을 가장 많이 작동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빛 아래에서나 똑같이 상시로 아름다운 것은 '미'라기보다는 정보에 가깝다. 미는 기쁨, 슬픔, 두려움, 끔찍함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정보는 아무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다. 결점을 완벼갛게 보정한 성형미인에게서 미적 감종을 잘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얼굴을 고쳤다는 사실때문이 아니다. 그녀의 얼굴이 추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지 못한 채 지루하게 한 가지 정보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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