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 개정판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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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금 이 순간에 완벽하게 충실히 산다면 어떨까? 셔츠를 다리건, 출근하는 길이건, 딸아이와 노는 순간이건, 세탁기에서 막 세탁한 옷을 꺼내고 있는 중이건, 그 순간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어떨까? 이런 자세로 산다고 해서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아닌, 바로 눈앞에 있는 일에 모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를 향해 돌진하는 가운데서도 현재의 충만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렇듯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사막을 여행하는 마음 자세이며 그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더 퐁요로워진다. (49쪽)

변화의 사막을 건너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 나머지 우리는 점차 배우자나 사랑하는 연인 또는 동료난 아이들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직장을 잃거나, 이혼을 하거나, 중년의 위기를 맞거나, 금전적인 걱정거리가 있을 때 또는 퇴직 후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려 할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자기의 사막을 건너는 일에만 몰두하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상을 향한 열병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오아시스를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일을 마치고 나면,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면 시간이 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막은 한없이 계속된다. 사막을 다 건너 저편에 다다를 때쯤이면 무시하고 지나온 관계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사막에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오아시스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오아시스에서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86쪽)

겸허해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건을 기다리기보다는 사소한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변화의 사막에 꼼작없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는 공기를 많이 빼야 할 큰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상 생활 속의 작은 사건을 통해 연습하다 보면 큰 사건에 대비할 수 있다. 우리가 너무 까다로워지는 순간, 화가 나거나 참을성이 없어지고 유치해지거나, 또는 역겨워지고 둔감해지거나 오만해지는 순간이 오면 자아에서 공기를 빼고 실질적이며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할 기회로 보면 된다. 그것은 자존심을 무너뜨린다거나, 스스로에게 엄해진다거나, 완전한 패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겸허해진다 함은 그저 자기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작은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약점까지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겸허함이며 이를 통해 더 높이 일어설 수 있다. 우리가 사막에서 겪는 변화는 종종 우리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114-115쪽)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사막을 건너 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교류하고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데 길잡이가 되어 줄 내부의 나침반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의 배신을 용서하고, 나 자신이 유한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철이 들고, 상실감에 슬퍼하고, 퇴직 이후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본인만이 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의 사막의 중심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한가? 단순한 도움이 구조를 받아야 할 상황으로 커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되도록 빨리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131쪽)

인생의 사막에 대비해서 완벽하게 준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결혼할 준비가 완벽하게 된 상태에서 결혼을 했던가? 아리를 낳아서 기를 준비가 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던가? 해고당할 때 새로운 직장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가? 내가 문자 그대로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캠프파이어에서 떠나는 것이 쉬워진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변화 이전 단계 이전에 발생하는 모든 위기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실수를 했을 때, 그리고 끔찍한 실패를 했을 때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질 수 있다. 항상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는 것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무책임하거나, 알면서도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책임감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줄 새 시대 슬로건이 아니다. 그것은 익숙한 캠프파이어에서 벗어나서 인생이라고 하는 사막의 불확실성을 좀더 쉽게, 덜 두려운 마음으로 그리고 대담하게 맞는 마음가짐이다. (162-163쪽)

이승과 저승을 구분 짓는 육체적인 죽음은 진짜 존재하는 경계선이지만, 죽음에 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에는 허상의 경계선이 많이 존재한다.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삶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정바대이다. 인생이라고 하는 이 여행이 종국에는 끝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인생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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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 다시'를 챙겨 시인 친구와 한창훈 소설가를 만났고. 블라블라 힐링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장소를 가는 내내 눈에 익은 상황과 장소때문에 아픈 기억들이 괴롭혔다. 결국 문자를 보내고 받고 또 보내고 받고, 또 보내고 받고, 고마워라던가 등등의 어떤 말이 생략된 ~를 했다라는 보고 하는 문자로 마쳤다. 도무지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추억에게 지고 말았다... '여행이 아닌 일상이 어디 있겠는가!(뒷표지)' 그 일상이 마주하는 장소에는 내 마음이 있다. 혼자 했던, 그누구와 함께 하던, 그 곳에는 나의 일상이 있다. 나의 일상은 온전히 내 마음과 같이 가고 있다. '그 길 끝에 다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강연을 듣고는 온전한 상담자의 모습으로, 부암동에서는 친구와의 관계를, 프로그램에서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그래서 어디를 가든 낯설지만, 그곳이 나의 일상이 된다. 아픔을 동반한 추억을 불러와도, 그래서 어리버리한 짓을 했을지라도 그게 곧 나다. 구질하게 긴 변명을 한 건, 기분이 아주 나쁘다는 것, 토닥토닥 메일, 밴드와 카스, 카톡을 쓱쓱 지우고 지워도 그곳에 가면 내가 남아있고, 내가 한 일들이 있다.. 눈치없는 나만 모르는 일까지 남아 있다. 그래도 그 길에 가야하고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길 끝에 가서야만 내가 한 일을 알 수 있다... '결혼기념일', '정읍에서 울다','오두막','여수친구','만보걷기' 소설에서도...결국, 끝에 가서야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간 곳마다 마음을 흘리고 다녔네..

 

그 간에 한 일들을 다시 옮겨 놓고 싶다...

-9월, 크리스토퍼거머박사 강연에서는 지혜와 연민을 등가로 가져야 한다는 것, 지속적으로 내마음이 변한다는 걸 안다면, 고통을 겪을 때 타인도 같이 겪는다는 걸 안다면,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속한 게 없다는 걸 안다면, 나의 상황은 다를까. 반복적인 생각, 자기 비난보다 자기에 대한 연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마음 챙김연습으로 자기 연민이 필요하다. 서양의 심리학에 동양의 지혜를 접목한 강의, 우리의 고승들의 한말씀이 더..

-9월, 부암동 가다. 라카페의 사진전에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마음 아픈 사진과의 불일치로 선뜻 마음 속 깊이 닿아오지 않았다. 소소한 풍경에서 맛있는 점심, 환기 미술관을 들러, 클럽에프레소에서 아껴가며 커피 마시고, 윤동주 문학관에서는 시인의 반듯한 자필 원고를 봤다. 글씨체는 예쁜 이마같았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김수근 공간, 위엄과 기품을 내뿜고 있는 운현궁, 인사동 안다미로에서의 피자, 나무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월, 광화문 세종대왕이 보는 옆에서 훈민정음에 관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가야금연주를 듣고,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중에서 우리가 늘상 보는 부분은 세종대왕이 펼친 부분은 용자례 부분이라는 걸. 받침있는 글자. 여성과 백성을 사랑했던 임금. 세계최고의 언어학자 등. 

-화, 바리스타교육.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한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에는 아직도 불편하다. 주변의 뒷담과 디스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 신대방삼거리역 모코5호점 커피점을 오픈한 친구 방문하여 동창들과 같이 축하하고. 스폰지하우스가서 5일의 마중 보다. 영화관 가는 길은 정말 가을 같았다. 혼자서,

-목, 인사동에서 시인과 소설가 만나다. 한때 나의 로망이었던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가까이서 봤다. 별거아니라 하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보석들은 있었다.  

-금,토, 힐링프로그램은 자유시간이 충분했다. 향토방에 솜이불을 깔고 누워 책읽다, 커피마시다, 잠들었다가 노래 소리와 바람이 전해주는 풍경소리에 깨어났다. 다시 잠들다를 반복했다. 하늘의 별이 얼마나 많은 지 그 사이로 사라지는 날아가는 풍등(소원등)은 별들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호흡을 고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드려다보고 미안해 사랑해를 반복했다. 내 몸은 너무도 바쁘게, 바빠서, 마음에도 닿기 전에 동동거리며 애쓰고 있었다. 마음의 힐링은 내몫으로 남아있다...오지랖 몇그램, 이기주의 한양푼, 무관심 한그릇, 잘난척 몇킬로그램, 열등감 반티스푼, 분노 한트럭, 눈치없음 일톤(공지영의 소설에서 읽은 주근깨 몇그램에서 따옴)등등이다.

-일, 교회가다. 그리고 자유로 달리다. 그리고 임진각까지... 후훗, 나는 연어인지, 자꾸만 자유로를 달리고 싶다. 그곳에서 태어났으니까...

***몸이 움직이니까 마음이 움직인다. 있을 곳이 아니면 많이 불안하다. 그래서 함께 나눌 이를 은연 중에 찾으려 한다. 장소에 따라 두고 온 마음과 그곳에서 같이 나눴던 그, 그녀들과의 기억은 자꾸만 그, 그녀들과 닿으려고 애쓴다. 그들은 이미 지나갔고 잊은 기억을 갖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진행 중인 나의 기억들은 촉수를 길게 빼고 있다. 부딪쳐 확인하고 다시 그 길 끝에 서게 된다. 넬(Nell)이 부른 기억을 걷는 시간, After glow, Thank you..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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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 다시 -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함정임 외 지음 / 바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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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시령의 바람을, 쇠심줄처럼 질긴 바람의 뼈대가 만져질 듯한 거친 그 바람을 좋아했다. 그곳에 서서 바람을 맞고 싶었다. 그런 바람 앞에 서 있으면 풀리지 않을것처럼 몇 달째 나를 괴롭히고 있던 일이 풀릴 것 같았다. (11쪽)

순자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그랬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은 순자라는 한 여자와의 추억이 아니었다. 그의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이 혹은 그가 잃어버린 열망과 꿈이 담긴 과거 전체였으며 그가 결코 되돌아 갈 수 없고 재현할 수 없는 인생의 어느 시기였다. 그가 아름다웠던 시절, 그가 선량했던 시절, 타락이 무언지 몰랐던 시절. (55쪽)

생각이 자꾸 어느 지점으로 가려고 할 때 완벽하게 무언가를 차단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양손을 감은 눈두덩 위헤 올리면, 정말 아주 조금 생각이 통제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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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길을 걷다가 들어간 라카페 갤러리에서 우연히 만난 박노해 사진 '티티카카'를 봤다...'다른길'도 봤다...인도네시아, 파키스탄,라오스,버마,인도,티벳,볼리비아까지... 자연에 문명이 들어오고, 외부의 손길이 닿는 순간, 우리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생활이 우리를 살게 한다... 영화 '5일의 마중'도 봤다.. 한 순간을 기억하고 그 곳에 머물러 기다리고 있는 그녀와, 척박한 땅을 일구어 정성을 다하여 고된 노동을 다하는 그들, 마음이 아프지만, 나의 빈약하고 한정된 히스토리로는 그네들의 삶을 왈가왈부, 가름하기 어렵다. 그들의 지금 삶이 여기서 본 나의 눈으로 감히 행불행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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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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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눈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31쪽)

"나라와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지요.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음`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찌할 수 있음`은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91쪽)

오늘은 비와 바람과 태양이 길러준
대지의 선물을 허리 숙여 거두는 날.
우리는 태양을 직접 바라볼 수 없다.
태양으로 길러지고 빛나는 것으로만 확인될 뿐.
사랑 또한 볼 수 없고 단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 사랑으로 우리는 `덕분에` 살려지고 있으니. (163쪽)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결핍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다 사르지 못하고
자기 존재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는 것,
`잉여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고통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179쪽)

"내 모든 것은
물결처럼 사라지겠지만
사랑은 남아
가슴으로 이어져 흐르겠지요" (220쪽)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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