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나쁘고 다운 될 때는 시를 읽고, 더 다운 될 때는 그림책을 본다. 강력한 치료제다. 동창인 친구의 시는 그냥 읽었을 때와 시인의 사연을 조금이라도 알고 읽었을 때의 느낌은 너무도 달랐다. 그리고 안동이 고향인 사람이 읽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거다. 되풀이되며 반복되는 예것과 오래된 것을 불러와 다시 드러다보는 것으로, 지금 생생히 눈앞에 있는 것으로, 그러나 잡히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모를 일이다. 잡았다가 놓았는지는... 내가 쓸쓸할 때 읽으면 나보다 더 크고 깊고, 감히 엄두도 못내는 쓸쓸함이 있고, 내가 우울하면 그보다 더 절망스런 우물이 있다. 그래서 그걸 딛고 나오게 된다... 가을이 지나갔다. 다시 오지 않을 만나지 못할 올해의 가을을 보냈다... 12월 첫날 오늘은 눈이 왔다. 첫눈이 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첫눈이 왔을 때의 기억들이 저 끝에 있다. 그 가을과 겨울이 다시 돌아왔지만 나는 거기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