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리만치 사랑하는 것들과 가까이 살 수 없는 이번 생에서 나는 가끔 꿈에서나 이런 소풍을 다녀오곤 하는데 오늘도 그랬으니 한동안은 쓸쓸하지나 않은 듯 툴툴 털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풍`중에서(13쪽)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중에서(21쪽)
그만하고 가자고 그만 가자고 내 마음 달래고 이끌며 여기까지 왔나 했는데
문득 그 꽃을 생각하니 아직도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내가 보이네
-늦가을(26쪽)
우리 앞길에도 땅속으로 숨어든 무지개 돌아오는 날 있을까 무채색 무지개 만드는 겨울 아침 청명이나 곡우 같은 날들 생각하는 마음속 겨울 무지개 선다.
-`겨울무지개`중에서(81쪽)
몸도 하늘의 뜻을 알아서 멀어지는데 하물며 마음인들
눈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라는 것 귀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라는 것
-`지천명`중에서(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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